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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괴어 퇴치 이후, 마을은 준호 얘기로 시끌시끌했다. 낚싯대로 C급 괴어를 잡았다는 소문이 퍼지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그 D급 모험가, 뭔가 이상해. 주막 손님들이 수군거렸다. 검사라던데 낚싯대는 왜 쓴대. 다른 손님이 맞장구쳤다. 내가 봤다니까. 부채로 몬스터를 쓸어버리더라.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까는 낚싯대라며. 처음 말한 손님이 되물었다. 둘 다래. 낚싯대도 쓰고 부채도 쓴대. 세 번째 목소리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무기가 몇 개야, 그 사람. 손님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얹었다. 준호는 그 소문을 애써 못 들은 척했다. 주막 구석 자리에 앉아 국밥을 뜨는 손이 조금 빨라졌을 뿐이다. 조용히 살고 싶은데 자꾸 눈에 띈다. 숟가락을 내려놓자마자 등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저기, 그 낚싯대 검사님 아니세요? 주막 주인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아닌데요. 준호가 짧게 대답하고 자리를 떴다. 다음 날부터 길드에는 이상하게 준호를 찾는 의뢰가 늘었다. [의뢰: 밭 해충 퇴치 - E급] [의뢰: 우물 분실물 회수 - E급] [의뢰: 지붕 위 고양이 구출 - E급] 게시판에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의뢰가 붙었다. 준호 지명 의뢰라니. 준호는 게시판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무슨 만능 심부름꾼이야. 하은이 게시판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준호 씨, 이거 같이 할래요? 하은이 밝게 물었다. 이거요? 준호가 게시판을 가리키며 물었다. 밭 해충 퇴치요. 저 혼자 하기엔 좀 부담스러워서. 하은이 웃으며 말했다. 해충 퇴치는 준호에게 별일도 아니었다. C급 괴어를 낚아 올린 사람한테 벌레 몇 마리가 대수겠는가. 가죠, 뭐. 준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밭에 도착하자 벌레떼가 잔뜩 붙어 있었다. 작물 잎사귀마다 새까맣게 들러붙은 벌레들이 꾸물거리는 모습이 영 유쾌하지 않았다. 이걸 다 어떻게 잡아요. 하은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준호는 검 대신 작은 부채를 하나 꺼냈다. 태호가 만들어준 물건이었다. 이걸로요? 하은이 고개를 갸웃했다. 한번 보세요. 준호가 부채를 휘둘렀다. 바람이 훅. 부채 바람에 벌레들이 한꺼번에 쓸려나갔다. 와, 대단해요. 하은의 눈이 반짝였다. 부채로 뭘 어떻게 한 거예요? 하은이 신기한 듯 물었다. 그냥 부채예요. 준호가 태연히 대답했다. 그냥 부채가 벌레떼를 다 날려요? 하은이 미간을 좁혔다. 세게 흔들었어요. 준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거짓말이 뻔했지만 하은은 더 캐묻지 않았다. [퀘스트 완료: 밭 해충 퇴치] 알림음이 조용히 울렸다. 수고했어요. 하은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다음은 우물 분실물이었다. 아이가 빠뜨린 반지를 찾는 일이었다. 우물가에는 훌쩍이는 아이와 그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부모가 서 있었다. 엄마가 준 반지인데. 아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준호는 우물가에 서서 잠시 생각했다. 검사한테 이런 게 왜 오는 거야. 낚싯대로 반지 낚는 검사가 세상에 어디 있어. 근데 그게 나잖아. 어쩔 수 없이 낚싯대를 다시 꺼냈다. 낚싯대 꺼내는 거 봤어요? 하은이 옆에서 팔짱을 끼며 물었다. 우물 파는 데 이거밖에 없어서요. 준호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줄을 내리자, 순식간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왔다. [낚싯대 반응 감지: 대상 포착] 벌써요? 하은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준호도 속으로는 흠칫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낚싯대를 당겼다. 줄을 당기자 반지가 매달려 올라왔다. 찾았어요. 준호가 반지를 흔들어 보였다. 아이의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 내 반지! 아이가 소리치며 달려왔다. 하은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낚싯대로... 하은이 중얼거렸다. 운이 좋았어요. 준호가 태연히 대답했다. 운이 좋아서 우물에서 반지를 세 초 만에 낚아요? 하은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준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은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존경 어린 눈빛이었지만, 동시에 뭔가 의심스러운 눈빛이기도 했다. 준호 씨, 예전부터 이랬어요? 하은이 물었다. 뭐가요. 준호가 되물었다. 이렇게 뭐든 다 잘하는 거요. 하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원래 좀 그랬어요. 준호가 웃으며 넘겼다. 그렇게 넘어가긴 했는데, 진짜로 뭐긴 뭐야. 시스템 창 하나로 뭐든 다 되는 몸이지. 아이 부모가 감사를 표하며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뭐라도 답례를 하고 싶은데요. 아이 엄마가 말했다. 괜찮아요. 의뢰비 받았잖아요. 준호가 손을 내저었다. 그래도, 정말요. 아이 엄마가 재차 말했다. 준호는 못 이기는 척 자리를 떴다. 이런 관심, 딱 질색인데. 길드로 돌아오자 서연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준호가 물었다. 마을 밖에서 낯선 사람이 왔어요. 서연이 낮게 말했다. 낯선 사람이요? 준호가 미간을 좁혔다. 떠돌이 상인이래요. 근데 자꾸 준호 씨 얘기를 물어보고 다녀요. 서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준호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제 얘기를요? 준호가 되물었다. 네, 그 낚싯대 얘기, 그리고 괴어 잡은 얘기도. 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뭘 물어보고 다녀요. 준호가 다시 물었다. 낚싯대가 어디서 났는지, 그리고 검사가 왜 낚싯대를 쓰는지. 서연이 하나씩 짚어가며 말했다. 그런 걸 왜 궁금해해요. 하은이 옆에서 끼어들며 물었다.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예요. 서연이 목소리를 낮췄다. 준호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마을 어귀에 낯선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마차 주변으로 화려한 천이 늘어져 있었고, 상인처럼 보이는 남자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옷차림부터가 이 마을 사람들하고는 딴판이었다. 비단인지 뭔지 모를 천으로 지은 옷, 손가락마다 낀 반지, 걸음걸이마저 여유가 넘쳤다. 저 사람이에요. 서연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준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를 살폈다. 딱 봐도 보통 상인은 아닌데. 남자의 시선이 순간 길드 창문 쪽을 향했다. 눈이 마주쳤다. 준호는 순간 몸이 굳었다. 남자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마치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준호는 그 웃음이 마음에 걸렸다. 저 사람 뭐예요. 하은이 준호 옆에 다가서며 물었다. 몰라요. 준호가 짧게 대답했다. 근데 왜 그렇게 봐요. 하은이 준호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준호는 대답 대신 창밖만 계속 바라봤다. 남자가 마차 쪽으로 몸을 돌리며 뭔가를 꺼내는 게 보였다. 작고 반짝이는 물건이었다. 저게 뭐지. 준호가 눈을 좁혔다. 거리가 멀어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어쩐지 익숙한 형태였다. 설마.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왜 자꾸 일이 커지는 거야. 준호의 시선이 남자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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