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관저의 대문은 크고 낡았다.
칠은 오래전에 벗겨졌다. 문고리는 녹이 슬어 손을 대면 붉은 가루가 묻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마당이 펼쳐졌다. 잡초가 무릎 높이까지 자라 있었다.
밤바람이 마당을 훑고 지나갔다. 잡초가 소리 없이 흔들렸다. 어디선가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렸다가 곧 끊겼다.
박정헌이 등불을 켰다.
불빛이 벽에 걸린 낡은 초상화를 비췄다. 누군가의 얼굴이었다. 젊었을 때의 최광호로 보였다. 지금은 그림 속 얼굴에 먼지가 켜켜이 앉아 있었다. 눈매만이 유독 선명했다. 마치 그림 속 사람이 아직도 이 방을 지켜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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