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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청명 검술학원의 정문은 도윤이 살던 마을 전체보다 컸다. 하얀 석주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그 위로 금빛 문장이 아침 햇살을 받아 번쩍였다. 철문 하나의 무게만으로도 마을의 나무집 서너 채는 지을 수 있을 듯했다. 도윤은 그 앞에 서서 자신의 옷차림이 얼마나 초라한지 처음으로 실감했다. 소매 끝이 해진 무명옷, 발끝이 갈라진 낡은 짚신. 이곳에 오기까지 스쳐 지나온 마차들의 화려한 장식과 비교하면, 도윤의 모습은 마치 다른 세계에서 잘못 흘러들어온 사람 같았다. '여기가 정말 내가 있을 곳인가.' 도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오래 붙잡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기사들은 도윤을 정문에서 한 여인에게 인계했다. "이도윤입니다. 수치는 서류에." 기사가 짧게 말하며 서류 뭉치를 건넸다. 말투에는 어떤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저 임무를 끝냈다는 사실만이 중요한 듯했다. "확인했습니다." 여인이 서류를 받아 넘기며 답했다. 손끝으로 종이를 넘기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 마치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한서은. 학원의 교사이며, 이번 입학식의 진행을 맡은 인물이었다. 단정한 태도와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녔으나, 눈빛만은 서류를 훑는 순간부터 냉정했다. 서류의 마지막 장에 적힌 무언가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도윤을 처음으로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짧았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도윤이라는 존재를 완전히 규정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쪽으로." 그녀가 손짓했다. 도윤은 아무 말 없이 뒤를 따랐다.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복도 양옆으로 걸린 초상화들이 눈에 들어왔다. 학원을 거쳐 간 이름 높은 검사들의 얼굴이었다. 하나같이 귀족의 문장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저기에 내 얼굴이 걸릴 일은 없겠지.' 도윤은 씁쓸하게 생각했다. +++ 강당은 이미 학생들로 가득했다. 귀족가의 자제들이었다. 옷차림에서, 자세에서, 심지어 서 있는 방식에서도 신분이 드러났다. 누군가는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웃고 있었고, 누군가는 등을 곧게 세운 채 시선을 정면에만 고정하고 있었다. 그 모든 자세가 이미 훈련된 것이었다. 도윤은 그 사이를 지나며 몇 개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것을 느꼈다. "평민이다." 누군가 소리 없이 속삭였다. 그 말은 소리가 아니어도 도윤의 귀에 박혔다. 옆을 지나던 학생 하나가 코웃음을 치며 시선을 피했다. 마치 더러운 것을 본 사람처럼. 도윤은 그 표정을 못 본 척했다.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신입생은 순서대로 이름과 각오를 말하도록." 한서은이 단상에서 말했다. 순서는 성씨의 위계를 따랐다. 백작가, 자작가, 남작가의 자제들이 차례로 나서 짧고 유려한 문장을 뱉었다. "검을 통해 가문의 명예를 세우겠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고, 강당이 절제된 박수로 응답했다. "선대의 검을 이어받아, 이 학원의 자랑이 되겠습니다." 또 다른 이가 말했다.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태어날 때부터 이런 자리가 익숙했던 사람의 여유였다. 도윤은 그 모든 말들을 들으며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나는 이도윤이다. 검을 배우러 왔다.' 짧은 문장이었다. 그것조차 완성하지 못할 거라고는, 그 순간까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늘 말했다. "말이 짧다고 사람이 작아지는 게 아니다. 검을 쥔 손이 흔들리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도윤은 그 말을 검을 처음 쥐던 날부터 수십 번 되새겼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말은 아무 힘도 되지 못했다. 도윤의 이름이 불렸다. "이도윤." 한서은이 서류를 보며 담담히 말했다. 목소리에는 기대도 실망도 담기지 않았다. 그저 순서를 진행하는 사무적인 어조였다. 도윤이 단상 앞에 섰다. 눈앞에 수백 개의 시선이 있었다. 그 시선들은 하나같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롱할 준비를 마친 채로. 목 안쪽에서 그 익숙한 것이 걸렸다. 단어들이 뒤엉켰다. "저는..." 도윤이 입을 열었다. 그 뒤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초 단위의 정적이 흘렀다. 도윤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눈은 바닥의 한 점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들었다. 목구멍 안쪽에서 무언가가 계속 걸려 넘어오지 못했다. "저는 이도윤이고..." 다시 시도했지만, 문장은 그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강당 어딘가에서 낮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평민이 말도 못 하나." 누군가 옆 사람에게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도윤이 들으라는 듯 컸다. "검술학원에 왜 온 거지, 저러다 검도 못 뽑을 텐데." 또 다른 목소리가 이어졌다. 웃음이 파도처럼 퍼졌다. 처음엔 낮게, 점점 크게. 누군가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었고, 누군가는 아예 대놓고 킥킥거렸다. 그 웃음소리들이 강당 전체를 채웠다. 도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그만해.' 도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말조차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발밑이 무너지는 듯한 감각이었다. 강당의 바닥이 실제로 흔들리는 것도 아닌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만." 한서은이 단상에서 짧게 말했다. 목소리에 실린 냉기가 강당을 순식간에 가라앉혔다. 웃음소리들이 뚝 끊겼다.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내린 것처럼. "자리로 돌아가도록." 그녀가 도윤을 향해 말했다. 어조에 위로도 조롱도 없었다. 그저 사실의 전달뿐이었다. 도윤은 걸음을 옮겼다. 발밑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강당의 시선들이 여전히 등 뒤에 꽂혀 있었다. 자리로 돌아가는 짧은 거리 동안, 도윤은 단 한 사람의 시선을 붙잡았다. 흑발을 뒤로 넘겨 묶은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다만 도윤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는, 평가하는 눈이었다. 다른 이들의 조롱과는 결이 달랐다. 조롱에는 감정이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 그저 대상을 분류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 눈은 조롱보다 더 차가웠다. '저건 뭐지.' 도윤은 자리에 앉으며 생각했다. 그러나 답을 구할 여유는 없었다. 자리에 앉는 순간에도 등 뒤에서 낮은 속삭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강당의 웅성거림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도윤의 첫인상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앞으로 그가 감당해야 할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흑발의 여학생이 다시 도윤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윤은 아직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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