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포식하는 갓난 도사

5화

밤이 깊었다. 인적 없는 골목의 냉기가 문틈을 타고 스며들었고, 낡은 이불 밑은 그나마 온기가 남아 있었다. 강서윤은 낮 동안의 노동으로 지쳐 깊이 잠들어 있었다. 하루 종일 삯빨래를 하고 돌아와 도현을 씻기고 재운 뒤, 그녀는 몇 마디를 채 잇지 못한 채 곧바로 곤히 떨어졌다. 도현은 그녀의 팔 안에서 조용히 눈을 뜨고 있었다. 감각은 이미 벽 쪽을 향해 곤두서 있었다. 이 시간이 오리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 두 번의 밤이 그것을 알려주었다. 벽의 그림자가 흔들리는 순간, 무언가가 찾아온다는 것을. 벽의 그림자가 조금씩 일그러졌다. 스으윽-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전의 두 요물과는 확연히 달랐다. 크기는 작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밀도는 오히려 더 짙었다. '이건 지금까지와 다르다.' 도현은 그렇게 직감했다. 패턴이 어긋난 것이었다. 그가 예상했던 '점점 약해지는' 흐름과는 달리, 이번 것은 오히려 더 응축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마치 앞선 두 번의 침입이 이번을 위한 서곡이었던 것처럼. 형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의 손바닥만 한 크기로, 여러 개의 가느다란 팔다리가 달린 듯한 윤곽이었다. 그것은 벽을 타고 천천히 이불 위로 내려왔다. 움직임에는 조급함이 없었다. 마치 자신이 이 방의 주인이라는 듯, 여유로운 속도였다. '서두르지 않는다.' 도현은 그 사실에서 오히려 불길함을 느꼈다. 앞선 것들은 달아나듯, 혹은 굶주린 듯 다급하게 움직였다. 이번 것은 달랐다. 여유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힘의 격차를 확신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도현은 그 순간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갈등했다. 지난번처럼 울음을 터뜨려 어머니의 모유로 밀어내는 것과, 스스로 결심했던 대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전생의 기억 하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병실 침대에 누워 있던 시절, 그의 담당 의사가 했던 말이었다. "환자분,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몸이 버틸 준비가 됐을 때 시도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듬듬이 흘려들었던 그는, 결국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무리한 시술을 감행했다가 상태가 더 나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이 지금, 이 순간과 정확히 겹쳤다. '만약 이게 지난번보다 강하다면, 삼키려는 시도는 오히려 자멸이 될 수 있다.' 그는 그렇게 판단했다. 성급한 결심은 위험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었다. 형체가 그의 가슴 위로 완전히 내려앉았다. 투욱- 가벼운 무게감이었다. 그러나 그 가벼움이 오히려 소름을 돋게 했다. 무게가 없다는 것은, 그것이 이미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서늘한 감각이 다시 살갗을 뚫고 들어왔다. 지난번보다 훨씬 짙고 무거운 느낌이었다. 마치 뼛속까지 얼어붙는 듯한 냉기가 퍼져나갔다. 도현은 그 냉기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손끝부터, 발끝부터, 서서히 감각이 마비되어갔다. '이건 위험하다.' 그는 즉각적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번의 두 형체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이었다. 몸속의 생명력이 급격히 빨려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몸 안에 뚫린 구멍으로 무언가가 콸콸 쏟아져 나가는 듯한 감각이었다. 도현은 반사적으로 울음을 터뜨리려 했다. 목구멍에 힘을 주고, 폐 속의 공기를 밀어 올리려 했다. 그러나 목구멍이 얼어붙은 듯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성대가 얼어붙은 것이 아니라, 그 냉기가 이미 성대까지 침범한 것이었다. "으...으..." 겨우 새어나온 것은 미약한 신음뿐이었다. 강서윤은 옆에서 깊이 잠든 채, 그 신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낮 동안의 노동이 그녀를 깊은 잠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평소라면 옅은 숨소리에도 눈을 뜨던 그녀였지만,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이대로면 정말로 죽는다.' 