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체육관 스탠드는 이미 사람들로 빽빽했다. 형광등 조명이 코트 바닥을 하얗게 비추고 있었고, 그 빛 아래로 반사된 마루의 광택이 눈을 시리게 했다. 청림고 여자배구부의 지역 예선 경기, 상대는 작년 준우승 팀이었고, 관중석에는 학부모와 학생들, 그리고 몇몇 스카우터로 보이는 낯선 얼굴들까지 섞여 있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간간이 들렸고, 그 소리마다 렌즈가 향하는 방향은 언제나 한 곳, 코트 중앙이었다.
강서은은 코트에 서 있었다. 등번호 1번, 팀의 에이스, '은빛 탄환'이라는 별명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채로, 그녀의 표정은 여느 때처럼 차가웠고 흔들림 없었다. 땀에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붙어 있었지만, 그마저도 흐트러진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만큼 정갈하게 정리된 얼굴이었다. 관중석 어딘가에 도윤이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지만, 그쪽으로는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시선을 주지 않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의식처럼 굳어져 있었다.
1세트는 순조로웠다. 서은의 스파이크가 상대 블로킹을 뚫을 때마다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졌고, 공이 바닥에 닿는 소리는 짧고 날카롭게 체육관 전체를 울렸다. 그녀는 그 함성을 향해 옅게 웃어 보였는데, 그 웃음은 낮의 것도 밤의 것도 아닌, 오직 관중을 위한 세 번째 얼굴이었다. 입꼬리는 정확히 올라갔고, 눈은 그만큼 웃지 않았다.
문제는 2세트 중반부터였다.
상대 팀의 서브가 연속으로 서은 쪽 뒤 공간을 노렸고, 그녀는 그 서브를 받아내려다 발목이 살짝 꺾이는 걸 느꼈다. 큰 부상은 아니었다. 통증도 잠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몸보다 먼저 흔들린 건 그녀의 리듬이었다. 마치 정확하게 맞춰져 있던 톱니바퀴 하나가 아주 미세하게 어긋난 것처럼, 다음 동작들이 조금씩 늦어지기 시작했다.
다음 랠리에서 서은의 스파이크가 처음으로 네트에 걸렸다.
공이 네트 상단에 부딪히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관중석이 잠시 조용해졌다가, 곧 낮은 탄식으로 채워졌다. "강서은이 실수하네." 누군가의 목소리가 스탠드 너머에서 들려왔는데, 그 말이 서은의 귀에까지 닿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는 걸 코트 위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두 번째 실수는 세터의 토스가 살짝 어긋난 탓이었다. 서은은 무리하게 몸을 비틀어 공을 쳤고, 손끝에서 공이 벗어나는 감각이 평소와 달랐다. 공은 코트 밖으로 크게 벗어났다. 심판의 손이 올라갔다. 아웃.
"강서은 왜 저래." 스탠드 앞줄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여자배구부 후보 선수 중 한 명이었는데, 그 목소리에는 은근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 "에이스가 저 정도밖에."
옆에 있던 다른 학생이 낮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조용해진 체육관 안에서는 이상하게 또렷하게 퍼졌다.
서은의 표정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겉으로는.
하지만 그녀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유니폼 소매를 움켜쥐는 그 손가락의 움직임을, 벤치에 앉은 코치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관중석 가장 구석 자리에 앉은 도윤만은 놓치지 않았다. 도윤의 시선은 그 순간부터 코트가 아니라 오직 서은의 손끝에 고정되어 있었다.
세 번째 실수는 리시브였다. 상대의 강한 스파이크가 서은의 정면으로 날아왔는데, 그녀는 반사적으로 팔을 뻗었지만 공은 그대로 그녀의 팔을 튕겨나가 관중석 쪽으로 날아갔다. 실점. 공이 관중석 난간에 부딪히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고, 몇몇 관중이 놀란 듯 몸을 움찔했다.
"타임아웃!" 코치가 소리쳤다.
벤치로 돌아가는 서은의 걸음이 평소보다 느렸다. 시선은 바닥을 향해 있었고, 팀원들의 위로하는 손길에도 그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어깨를 두드렸을 때도, 누군가 물병을 건넸을 때도,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만 대답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그 압박이 처음으로 코트 위에서 균열을 드러내고 있었다.
벤치에 앉은 서은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수건 아래로 드러난 눈동자는 여전히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그녀의 무릎 위에 놓인 손이 유니폼 자락을 몇 번이나 접었다가 펴는 걸, 정작 그녀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관중석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계속됐다. "저러다 세트 내주는 거 아냐." "강서은도 별거 없네." 익명의 목소리들이 서은을 향한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던지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들이 그녀의 귓가에 어떤 무게로 쌓이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타임아웃이 끝나고 코트로 복귀하는 서은의 눈동자가 잠깐 관중석을 훑었다. 무의식적인 동작이었다. 그 시선이 정확히 도윤이 앉은 자리를 스쳤을 때, 두 사람의 눈이 정말로 마주쳤는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서은의 걸음이 그 순간 아주 잠깐 멈췄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발끝이 마루에 닿는 소리마저 한 박자 늦게 울렸다.
도윤은 그 짧은 멈춤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도윤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스탠드의 그늘 속에 반쯤 가려진 얼굴로는 아무도 읽어낼 수 없었다.
다음 랠리, 서은에게 다시 공이 올라왔다.
그녀는 도약했다. 하지만 그 도약의 타이밍이 평소보다 늦었고, 몸의 중심이 흔들렸다는 걸 느끼는 순간, 스파이크는 힘없이 상대 코트 앞줄에 떨어졌다. 블로킹조차 필요 없는 실수였다. 공이 바닥에 닿는 소리는 유난히 가볍게, 그리고 유난히 크게 들렸다.
스탠드 전체가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서은은 두 손을 늘어뜨린 채 코트 한가운데 서 있었는데, 그녀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텅 비어 보였다. 조명 아래 그녀의 그림자만이 길게 늘어져 마루 위에 드리워져 있었고, 그 그림자는 그녀가 서 있는 자리보다 훨씬 더 무거워 보였다.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코트 위 누구도, 관중석의 누구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