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구조선이 착륙한 건 정확히 2시간 11분 후였다.
착륙 신호가 뜨자마자 나는 손목 단말의 타이머를 껐다. '2시간 11분. 비콘 가동 시작부터 계산하면 2시간 47분.' 숫자를 되뇌는 동안 몸이 먼저 움직였다.
부상자 열일곱 명 중 여섯 명이 중증이었다. 나는 그들을 순서대로 실어 보내며 손목에 채워진 산소 포화도를 확인했다. 88, 91, 79. 79는 위험한 숫자였다. 나는 그 부상자를 가장 먼저 셔틀에 태웠다.
그렇게 여섯 번을 오가고 나서야 나는 도현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대피소 안에 없었다. 나는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를 넘어 밖으로 나갔다.
그는 대피소 밖, 무너진 창고 자리에 서 있었다.
창고는 이제 절반쯤 무너져 있었다. 철제 지붕이 한쪽으로 기운 채 겨우 버티고 있었고, 그 아래로 부서진 선반과 흩어진 통조림 캔들이 널려 있었다. 나는 그 잔해 속에서 도현의 뒷모습을 봤다.
그의 손에는 액자가 하나 들려 있었다. 대피소로 오기 전 창고 벽에서 봤던, 흐릿한 여자 사진이 담긴 액자였다.
액자의 유리는 금이 가 있었다. 사진 속 여자는 스물여덟 살쯤으로 보였고, 짧은 머리에 낡은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배경으로 보이는 건물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콜로니 광장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 사람이 지수예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액자를 품에 넣었다.
그의 투구는 여전히 벗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그 헬멧 안에서 흘러나오는 숨소리가 평소보다 거칠다는 걸 느꼈다.
"3년 전, 청림에 처음 왔을 때." 그가 말을 시작했다. "난 이름도, 얼굴도 다른 사람이었어. 서한울이 날 죽이려고 보낸 사람들 때문에 도망쳐야 했으니까."
나는 그 말에 숨을 삼켰다.
'서한울.'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손끝이 저릿했다. 협의회 기밀 문서에서 몇 번 스쳐 지나갔던 이름이었다. 그게 왜 지금 여기서 나오는지, 나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지수는 그때 이 콜로니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어." 그가 계속했다. "내 정체를 몰랐지만 물어보지도 않았어. 그냥... 받아줬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무너진 창고 지붕에서 철판 조각이 바람에 흔들리며 끼익, 하는 소리를 냈다. 나는 그 소리에 흠칫했지만 도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했어요." 내가 물었다.
"2년째 되던 해에." 그가 대답했다. "그리고 지난달, 이 콜로니에 처음으로 이상 신호가 잡히던 그 시점부터, 나는 뭔가가 오고 있다는 걸 알았어."
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떨렸다.
나는 그가 헬멧 아래로 고개를 숙이는 걸 봤다. 어깨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경고했어. 지수한테 다른 콜로니로 가라고. 하지만 지수는 안 갔어. 여길 떠날 수 없다고 했어. 여기가 자기 집이니까."
나는 그다음 문장이 무엇일지 이미 알 것 같았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의 옆에 조금 더 가까이 섰다. 발밑에서 깨진 유리 조각이 밟혀 바스락거렸다.
"보름 전, 첫 번째 소규모 정찰 강하가 있었어." 그가 말했다. "그때 지수가 죽었어. 내가 지키지 못해서."
짝!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그가 자신의 투구 옆면을 손바닥으로 세게 친 소리였다.
투구 표면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대피소 잔해 사이로 크게 울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손목을 잡으려 했지만, 그가 먼저 손을 내렸다.
"그날 이후로 난 힘을 안 썼어." 그가 말했다. "내가 그 힘을 썼으면 지수를 구했을 텐데, 그날은 겁이 나서 안 썼거든. 그래서 다시는 안 쓰기로 했어."
나는 그 말이 얼마나 뒤틀린 논리인지 알았지만, 지적하지 않았다.
'힘을 안 써서 지수가 죽었는데, 그래서 다시는 힘을 안 쓰기로 했다고?' 나는 그 문장을 속으로 세 번쯤 반복했지만, 어디에서도 논리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그건 벌이었다. 자기 자신에게 내리는 형벌 같은 거였다.
대신 그의 옆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람이 한 번 불었다. 창고 지붕에서 녹슨 못이 하나 떨어져 내 발치 옆에 박혔다. 나는 그것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다시 썼어요." 내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 그가 짧게 대답했다. "당신이 그 비콘 앞에서 쓰러졌을 때, 안 쓰면 죽겠다 싶었으니까."
그 말에 나는 뭔가 뜨거운 것이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걸 느꼈다.
'이 사람, 나 때문에 3년 만에 다시...' 나는 그 생각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목이 메어왔다. 나는 애써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멀리서 구조선의 엔진 소리가 조금씩 잦아드는 게 들렸다. 마지막 탑승 안내가 곧 나올 시간이었다.
구조선 승무원이 우리를 불렀다.
"강서은 특수요원, 마지막 탑승입니다." 승무원이 말했다.
승무원은 방호복 위에 붉은 완장을 차고 있었고, 손에는 인원 확인용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도현에게 잠깐 머물다가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도현을 돌아봤다.
"같이 가요." 내가 말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액자를 다시 한번 손끝으로 만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액자를 방호복 안쪽 주머니에 밀어넣는 손짓이 유난히 조심스러웠다. 나는 그 손짓을 보며 그가 3년간 이 콜로니에서 무엇을 지키며 살아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함께 셔틀에 올랐다. 셔틀 안은 이미 부상자들로 가득했고, 산소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숨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청호함으로 돌아가는 셔틀 안에서, 한도영 함장의 목소리가 통신으로 들려왔다.
통신기에서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잠깐 섞이더니 곧 또렷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강서은 특수요원, 도착 즉시 브리핑실로." 함장이 말했다. "그리고 그 청림 생존자, 이도현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자도 함께 데려와."
나는 그 이름을 듣고 옆에 앉은 그를 바라봤다.
셔틀의 좁은 좌석 사이로 그의 무릎이 내 무릎에 닿아 있었다. 그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듯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도현." 내가 그 이름을 되뇌었다. "그게 진짜 이름이에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투구 안에서 낮은 숨소리만 흘러나왔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가 침묵으로 답할 때는 그게 답이라는 걸, 나는 이미 지난 몇 시간 사이에 배웠다.
셔틀이 청호함 도킹베이로 진입하는 동안 창밖으로 콜로니 잔해가 점점 작아지는 게 보였다. 무너진 창고, 부서진 대피소, 그리고 그 아래 어딘가 지수라는 여자가 묻혀 있을 자리까지.
청호함 도킹베이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낯선 사람 셋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걸 봤다.
정장을 입은 남자 하나, 그 옆에 선 협의회 마크가 새겨진 홀로그램 단말. 그리고 그 단말 위로 떠오른 문구.
정장을 입은 남자는 40대 후반쯤 보였고, 검은 넥타이에 협의회 배지를 달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했다.
'긴급 청문회 소집 - 청림 콜로니 사건 관련.'
나는 그 문구를 보며, 방금 셔틀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이제 곧 협의회 전체 앞에서 다뤄질 거라는 걸 직감했다.
도킹베이의 조명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나는 도현의 팔을 슬쩍 붙잡았다. 그는 여전히 투구를 벗지 않은 채였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며 입을 열었다.
"이도현 씨." 그가 말했다. "협의회 조사국에서 나왔습니다.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요."
나는 그 말투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확인이라는 말이 이렇게 무겁게 들릴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이도현이 그 자리에서 무엇을 잃게 될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