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차가운 돌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왔다.
유이슬은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었다. 손목에 채워진 오랏줄이 살갗을 파고들었지만, 그 통증조차 이제는 무감각했다. 감방 안은 어두웠다. 창살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만이 유일한 빛이었다.
곰팡이 냄새.
오래된 돌 틈에서 나는 습기.
그리고 그 위로, 낯선 향이 섞여들었다.
침향이었다. 궁궐에서만 쓰이는 귀한 향. 그 향이 점점 짙어졌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발소리는 일정했다. 서두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흐트러짐이 전혀 없는 절도가 배어 있었다. 유이슬은 고개를 들었다.
쇠창살 너머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키가 크고, 자세가 흐트러짐 없이 곧았다. 걸음걸이에는 절도가 있었지만 서두르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마치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사람의 걸음이었다.
병사들이 일제히 부복했다. 갑옷이 부딧치는 소리, 창끝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짧게 이어지다 멈췄다.
왕태자 이헌이었다.
그의 옷자락에서는 은은한 향이 풍겼고, 걸음마다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그는 감방 앞에 서서 유이슬을 내려다보았다. 눈빛에는 호기심도, 동정도 없었다. 그저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한 냉정한 시선만이 있었다.
유이슬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겁이 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손끝은 이미 차가워져 있었다.
"네가 유이슬이냐."
목소리는 낮았고, 억양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이미 답을 알고 묻는 질문 같았다.
"그렇습니다."
"어머니를 치유했다고 들었다."
"명하신 대로 하였습니다."
이헌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 동작 하나에도 절제된 무게가 있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침묵이 감방 안을 채웠다. 병사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
유이슬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로 보았다.
"저는 마마를 해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
그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그 안에는 이미 수십 번 들었을 법한 지친 기색이 배어 있었다.
그는 병사에게 손짓해 감방 문을 열게 했다. 자물쇠가 돌아가는 소리, 쇠가 쇠에 부딪는 소리가 좁은 공간 안에 울렸다. 문이 열리자 그는 안으로 들어와, 그녀와 눈높이가 비슷해질 만큼 몸을 낮췄다.
가까이서 보니, 그의 눈은 냉담하다기보다는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듯한 눈이었다. 눈동자 깊은 곳에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그것이 분노인지, 슬픔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유이슬은 알 수 없었다.
가까이서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침향 냄새가 더 진하게 코끝을 스쳤다.
"치유의 힘을 가졌다고 들었다.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그 힘으로 사람을 해할 수도 있느냐."
유이슬은 잠시 망설였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질문의 의도를 가늠하려 했지만, 이헌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힘은 쓰는 사람의 뜻대로 갑니다. 저는 낫게 하는 것 외에는 배운 것이 없습니다."
"배운 것이 없다는 말은 곧,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뿐이라는 말이지."
그 말에는 묘한 뒤틀림이 있었다. 마치 그녀의 대답 속에서 다른 뜻을 찾아내려는 것 같았다.
"제가 아는 유일한 힘은 낫게 하는 힘입니다."
이헌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시선이 유이슬의 손목, 그리고 등 쪽으로 옮겨갔다. 매질로 생긴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그도 눈치챈 듯했다.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유이슬은 그 시선의 무게를 느꼈다. 마치 살갗 위에 손가락을 대고 상처의 흔적을 더듬는 것 같았다.
"매를 맞았는데 상처가 없구나."
"…… 낫게 했습니다."
"스스로."
"네."
"편리하구나."
그 말에는 날이 서 있었다. 유이슬은 그 말 안에 숨은 뜻을 읽어내려 했지만, 이헌의 표정은 여전히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병사 하나가 창을 고쳐 쥐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감히 끼어들지 못했다.
유이슬은 숨을 짧게 들이켰다. 그리고 지금까지 억눌러 왔던 질문을, 마침내 입 밖으로 꺼냈다.
"전하께서는 진짜 사인을 알고 계십니까."
그 질문이 나오자, 이헌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눈꺼풀이 살짝 떨렸고, 시선이 아주 잠깐 옆으로 미끄러졌다. 하지만 유이슬은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본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감히 왕태자에게 되묻는 것이냐."
그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그러나 그 높아진 목소리 안에도, 무언가를 감추려는 조급함이 배어 있었다.
"죄를 뒤집어쓰기 전에, 적어도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이슬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두려움보다 앞선 것이 있었다.
이헌은 잠시 그녀를 응시했다. 그 침묵이 길었다. 감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저 멀리 복도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똑, 똑,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그러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무릎을 펴는 동작 하나에도 절도가 있었다.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진실은 이미 정해져 있다. 어머니는 죽었고, 그 전날 마지막으로 손을 댄 사람은 너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라 순서일 뿐입니다."
유이슬의 대답에 이헌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아주 미세한 반응이었지만, 유이슬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순서가 곧 죄가 될 때도 있다."
그 말은 마치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는 감방 문을 향해 돌아섰다. 그의 등은 여전히 곧았다. 그러나 유이슬은 그 등에서 어떤 균열을 본 것 같았다. 아주 얇은 실금 같은 것.
"내일 정식으로 문초가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 있어라. 죽어버리면 재미가 없으니."
그 말을 남기고 그는 자리를 떠났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병사들이 다시 예를 갖추는 소리가 이어지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침향의 냄새도 서서히 흐려지다가, 결국 다시 곰팡이와 습기의 냄새만이 감방 안을 채웠다.
유이슬은 그가 떠난 자리를 오래 응시했다. 문이 다시 잠기는 소리, 자물쇠가 걸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이헌의 눈에서 본 그 짧은 흔들림. 그것은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진짜 사인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그것을 그녀에게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었다.
왜일까. 무엇을 감추려는 것일까.
유이슬은 무릎을 끌어안았다. 오랏줄에 묶인 손목이 다시 아팠다. 그러나 그 통증보다 더 깊은 곳에서 다른 것이 그녀를 괴롭혔다. 억울함, 그리고 그보다 더 짙은 의문.
왕비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그날, 유이슬은 왕비의 손을 잡고 치유의 힘을 흘려보냈다. 왕비의 얼굴에서 고통이 사라지고, 편안한 숨소리가 돌아왔던 것을 분명히 기억했다. 그런데 다음 날, 왕비는 죽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유이슬의 힘으로는 알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녀가 방을 나선 후, 그 밤 사이 왕비의 처소에서 벌어진 일. 그것을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자리에 있던 이들뿐이었다.
이헌은 그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아니, 확신했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던 그 순간, 유이슬은 분명히 보았다. 그것은 단순한 의심이나 분노가 아니었다. 무언가를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자의 눈빛이었다.
밤이 깊어졌다.
감방 안은 다시 완전한 침묵에 잠겼다.
유이슬은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일 있을 문초가, 자신의 운명을 바꿀 첫 번째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예감만이 가슴 깊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