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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다음 날 아침,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도윤을 향해 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쏟아졌는데, 어제의 소란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걸 그 눈빛들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몇몇은 노골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훑어보았고, 몇몇은 짐짓 딴청을 부리며 옆자리 친구와 귓속말을 나누었는데, 그 낮은 소음이 마치 벌떼가 윙윙거리는 소리처럼 도윤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도윤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았고, 옆 분단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수군거림도, 누군가 몰래 찍은 어제의 영상이 벌써 반톡방에 돌고 있다는 사실도 애써 모른 척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운동장의 아침 햇살이 눈부실 정도로 맑았는데, 그 맑음이 오히려 지금 자신의 속과는 너무도 어긋난다는 생각에 도윤은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책상 위에 올려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그는 애써 무시하며 주먹을 한 번 쥐었다가 폈다. 서아는 평소처럼 교실 앞문으로 들어와 자리로 향했지만, 도윤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는 뭔가 말을 건네려는 듯 입을 열었다. "저기, 도윤아."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음 정도 높았고, 그 끝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마 서아 자신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윤은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뒤편의 사물함으로 걸어갔다. 그 무심한 행동 하나가 서아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완전히 지워버렸다는 걸, 도윤은 알면서도 알지 못한 척했다. 사물함 문을 열고 필요도 없는 책을 뒤적이며, 등 뒤로 느껴지는 서아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쉬는 시간마다 서아가 다가올 때마다 도윤은 화장실이나 매점으로 자리를 피했고, 점심시간에는 일부러 다른 반 친구와 급식을 먹으러 나갔으며, 체육 시간에는 조 편성에서 자연스럽게 그녀와 반대편으로 배정되도록 움직였다. 심지어 사물함 앞에서 서아와 마주칠 뻔했을 때는 일부러 반대 방향으로 돌아 계단을 두 번이나 오르내리기도 했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순간에도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10년 넘게 이어온 유년의 습관들을 하루 만에 전부 끊어내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쉬웠다는 사실이 오히려 스스로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끝났다.' 도윤은 몇 번이고 그렇게 되뇌었다.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서아를 향한 마음이 10년 넘게 쌓아온 무언가였다는 걸 알면서도, 그 전부가 단 한순간의 폭소와 함께 씻겨나갔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치 오래도록 애지중지 키운 화분을 어느 날 갑자기 창밖으로 던져버린 것처럼, 그 허탈함조차 낯설었다. 슬픔보다 먼저 찾아온 건 서늘한 무감각이었고, 그 무감각이 자신을 지켜줄 유일한 방패라는 걸 도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무너지면 안 된다고, 여기서 무너지면 정말 끝이라고, 그는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되풀이해 말했다. "야, 강도윤 표정 봐라, 완전 얼음이다." 뒷자리에서 누군가 낮게 속삭였다. "윤서아 쟤도 좀 심했지. 뭘 그렇게까지." 다른 목소리가 맞받았다. "근데 둘이 그렇게 붙어 다니더니 하루아침에 이게 뭔 일이냐. 나 완전 소름 돋았잖아." 세 번째 목소리가 낮게 웃음을 섞어 덧붙였다. 임하늘은 그 대화를 듣다가 서아 쪽을 흘깃 보았는데, 서아는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손끝으로 펜을 꽉 움켜쥔 모습이 평소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는데, 그건 서아가 화가 났을 때보다는 오히려 무언가를 참고 있을 때 보이는 버릇이라는 걸 하늘은 알고 있었다. "야, 서아야." 하늘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괜찮아?" "괜찮아." 서아가 짧게 대답했다. 목소리에는 평소의 밝음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안 괜찮은 얼굴인데?" "괜찮다니까." 서아가 다시 한번, 이번엔 조금 더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하늘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그저 서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는 것으로 대신했는데, 그 손길에도 서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교실 창밖, 운동장 스탠드 근처에서 이 모든 풍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한소율은, 도윤이 서아를 지나쳐 걸어가는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스스로 거리를 두어온 사이였지만, 그가 저렇게 완전히 얼어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건 처음 보는 일이었다. 늘 여유롭게 웃던 얼굴, 서아 앞에서만 유독 풀어지던 그 표정이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워져 있었다. 소율은 손에 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화면을 몇 번이나 켰다가 끄며 무언가 메시지를 적으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적지 못한 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건넬 자격이 있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고,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명치 어딘가를 답답하게 눌렀다. 그날 오후, 서아는 방과 후 도윤의 반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결국 그가 나오는 순간을 붙잡기로 마음먹었다. 복도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몇 번이나 시계를 확인했고, 지나가는 아이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자리를 뜨지 않았다. 더 이상 이렇게 무시당한 채로 넘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억울함과 뒤섞인 채 그녀의 가슴속에서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서아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 '설명이라도 들어야지, 이렇게 사람을 유령 취급하는 게 말이 돼?'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익숙한 실루엣이 복도로 걸어 나오는 순간, 서아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는 그 앞을 막아서듯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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