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그날 저녁, 나는 도시 외곽의 작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당 안은 좁았고 낡은 테이블 여섯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국물 냄새가 진하게 퍼졌고, 벽에 붙은 낡은 메뉴판 글씨는 반쯤 지워져 있었다.
주변 손님들의 대화 소리가 낮게 웅웅거렸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뜨는 소리,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 그 사이로 낮은 웃음소리가 섞여 들었다.
나는 구석 자리에 앉아 벽에 걸린 텔레비전을 무심히 바라봤다.
화면 속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제 밤 강변 근처에서 목격된 이형체에 대한 신고가 다시 접수되었습니다. 관계 당국은 몬스터 등급 분류를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순간 숟가락을 든 손이 멈췄다.
(몬스터… 등급이라고)
화면 속 앵커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마치 매일 반복되는 일상 뉴스를 전하듯, 억양의 굴곡조차 없었다.
(저게 뉴스에 나올 정도로 흔한 일이라는 건가)
주변 손님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
한 남자가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또 저 동네야. 요즘 자주 뜨네."
다른 손님이 맞장구쳤다.
"관리국에서 처리한다니까 뭘 걱정해."
옆 테이블의 노인이 낮게 혀를 찼다.
"3등급까진 알아서 잡아준다지만, 그 이상 뜨면 대피 방송 뜨는 거 몰라?"
"에이, 이 동네에 무슨 3등급 이상이 뜨겠어요."
그들의 말투에는 두려움 같은 건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그 대화를 들으며 밥을 삼켰다.
밥알이 유난히 목에 걸리는 느낌이었다.
(이 세계는… 몬스터라는 게 실제로 있는 곳인가)
(그것도 등급까지 나눠서 관리한다는 거고)
이차현실의 규칙에 대해 다래가 전부 말해주지 않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신체가 좋아진 것도, 후각이 예민해진 것도 다 이거랑 관련 있는 건가)
(그러면 나도… 저런 이형체를 만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나는 애써 그 감각을 밀어내며 남은 국물을 마셨다.
식당 주인은 별다른 표정 없이 그릇을 치우고 있었다.
마치 뉴스 속 이야기가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먼 나라 소식인 것처럼.
계산을 마치고 식당 문을 밀었다.
문에 달린 작은 종이 딸랑, 소리를 냈다.
식당을 나서니 밤공기가 차가웠다.
골목 사이사이로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져 있었고, 그 아래로 사람들이 종종 지나갔다.
멀리서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음악 소리가 뒤섞였다.
나는 정호가 준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선율타워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주머니 속 열쇠는 차가웠고, 손끝에 닿는 감촉이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
(오늘은 그냥… 건물만 보고 가자)
(안에 들어가는 건 내일부터 해도 늦지 않아)
걸음을 옮길수록 거리의 소음이 점점 잦아들었다.
상점가를 지나자 주택가 골목이 이어졌고, 인적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선율타워는 생각보다 높았다.
고개를 완전히 젖혀야 꼭대기가 보일 정도였다.
외벽은 짙은 회색이었고, 로비 유리문에 붉은 조명이 은은하게 비쳤다.
그 붉은빛이 유리 표면에 번져 마치 물결처럼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 건물을 올려다봤다.
33층 어딘가에 불이 켜진 창문이 보였다.
그 창문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게 잠깐 스쳐 지나간 것 같기도 했다.
(저기가… 내가 살 곳인가)
(생각보다 실감이 안 나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건물을 바라봤다.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멀리서 벌레 우는 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평온한, 아무 일 없는 밤이었다.
그때, 등 뒤에서 작은 실랑이 소리가 들렸다.
"놔! 놔줘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짙게 묻어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골목 안쪽,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자리에 한 남자가 아이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남자는 검은 외투를 입고 있었고, 등이 살짝 굽은 자세였다.
남자의 눈이 이상하게 붉게 빛났다.
(저건… 사람이 아니야)
남자의 그림자가 벽에 비칠 때, 형태가 사람의 것과 어긋나 있었다.
가로등 빛이 흔들릴 때마다 그림자의 윤곽도 함께 삐걱거리는 듯 일그러졌다.
어깨 부근에서 뭔가 뾰족한 것이 삐죽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다.
아이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려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움직였다.
"거기서 뭐 하는 겁니까!"
소리를 지르며 뛰어들었다.
발밑에서 자갈이 밟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순간 눈이 마주쳤는데, 그 붉은 눈동자 속에 아무 감정도 없었다.
마치 유리구슬을 박아 넣은 것 같은, 텅 빈 시선이었다.
(이거… 위험한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손끝이 저릿할 정도로 아드레날린이 퍼졌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나는 아이의 팔을 붙잡은 남자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
퍽.
예상보다 훨씬 강한 힘이 손끝에서 터졌다.
나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내 몸이… 이 정도였나)
남자가 뒤로 밀려나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그 신음소리는 사람의 것이라기엔 지나치게 낮고, 짐승의 울음 같은 여운이 섞여 있었다.
"괜찮아요? 빨리 도망가세요!"
나는 아이 쪽을 향해 소리쳤다.
아이는 울먹이며 골목 밖으로 뛰어갔다.
작은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걸 들으며 나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아이가 무사히 큰길로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안도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남자의 그림자가 갑자기 부풀어 올랐다.
(뭐야… 커지잖아)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의 형체가 순식간에 두 배로 커졌다.
남자의 몸이 뒤틀리며 형체가 변했다.
옷 속에서 뭔가 부풀어 오르는 듯한 소리가 났고, 관절이 꺾이는 것 같은 둔탁한 소리가 뒤따랐다.
등에서 뭔가 검붉은 뼈 같은 돌기가 솟아났고, 손톱이 길게 자라났다.
살갗이 갈라지듯 검붉은 색으로 물들어갔다.
숨이 턱 막혔다.
"…씨."
나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발뒤꿈치가 벽돌에 걸려 잠시 균형이 흔들렸다.
몸이 전보다 좋아졌다는 걸 알았지만, 저 존재를 상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도망쳐야 하나… 저놈이 사람들 쪽으로 가면 어떻게 되지)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혔다.
그 괴물이 낮게 그르렁거리며 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바닥이 쿵 하고 흔들렸다.
발밑의 흙과 자갈이 미세하게 튀어 올랐다.
(도망쳐야 해… 아니, 저 아이가 아직 근처에 있으면)
머릿속에서 두 가지 판단이 서로 부딪혔다.
큰길 쪽을 살짝 살폈지만 아이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럼 최소한 이놈을 여기서 붙잡아야 해)
나는 이를 악물고 자세를 낮췄다.
손끝이 떨렸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괴물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정확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선 속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마치 사냥감을 앞에 둔 짐승의 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바람이 골목 사이로 스며들며 낮게 휘파람 소리를 냈다.
그 소리마저 이 순간에는 낯설게 들렸다.
괴물의 손톱 끝에서 검붉은 액체 같은 것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투욱.
바닥에 떨어진 그것이 아스팔트를 태우듯 지글거리는 소리를 냈다.
(저게… 닿으면 안 되는 거구나)
온몸의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섰다.
괴물이 다시 한 걸음, 천천히 다가왔다.
거리는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