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노예인데 보물을 주웠다니

3화

그날 밤, 서준은 여느 때처럼 물동이를 정리하고 오두막의 작은 방에 몸을 뉘였으나, 낮에 보았던 방수의 미소가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방수가 오두막을 알아냈다는 사실이 마음 한구석을 짓눌렀고, 그 미소 속에 담겨 있던 어떤 계산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에, 서준은 이불을 덮은 채로도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창호지 문 너머로 겨울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는 몇 번이나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눕기를 반복했으며, 그럴수록 정신은 오히려 더 또렷해져만 갔다. 자정이 넘어갈 무렵, 바깥에서 개 짖는 소리도 없이 조용한 발걸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는데, 그 발걸음은 마치 눈을 밟지 않으려 애쓰는 듯 지나치게 조심스러워서, 오히려 그 조심스러움이 서준의 신경을 더욱 곤두서게 만들었다. 서준이 몸을 일으켜 문틈으로 밖을 살피자, 달빛 아래 방수의 그림자가 오두막 마당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그의 손에는 서준의 물건을 뒤지려는 듯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다. 달빛이 그 칼날에 부딪혀 차갑게 반사되는 순간, 서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방수는 낮에 보였던 그 여유로운 웃음기를 완전히 지운 얼굴로, 마치 사냥감의 자취를 쫓는 짐승처럼 낮은 자세로 마당을 훑고 있었다. "이놈, 어디 있느냐." 방수는 낮게 중얼거리며 헛간 쪽으로 향했으나, 그 안에서 잠들어 있던 양부 이택수가 인기척에 눈을 뜨고 말았다. 이택수는 늙은 몸으로도 잠귀가 밝은 사람이었으나, 그것이 오히려 화를 부르고 말았다. "거, 거기 누구요!" 이택수의 놀란 목소리가 마당을 울리자, 방수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몸을 돌리며 노인의 목덜미를 향해 단검을 겨누었다. 그 짧은 순간, 방수의 눈빛에는 살의라기보다는 성가심에 가까운 냉정함이 스쳐 지나갔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 무서운 것이었다. 그 순간 서준의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몸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듯 끓어올랐고,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방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맨발이 얼어붙은 마당의 눈을 밟았으나 차가움조차 느껴지지 않았으며, 오직 이택수의 목덜미에 겨눠진 칼끝만이 그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쐐액! 방수의 단검이 이택수의 목을 스치기 직전, 서준의 손이 마치 벼락에 이끌린 듯 뻗어나가 그의 팔뚝을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품속의 천연보전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허공에 낯선 문자가 떠올랐다. 『에너지값 소모 : 3, 하급 무공 「탄지신공彈指神功」 발현』 서준의 손끝에서 무형의 기운이 튕겨 나가며, 마치 팽팽하게 당긴 활줄이 튕기는 것 같은 힘으로 방수의 팔꿈치를 강타했다. 뻐걱! 뼈가 꺾이는 소리가 마당에 울렸고, 방수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쳤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고통으로 일그러졌으나, 그 눈동자 속에는 놀라움보다 오히려 분노가 먼저 차올랐는데, 이는 자신이 겨우 이런 애송이의 손에 당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 새끼가……" 방수가 팔이 꺾인 채로도 이를 갈며 낮게 내뱉었다. 그러나 그는 그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남은 손으로 단검을 고쳐 쥐고 서준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는데, 그 순간 서준의 몸이 저도 모르게 반응하며 다시 손을 뻗었다. 머릿속에서는 아무런 계산도 없었고, 오직 몸이 먼저 움직였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그의 손끝이 방수의 목젖을 정확히 짚었다. 퍽! 짧고 건조한 소리와 함께 방수의 몸이 힘없이 무너져내렸고, 마당에는 오직 그가 쓰러지며 흩날린 흙먼지만이 자욱하게 일었다. 잠깐이었으나 그 정적은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으며, 헛간 안의 이택수도, 마당에 선 서준도, 그리고 눈밭에 쓰러진 방수도 모두 그 순간만은 시간이 멈춘 듯 움직이지 않았다. 서준은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는데, 그것이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 그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방수의 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마당의 눈을 붉게 적시고 있었으며, 그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숨이 막혀왔다. 처음으로 사람의 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그의 손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다리가 후들거려 그대로 무릎을 꿇을 뻔했다. 방수의 얼굴에서 조금 전까지 이글거리던 분노의 빛이 사라지고, 이제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공허함만이 남아 있는 것이 서준의 눈에 들어왔다. "서, 서준아." 이택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으나, 서준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눈밭에 쓰러진 방수의 텅 빈 눈동자에 박혀 있었다. 이택수가 절뚝이는 걸음으로 다가와 서준의 어깨를 흔들었을 때에야 비로소 서준의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으나, 그 순간에도 그의 눈은 여전히 시체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달은 이미 서편으로 기울어 있었고, 마당의 눈은 핏빛으로 얼어가는 중이었다. 바람이 한 번 불어와 헛간 지붕 위에 앉아 있던 까마귀 한 마리를 날려 보냈는데, 그 날갯짓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온 것은 마당을 뒤덮은 정적이 그만큼 무거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준은 그날 밤, 자신이 딛고 있던 세상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져내렸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인간이 처음 넘는 선은 언제나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이었다. 그리고 그 강 너머에서, 서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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