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철문 너머로 발을 들여놓은 순간, 하진우는 숨을 멈췄다.
그곳은 회색빛 공간이었다.
하늘도 없었고 태양도 없었다.
낮과 밤의 구분조차 흐릿했다.
바닥은 딱딱한 돌처럼 보였지만 밟을 때마다 미세하게 진동했다.
멀리서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공기부터 달랐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코끝이 시큰거렸다.
어딘가에서 썩은 흙냄새 같은 것이 밀려왔다.
'여기가... 이면서울 지하빌.'
이름만 들어봤던 곳이었다.
직접 발을 들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담당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류철을 넘기며 그를 훑어봤다.
"채집기 수령 확인하셨죠? 안전 교육은 영상으로 다 보셨을 테고."
"네, 봤습니다."
"1층은 그나마 안전한 편입니다. 조심만 하시면 됩니다."
말투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수백 번은 반복했을 문장이었다.
"저기, 혹시 위험한 생명체 같은 게 나오면..."
"매뉴얼대로 하시면 됩니다. 도망치거나, 신고 버튼을 누르거나."
담당자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등을 밀었다.
간단했다.
너무 간단해서 불안했다.
조심만 하면 된다는 말이 얼마나 허무한지, 그는 곧 알게 됐다.
채집기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다.
그 빛이 닿는 곳마다 벽면에서 회백색 결정이 반짝였다.
하진우는 손을 뻗어 첫 결정을 떼어냈다.
툭.
작은 조각이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크기는 손톱만 했고, 무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돈이 된다고?'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이런 걸 캐러 지하빌까지 내려왔나 싶었다.
하지만 통장 잔고를 떠올리면 웃을 처지가 아니었다.
그는 결정을 하나씩 채집기 통에 넣으며 걸음을 옮겼다.
벽을 따라 이어진 통로는 좁았고, 천장은 머리가 닿을 듯 낮았다.
걸음을 옮길수록 결정이 늘어났다.
채집기 통 안에서 짤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런데.
앞쪽 통로 어둠 속에서 낮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으르릉-
하진우는 걸음을 멈췄다.
발끝부터 등줄기까지 서늘한 기운이 훑고 지나갔다.
채집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 하나가 천천히 떠올랐다.
외눈이었다.
생김새는 중형견과 비슷했지만, 피부는 검붉게 갈라져 있었다.
입가에서 검은 침이 뚝뚝 떨어졌다.
'개...?'
떨어지는 침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지익, 하는 소리가 났다.
돌이 녹는 소리였다.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생명체가 튀어 올랐다.
콰악!
하진우는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굴렸다.
어깨가 바닥에 부딪혀 불이 붙듯 아팠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폐가 통째로 짜부라진 것 같았다.
'죽는다...!'
숨이 턱 막혀왔다.
생명체는 곧바로 방향을 틀어 다시 달려들었다.
발톱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귀를 찢을 듯 울렸다.
하진우는 채집기를 방패처럼 앞으로 내밀었다.
콰직!
채집기가 단번에 부서졌다.
손목에 날카로운 통증이 퍼졌다.
부서진 파편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뺨에서 뜨거운 것이 흘렀다.
'이대로 죽는 건가.'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일어설 수도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었다.
그동안 살아온 시간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생명체의 이빨이 그의 목덜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침이 뚝뚝 떨어지는 그 입이, 눈앞에 클로즈업되듯 크게 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터져 나왔다.
번쩍!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하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팔을 들어 앞을 막았다.
쾅!
생명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튕겨 나가 벽에 처박혔다.
돌벽이 움푹 파일 정도의 충격이었다.
먼지와 돌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정적이 흘렀다.
귀가 멍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진우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숨이 거칠게 오갔다.
'뭐지... 방금 그건.'
손을 내려다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빛도, 힘도, 흔적도.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분명 무언가가 손끝을 타고 빠져나간 느낌이었는데, 흔적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저 심장만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설마... 내가 한 건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신은 그저 팔을 들었을 뿐이었다.
아무런 스킬도, 능력도 없는 그저 신입 채집꾼이었다.
벽에 처박혔던 생명체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으르릉...
낮은 소리가 목구멍 깊은 곳에서 흘러나왔다.
붉은 외눈이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몸을 부르르 떨며 자세를 낮췄다.
다시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 온다.'
하진우는 뒷걸음질 쳤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발밑에 부서진 채집기 조각이 밟혀 부스럭거렸다.
방금 자신을 구한 그 힘이, 다시 나타날지 확신할 수 없었다.
팔을 들어봤다.
아무 느낌도 없었다.
그저 팔이었다.
생명체와의 거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등 뒤로는 좁은 통로 벽뿐, 도망칠 곳도 없었다.
하진우는 숨을 삼켰다.
'제발...'
붉은 외눈이 번뜩였다.
생명체가 다시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