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짝사랑 도청당한 악역 영애

3화

"흥미로운 재판이군요." 이현의 목소리는 낮았고, 그 낮은 목소리가 강당 전체에 이상하게 선명히 퍼졌다. 나는 순간 어깨가 굳었다. 저 톤, 저 표정. 삼 년을 게임 속에서, 그리고 지금 이 몸으로 다시 삼 년을 살면서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원작에서 이현은 이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아는 대본에서는. "다들 은하에 대해 참 많이 아시는군요. 저보다도 더." 웃는 것 같은데 웃는 게 아니었다. 나는 그 미묘한 차이를 캐치했다. 삼 년간 옆에서, 아니 정확히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본 짬이 있어서. "전하, 저희는 그저 사실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영애께서 냉정하시다는 건 다들 아는—" "그럼 이건 아시나요." 이현이 말을 끊었다. 부회장이라는 애 얼굴이 순간 하얗게 변했다. 나는 그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 조금 고소했다. 나만 죽어나가는 재판장이 아니었구나, 하는 이상한 안도감. "은하가 매일 밤 자기 전에 제 이름을 부르며 잠든다는 것." 뭐라고? 내 심장이 그 자리에서 멎었다. 정말로 멎은 줄 알았다. 심장이 멎으면 사람이 죽는다던데 나는 안 죽고 그대로 서 있었으니 아마 멎은 게 아니라 그냥 미친 듯이 빨리 뛰어서 감각이 안 잡힌 거였을 거다. "그, 그런 걸 어떻게—" "제 귀걸이가 알려주더군요." 이현이 자기 왼쪽 귀에 걸린 작은 은빛 장신구를 툭 건드렸다. 저거, 저 귀걸이. 늘 하고 다니던 그 심플한 장식품. 학술원 다닐 때도, 무도회에서도, 심지어 검술 수업 때도 항상 걸고 있던 그거. 나는 그게 그냥 패션인 줄 알았다. 무슨 사극 드라마 소품인 줄 알았다고. "이건 감정 공명석이라는 마법 도구입니다. 착용자와 연결된 특정 인물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죠. 저는 이걸 오래전부터 착용해왔습니다." 강당 안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경보음이 울리는데 몸은 그대로 석고상이 되어 있었다. 연결된 특정 인물이라니. 그게 나라는 소리인가. 설마, 아니지, 설마가 아니라 확실히 나겠지. 이 상황에서 아니면 뭐가 더 있어. "언제부터, 얼마나 오래." 내 목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계획에도 없던 대사였다. 나는 원래 이 재판에서 끝까지 냉정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적당히 우아하게 반박 몇 개 던지고 끝낼 예정이었는데. 지금 대본이 통째로 날아가고 있었다. "십 년 전부터." 십 년. 십 년 전이면, 내가 이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그 즈음이었다. 냉혈 악역 서은하를 연기하기로 결심한 그 시점. 눈물 콧물 다 짜면서 다이어리에 '표정 관리 필수. 절대 웃지 말 것. 절대 흔들리지 말 것.'이라고 써놓았던 그날 밤부터. "그럼 지금까지 제, 제 감정을···" "전부." 짧고 단호한 대답. 이현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나를 정면으로 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조롱이나 승리감 같은 게 없었다. 그냥, 뭔가 오래 참아온 사람의 눈빛이었다. 벼르고 벼르다가 마침내 뚜껑을 딴 사람의 눈빛. 망했다. 진짜로 망했다. 십 년 동안 내가 냉정한 척하면서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 인간이 다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밤마다 이불 뒤집어쓰고 혼자 실실 웃던 것도, 그가 웃을 때마다 심장이 쿵쿵거려서 억지로 표정 관리했던 것도, 자기 전에 오늘 그가 나한테 건넨 말 한 마디를 세 번씩 곱씹으며 잠들었던 것도, 심지어— 아니 잠깐, 설마. 설마 그것도? 머릿속으로 십 년치 기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이거는 무슨 핸드폰 갤러리 자동 재생 기능 같은 거였다. 보고 싶지 않은데 보이는. 지우고 싶은데 지워지지 않는. "전하, 이게 지금 무슨 말씀이신지 저희로서는 이해가—" "조금만 더 들어보시죠." 이현이 부드럽게, 그러나 절대 물러날 생각 없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냉혈하다고 몰아세운 이 사람이, 실제로는 어떤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나는 그 순간 강당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다리에 힘을 줬는데도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걸 두고 몸이 배신했다고 하는 건가. 심장은 미친 듯이 뛰는데 발은 땅에 붙박여 있고, 손끝은 차가운데 얼굴은 뜨겁고. 몸 전체가 지금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였다. 이현이 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고, 그의 입가에 처음으로 진짜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순간 이 상황이 위기라는 것도 잊어버렸다. 이건 반칙이다. 사람이 저렇게 웃으면서 남의 인생을 무너뜨리면 안 되는 거잖아. "오 년 전 어느 날, 은하는 제가 검술 수업 중 넘어지는 걸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하는 넘어져도 귀엽구나' 라고요." 강당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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