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밤새 말을 달렸다. 도윤은 눈을 붙이지 못한 채, 새벽빛이 트기도 전에 해강성 성문에 도착했다.
말은 이미 거품을 물고 있었다. 밤새 쉬지 않고 달린 탓이었다. 도윤은 말에서 뛰어내리자마자 다리가 풀려 잠시 비틀거렸다. 허벅지 안쪽이 마찰로 쓰라렸지만, 그런 통증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서리가 하루 종일 굶었다.' 그 사실 하나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저택으로 곧장 들어갈 수 없었다. 대책실 경비 요원들이 정문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을 든 요원 셋이 나란히 서서 길을 막고 있었고, 그 뒤로 저택의 담장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신분 확인부터 하셔야 합니다." 정문을 지키던 요원이 창을 옆으로 세우며 말했다.
"저는 서리 담당 요리사 도윤입니다. 이미 출입 명부에 있을 겁니다." 도윤이 다급히 말했다.
"규정상 대책실장님 승인 없이는 통과가 안 됩니다." 요원은 형식적인 어투로 답했다. 그에게 도윤은 그저 '요리사'라는 직함 하나로 요약되는 사람일 뿐이었다.
"명부를 확인해보시면 될 텐데요." 도윤이 다시 말했다.
"명부고 뭐고, 승인 없이 문을 열면 제 목이 날아갑니다." 요원이 손사래를 쳤다.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밤새 이런 소란을 몇 번이나 겪었는지, 이제는 익숙하다는 표정이었다.
"지금 상황이 급합니다." 도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급한 건 저희도 압니다만, 순서는 지켜야지요." 요원이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이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도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밤새 말고삐를 쥐고 있던 손바닥에는 이미 물집이 잡혀 있었다. 도윤은 그 손으로 다시 요원의 팔을 붙잡으려 했지만, 창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더 다가오시면 안 됩니다." 요원이 낮게 경고했다.
'여기서 시간을 더 허비할 수는 없다.' 도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문 옆으로 돌아갈 만한 틈이라도 있는지 살폈지만, 담장은 높고 경비는 여러 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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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그때, 정문 안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화려한 관복을 입은 노년의 요리사가 성난 걸음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궁정 요리장 최고봉이었다. 그의 관복 소매는 아직 정갈했지만, 얼굴만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자네가 도윤인가." 최고봉이 도윤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 그 시선에는 이미 결론을 내린 자의 여유가 실려 있었다.
"그렇습니다." 도윤이 답했다.
"이 난리가 자네 하나 때문에 벌어졌다니, 믿기지 않는군." 최고봉의 어조에는 노골적인 조소가 실려 있었다.
최고봉은 방금 서리에게 자신의 요리를 올렸다가 거절당한 참이었다. 그는 삼십 년 경력 동안 왕실 연회를 도맡아온 인물이었고, 그런 그가 평민 출신 요리사를 대체할 인물로 지목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의 관록은 헛것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관록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내 낙지찜이 별미로 이름난 지 이십 년이 넘었네. 그걸 상에 올렸는데 젓가락도 대지 않더군." 최고봉이 냉소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존심이 상한 자의 떨림이 섞여 있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그건 서리가..." 도윤이 말을 잇으려 했지만, 최고봉이 손을 들어 막았다.
"핑계는 필요 없네. 실력이 부족한 걸 인정하기 싫으면 그냥 그 밥투정을 계속 받아주게." 최고봉이 등을 돌렸다.
"밥투정이 아닙니다." 도윤이 낮게 말했다.
최고봉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만 돌렸다. "그럼 뭔가."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서리가 그저 입맛이 까다로운 게 아니라, 뭔가 다른 이유로 수저를 들지 못하고 있다는 걸, 도윤 자신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고봉은 그 침묵을 자신의 승리로 받아들였다. "역시 아무 말도 못하는군." 그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도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화가 나기보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제야 실감이 났기 때문이다. 최고봉 같은 인물조차 손을 들었다면, 서리의 상태는 단순한 투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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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서 강혁이 뛰어나온 건 그 직후였다. 그의 얼굴은 며칠은 못 잔 사람처럼 초췌했다. 관복 옷깃은 반쯤 풀어져 있었고, 걸음걸이마저 휘청거렸다.
"이자 들여보내게. 지금 당장." 강혁이 정문 요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장주님, 규정상..." 요원이 머뭇거렸다.
"내가 책임진다고 몇 번을 말해야 하나!" 강혁이 배를 움켜쥐며 소리쳤다. 위통이 다시 시작된 것이 분명했다. 그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가 다시 붉어졌다.
요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그중 하나가 창을 슬며시 뒤로 물렸다. 다른 하나도 뒤따라 물러섰다. 정문이 열렸다.
도윤은 저택 안으로 뛰어들었다. 마당은 이미 갈라진 흙바닥과 기울어진 담장으로 어지러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단정했을 정원석들이 뒤엉켜 있었고, 나무 하나는 뿌리째 뽑혀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이게 밥투정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도윤은 그 광경을 보며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강혁이 그의 옆으로 따라붙으며 낮게 말했다.
"최고봉 어른이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자기 요리를 들고 갔소. 결과는 자네도 봤을 거요."
"저 담장은..." 도윤이 물었다.
"어젯밤에 그렇게 됐소. 이유는 아무도 모르오." 강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서리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도윤이 물었다.
"현관에서 안 움직이고 있소. 어제부터 지금까지 그 자세 그대로요." 강혁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물도, 아무것도 안 마셨습니까." 도윤이 다시 물었다.
"권해봤지만 소용없었소. 다들 포기하다시피 했지." 강혁이 이마를 짚었다.
도윤은 그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얼마나 늦었는지를 깨달았다.
'하루 하고도 반나절. 그동안 이 사람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
마당을 가로지르는 동안, 하인 몇이 도윤을 알아보고 길을 터주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과 함께 한 줌의 기대가 섞여 있었다. 마지막 희망이라도 붙잡으려는 눈빛이었다.
'다들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도윤은 그 시선들을 느끼며 어깨가 무거워졌다.
현관 앞에 다다랐을 때, 도윤은 서리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무릎을 세우고 앉아, 문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자세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똑같았다. 옷깃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마치 시간이 그 자리에서 멈춘 것처럼 앉아 있었다.
'변한 게 없다. 시간만 지났을 뿐.' 도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가섰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서리의 옆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입술이 마른 채 갈라져 있었고, 손끝은 무릎 위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고집스러움이 도윤의 가슴을 더 아프게 눌렀다.
'저 사람은 대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도윤은 그 물음을 삼키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러나 그 순간, 최고봉이 다시 그의 앞을 막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