도현은 전생에서 병실 침대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던 그 감각을 다시 떠올렸다. 서서히 잠식되어가는, 그러나 이번엔 다른 이유로 찾아온 소멸의 예감이었다. 그때는 링거 줄과 심전도 소리가 함께했다. 지금은 오직 어둠과 냉기뿐이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팔을 들어 강서윤의 옷깃을 붙잡으려 했다. 팔을 드는 것조차 산을 옮기는 것 같은 무게였다. 손끝이 겨우 닿았지만, 힘이 없어 제대로 붙잡지 못했다. 손가락이 옷깃의 실오라기 하나를 스치고는 그대로 힘없이 떨어졌다. '이렇게 끝날 순 없다.' 그는 속으로 그렇게 절규했다.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 이번 생에서 다짐했던 것들, 강서윤의 웃음, 아직 오지 않은 미래—모든 것이 한꺼번에 그의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그가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강서윤이 그를 품에 안고 웃던 순간이 떠올랐다. 가난했지만, 그 웃음만큼은 진심이었다. '이 사람을 지켜야 한다.' 그때 세웠던 다짐이었다. 지금 그 다짐이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형체의 압박이 더욱 짙어졌다. 도현의 시야가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이제는 명확하게 느껴졌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으려 했다. 그는 그것을 억지로 붙잡아 올렸다. 그 순간, 그는 문득 깨달았다. 지금까지 그는 이 존재들을 '밀어내는' 것으로만 대응했다. 하지만 밀어내는 힘은 결국 빌려온 것이었다—어머니의 젖에서 온 생명력. 그 힘이 부족하면,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빌려온 것으로는 결국 한계가 온다.' 그는 그 사실을 이제야 온전히 이해했다. 지난 두 번은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상대가 약했고, 어머니의 젖이 충분했기 때문에 밀어낼 수 있었던 것뿐이었다. 이번은 달랐다. 상대는 강했고, 그의 몸은 이미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도, 그는 그 생각을 놓지 않았다.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삼키는 것. 처음부터 그가 세웠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준비 없이, 이 압도적인 존재를 상대로 그것을 시도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전생의 의사가 다시 한 번 그의 머릿속에서 말했다.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른 말이 뒤따라 붙었다. 그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했던 말이었다. '이러다 아무것도 못 해보고 죽는다. 차라리 해보고 죽어야 후회가 없다.' 그때는 그 결심을 실행할 기회조차 없었다. 지금은 있었다. 형체가 그의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감각이 느껴졌다. 냉기가 심장 가까이까지 스며들고 있었다. 심장이 뛰는 박동 하나하나가 점점 느려지는 것이, 그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이다.'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결심했다. 삼킨다. 밀어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형체는 이미 그의 숨통을 옥죄고 있었다. 생각과 행동 사이의 간극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죽음과 생존을 가르는 거리였다. 강서윤이 그제야 뒤척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도현아...?" 그녀의 목소리에는 옅은 불안이 스며 있었다. 아이의 몸이 유난히 차갑다는 것을, 그녀는 그제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손끝으로 스치듯 닿은 아이의 피부가, 평소와는 다른 냉기를 품고 있었다. 그녀는 잠에 취한 눈을 억지로 떴다. 옆에서 자는 아이의 숨소리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평소라면 규칙적이던 숨소리가, 지금은 끊길 듯 말 듯 이어지고 있었다. "도현아, 왜 이렇게 차가워..."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다급해졌다. 그러나 그녀가 아이를 향해 손을 뻗는 그 짧은 순간에도, 형체는 이미 도현의 숨을 완전히 틀어막을 만큼 깊이 파고들어 있었다. 손끝이 아이의 가슴에 닿기까지, 그 몇 초의 시간이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길게 느껴지고 있었다.
♡ 좋아요 0 · 로그인 후 좋아요/별점/댓글 참여 가능

댓글 0

  •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