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남자, 마법소녀 되다

5화

빛이 손끝에서 폭발했다. 위이이잉- 좁은 설비실이 순간적으로 새하얗게 물들었다. 벽에 매달린 배전함이 스파크를 튀기며 튀었다. 곰팡내 나는 공기가 순식간에 타는 냄새로 바뀌었다. 하동원이 낮게 신음했다. "...!" 칼들이 방향을 잃고 아무렇게나 벽을 긁었다. 콘크리트 파편이 튀었다. 서걱. 서걱. 날이 벽돌을 갈아내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알림.】 【마력 잔량 39%.】 【과도한 소모입니다. 신체 부담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고객님.】 이도현은 숨을 몰아쉬며 무너진 틈으로 몸을 던졌다. 빛이 사라지기 전에 벗어나야 했다. 등이 잔해에 긁혔다. 따끔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지만 멈출 여유가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허벅지 근육이 경련하듯 떨렸다. 발목이 접힐 듯 흔들려서 하마터면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몸이 왜 이래.' 소녀의 몸이었지만, 근육의 한계는 인간 그대로였다. 마력을 쓴 만큼 몸이 갚아야 하는 값이 있는 듯했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갈비뼈 안쪽이 눌리는 느낌이 났다. 목구멍이 사포로 문지른 것처럼 따가웠다. 건물 밖 공터로 겨우 빠져나왔다. 부서진 콘크리트와 유리 조각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먼지가 뿌옇게 시야를 가렸다. 발밑에서 유리 조각이 밟혀 서걱거렸다. "큐응, 여기까진 잘 왔어." 몽이가 어깨 위에서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잘 왔다고 하기엔 너무 힘든데." 이도현은 벽에 등을 기대고 미끄러져 앉았다. 숨이 턱까지 차 있었다. 손바닥에 찢긴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와 시멘트 바닥에 작은 얼룩을 만들었다. 몽이가 그 상처를 보고 코를 킁킁거렸다. "피 냄새 나. 너 지금 상태 진짜 안 좋아." "알아. 안 알려줘도." 이도현은 손바닥을 옷자락에 문질러 닦았다. 피가 옷에 스며드는 느낌이 축축하고 불쾌했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느리고, 규칙적인 발소리. 쿵. 쿵. 잔해를 밟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하동원이었다. 망토를 펄럭이며 무너진 건물 사이를 걸어 나왔다. 검은 모자 아래 눈이 이도현을 정확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옷자락에도 흙먼지가 하얗게 묻어 있었다. "제법이군." 낮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눈속임으로 시간을 벌 생각이었나." 이도현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떨렸지만 버텨 섰다. 무릎이 후들거리는 걸 하동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턱을 들었다. 〈여기서 겁먹은 척하면 재미없잖아.〉 메스가키의 목소리가 속에서 실실 웃었다. 이도현의 입이 저절로 비웃음을 그렸다. "아저씨, 눈속임이 아니라 그냥 아저씨가 느린 거 아니야?" 하동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입이 살았군." "입만 산 게 아니라 나머지도 다 살았는데. 아저씨는 그 나이에 애 하나 못 잡네." 허공에서 칼들이 다시 떠올랐다. 이번엔 좀 더 천천히, 하나씩. 철컥. 철컥. 칼날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하동원이 화를 억누르는 듯 손을 떨었다. 몽이가 다급하게 속삭였다. "야, 너 지금 도발할 때가 아니야! 마력 39%밖에 안 남았다고!" "나도 알아." 이도현이 낮게 답했다.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속은 차갑게 얼어 있었다. '저 사람 화나게 해서 얻는 게 뭐야.' 〈틈. 화나면 판단력이 흐려지거든.〉 메스가키의 목소리가 답했다. 이상하게도, 그 계산은 틀리지 않아 보였다. 이도현은 슬쩍 주변을 훑었다. 왼쪽으로는 무너진 배관이 어지럽게 얽혀 있었고, 오른쪽은 트인 공간이었다. 도망칠 방향을 계산하는 눈이었다. 하지만 다리가 그 계산을 따라줄지는 알 수 없었다. 하동원이 손을 크게 들었다. "어린애 주제에 함부로 놀리는군." 칼 열두 자루가 일제히 떠올랐다. 칼날에 남은 빛이 반사되어 눈이 시렸다. 이도현의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다. '저건... 아까보다 훨씬 많아.' 마력 39%. 저 정도 물량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손끝이 저릿하게 떨렸다. 남아 있는 마력이 손가락 끝에서 새어 나가는 것처럼 미미하게 열이 올랐다. 몽이가 필사적으로 속삭였다. "뒤로 빠져! 지금 정면으로 받으면 안 돼!" 이도현은 뒷걸음질쳤다. 발밑에서 잔해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발뒤꿈치에 뭔가 날카로운 것이 밟혔다. 따끔한 통증이 스쳤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것은 무너진 콘크리트 벽.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차가운 콘크리트의 감촉이 등을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이도현은 좌우를 다시 살폈다. 왼쪽 배관도, 오른쪽 트인 공간도 이제는 칼들의 사거리 안이었다.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막혔어.' 목구멍이 바짝 말랐다.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는 소리가 귓속까지 울리는 듯했다. 하동원의 입꼬리가 처음으로 비틀리며 올라갔다. "막다른 곳이군." 그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묻어 있었다. 사냥이 끝났다고 믿는 자의 목소리였다. 칼 열두 자루가 일제히 방향을 겨눴다. 이도현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손끝에 남은 마력을 모두 끌어모았다. 손바닥이 뜨거워졌다가 다시 차갑게 식는 감각이 반복됐다. '이걸로도 안 되면.' 〈그 다음은 없어.〉 메스가키의 목소리가 짧게 끼어들었다. 평소와 달리 웃음기가 없었다. 몽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만, 뭔가 이상해. 저 칼들, 궤도가 겹쳐! 저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열두 자루의 칼이 동시에 쏘아졌다. 위이이잉-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사방에서 동시에 밀려들었다. 이도현의 눈에 열두 개의 은빛 궤적이 하나로 겹쳐 보였다. 피할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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