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환생했더니 최강 신수라니

3화

박현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균열은 더 크게 벌어졌다. 쩌적. 하늘 자체가 갈라지는 소리였다. 마치 거대한 유리판에 금이 가는 듯한, 귀를 찢는 파열음이었다. 그 틈으로 눈부신 자줏빛 기운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나는 그 빛을 보는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뭐야, 저건.) 지금껏 봐온 그 어떤 기운과도 달랐다. 색채부터가 이질적이었다. 붉지도, 푸르지도 않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빛깔. "전군 후퇴! 외곽 경계 병력부터 안전지대로!" 박현성이 목이 터져라 명령을 내렸다. 그의 목소리에도 처음 듣는 떨림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산맥 외곽에 배치되어 있던 하급 귀신병사들의 비명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으아아악!" "살려줘!" 비명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먼저 움직였다. 생각보다 몸이 앞섰다. "대장님!" 서준이 소리쳤지만 나는 이미 검을 뽑아 든 채 산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발끝이 붉은 돌바닥을 박찼다. 탁, 탁, 탁. 발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귓가에서 심장 박동 소리가 울릴 정도였다. (늦으면 안 돼.) 그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평소라면 눈에 담겼을 붉은 산세와 검붉은 나무들이, 지금은 그저 흐릿한 배경일 뿐이었다. 외곽 경계선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옥이었다. 자줏빛 기운의 폭풍이 산맥 봉우리 하나를 통째로 갈아엎고 있었다. 바위가, 나무가, 흙더미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고 있었다. 그 여파에 휘말린 귀신병사들이 형체도 없이 흩어지고 있었다. 비명조차 온전히 끝맺지 못하고 끊겼다. 서른 명 남짓한 하급 병사들이 그 폭풍의 가장자리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등을 보이며 뛰는 자,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자, 동료를 부축하며 절뚝이는 자. 하지만 폭풍의 확산 속도가 그들의 도주 속도보다 빨랐다. 거리는 좁혀지고 있었고, 그 간격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이쪽이다!" 나는 크게 소리치며 검을 휘둘렀다. 스아악. 검기가 뻗어나가 폭풍의 가장자리를 살짝 깎아냈다. 아주 미미한 효과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병사들이 도망칠 틈이 생겼다. 그 틈은 겨우 몇 걸음 분량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몇 걸음이 생사를 가르는 거리였다. "빨리! 뒤돌아보지 말고 뛰어!" 병사들이 하나둘 내 옆을 스쳐 안전지대로 달려갔다. 그중 한 명이 넘어질 뻔했다가, 다른 병사의 손에 이끌려 겨우 균형을 잡았다. 나는 그 모습을 곁눈으로 확인하며 다시 검을 고쳐 잡았다. 하지만 폭풍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스스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었다. (막아야 해. 시간을 벌어야 해.) 나는 자세를 낮추고 검을 고쳐 잡았다. 삼백 년간 갈고닦은 서른두 개의 초식. 그 전부를 쏟아부을 각오로 검을 들어 올렸다. 손끝에서부터 기운이 차오르는 감각이 느껴졌다. 첫 번째 초식.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베었다. 검기가 파도처럼 뻗어나가 폭풍의 표면과 부딪혔다. 쿠웅. 검기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마치 종잇장이 태풍 앞에서 찢기듯이. 손목이 뒤로 튕겨 나갈 뻔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어깨가 뻐근할 정도로 반동이 컸다. 두 번째 초식. 몸을 반 바퀴 돌리며 횡으로 베었다. 검기가 낫처럼 휘어지며 폭풍의 옆면을 스쳤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표면에 얕은 흔적만 남기고 사그라들었다. 세 번째 초식. 찌르기. 검끝이 폭풍의 중심을 향해 곧게 뻗었다. 하지만 그 끝은 마치 물속에 손을 담그듯, 아무런 저항 없이 빨려 들어가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숨 쉴 틈도 없이 초식을 이어나갔다. 발끝으로 지면을 박차고, 손목을 꺾고, 팔 전체를 회전시키며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같았다. 내 검기는 폭풍의 표면에 잠깐의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숨이 가빠졌다. 팔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이게, 고계 대능자의 힘이라는 건가.)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삼백 년 동안 화신경에서 정체되었던 나의 자질이, 이 압도적인 힘 앞에서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이, 이 폭풍 앞에서는 먼지처럼 하찮게 흩어지고 있었다. 폭풍이 조금씩 나를 향해 좁혀왔다. 뒤에서 아직 도망치지 못한 병사 몇이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젊은 병사들, 아직 취형경에도 온전히 이르지 못한 신참들이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이미 체념이 스며들어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뛰라고!" 나는 소리를 지르며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스릉. 검을 고쳐 쥐고, 서른세 번째 초식을 시도했다. 삼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완성하지 못한 그 초식을. 손목이 떨렸다. 검신에 담기는 기운이 미세하게 뒤틀렸다. 마치 검이 스스로 거부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이야, 지금이 아니면 안 돼.) 나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힘을 짜냈다. 단전 깊숙한 곳까지 뒤져 남은 기운을 전부 끌어올렸다. 검이 허공에서 궤적을 그렸다. 평소보다 훨씬 복잡하고, 훨씬 날카로운 궤적이었다. 검끝이 그리는 선이 마치 허공에 문자를 새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완성되지 않았다. 검기가 절반쯤 형태를 이루다가, 그대로 흩어져버렸다. 퍽. 그 반동으로 나는 뒤로 튕겨 나갔다. 등이 바위에 부딪혔다. 숨이 턱 막혔다. 시야가 잠깐 하얗게 흐려졌다. 폭풍은 이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자줏빛 기운의 열기 같은 것이 얼굴에 와닿았다. 뒤에 서 있던 신참 병사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누군가 낮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안 돼. 이대로면 다 죽는다.) 나는 온몸의 기운을 끌어모아 다시 검을 들었다. 팔이 후들거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폭풍이 마지막 거리를 좁혀오는 순간, 눈앞이 자줏빛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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