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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겨울이었다. 눈이 아니라 바람이 먼저 왔다. 살을 벗기는 듯한 바람이었다. 서연이 그날은 유난히 심했다. 평소보다 손이 빨랐고, 말이 짧았다. 뒷산 벼랑까지 나를 끌고 갔다. 신발 밑창이 얼어붙은 흙에 자꾸 미끄러졌다. 나는 넘어졌고, 서연은 옷깃을 잡아 다시 세웠다. "떨어져 죽지 그러냐." 그가 밀었다. 나는 잡을 것이 없었다. 손끝에 잡힌 건 마른 풀뿌리뿐이었고, 그것도 곧 끊어졌다. 떨어졌다. 바람이 귓가에서 갈라졌다. 세상이 뒤집혔다. 죽지 않았다. 나뭇가지에 걸렸다가 다시 떨어졌다. 나뭇가지는 몸을 한 번 붙잡아주고는 부러졌다. 절벽 중턱, 좁은 바위틈이었다. 등이 부서지는 듯했다. 숨이 턱 막혔다. 그러나 숨은 붙어 있었다. 하늘이 갈라졌다. 번개였다. 소리보다 빛이 먼저 왔다. 눈을 감아도 그 빛이 눈꺼풀 안쪽에 남았다. 바위틈 안쪽, 이끼로 덮인 좁은 구멍으로 그 빛이 그대로 떨어졌다. 몸이 튕겨 들어갔다. 어둠이었다. 그리고 냄새. 오래된 흙과 죽음의 냄새. 코끝이 저릿할 정도였다. 눈을 떴을 때 그것이 보였다. 작은 제단 위, 검은 구슬 하나. 어떤 빛도 반사하지 않는, 그저 어둠을 삼키는 듯한 구체였다. 손을 뻗지 않았는데도 그것이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옆에 백골이 있었다. 손가락뼈가 구슬을 향해 뻗어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팔을 뻗은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선대의 유해였다. 그가 죽는 순간까지 붙잡으려 했던 것. 나는 그 구슬을 바라보았다. 손이 떨렸다. 어째서인지, 그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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