4화
‹ ›구슬은 차가웠다.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심장처럼 뛰는 것 같았다. 미약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두근거리는 박동이 손금을 따라 흘러들어왔다.
왜 눈물이 났는지 몰랐다.
서무봉에게 단전이 부서지던 순간이 떠올랐다. 뼈가 으스러지던 그 소리, 그 통증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서연의 발길질이 떠올랐다. 흙바닥에 처박힌 채 올려다보던 그 비웃음도 함께였다. 아버지의 등이 떠올랐다. 한 번도 나를 돌아보지 않던 그 넓고 무심한 등. 한설의 창백한 얼굴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웃던 모습이었는지, 마지막으로 울던 모습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참았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졌다.
울었다. 소리 없이 오래 울었다. 백골 옆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동굴 안에서, 나는 몇 년치의 울음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그러다 구슬을 움켜쥐었다.
순간 손끝이 타는 듯했다. 뜨거움이 아니라 차가움이 살을 태우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이었다.
구슬이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비명이 나오려 했다. 참았다. 이를 악물었다. 입술 안쪽이 터졌는지 피 맛이 났다.
단전이 있던 자리, 텅 비었던 그 자리에서 뜨거운 것이 솟았다. 오랫동안 죽어 있던 곳에서 무언가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머릿속으로 글자도 아니고 그림도 아닌 것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형체를 알 수 없는 흐름들이, 뜻을 알 수 없는 파편들이 뇌리를 관통했다.
신마구변.
낯선 이름이 저절로 새겨졌다.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는 이름인데,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익숙했다.
온몸이 뒤틀렸다. 뼈가 다시 맞춰지는 감각이었다. 관절 하나하나가 부서지고 다시 조립되는 것 같은 고통이 이어졌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숨이 돌아왔을 때, 백골 옆에는 부서진 구슬 껍질만 남아 있었다. 반짝이던 것은 사라지고 회백색 가루만 손바닥에 남았다.
나는 살아 있었다.
그리고 뭔가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몸 안 깊은 곳에서 낯선 힘이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