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다음 날 아침, 교실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야, 뉴스 봤냐. 누군가 휴대폰을 흔들며 소리쳤다.
그 하늘에 구멍 났다는 거? 다른 애가 되물었다.
나도 봤어, 진짜 미쳤던데.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너네 그거 CG 아니냐. 누군가 반박했다.
CG면 전국이 다 같이 CG 봤겠냐. 곧바로 반박이 돌아왔다.
교실 앞뒤로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꺼졌다 했다. 다들 같은 영상을, 같은 뉴스를 돌려보고 있었다.
서준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어제 봤던 그 균열이 이제는 뉴스 속보에 실려 있었다.
[속보] 전국 각지에서 하늘에 균열 현상 관측. 기상청, 원인 불명.
휴대폰 화면 속 앵커의 목소리가 딱딱했다.
정부는 이 현상을 마소 출현이라 명명하며, 국민들에게 과도한 불안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소.
그 단어가 화면에 뜬 순간 서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결국 시작이네.
전생의 기억 속에서 그 단어는 재앙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마소가 세상에 스며드는 날, 균열이 열리고, 그 균열 너머로 게이트가 생긴다. 그리고 게이트 안에서 던전이라 불리는 공간이 자라난다.
딱 3주였지.
서준의 기억이 정확했다면, 첫 게이트가 완전히 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3주. 그 안에 준비를 끝내야 했다.
무기도 없고, 스킬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채로.
빈손이지, 완전히.
그래도 남들보다 먼저 안다는 게 얼마나 큰 차이인지, 서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교실 앞문이 벌컥 열렸다.
담임이 들어와서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담임 역시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손이 살짝 떨리고 있는 게 보였다.
자자, 다들 자리에 앉아. 담임이 다시 소리쳤다.
이거 진짜예요, 선생님? 앞자리 애가 물었다.
나도 몰라. 뉴스에서 하는 말이 다야. 담임이 짧게 대답했다.
담임의 목소리에도 확신이 없었다. 그 모습에 교실이 더 소란스러워졌다.
서준아, 이거 진짜야? 도현이 뒤에서 다가와 어깨를 쳤다.
뭐가. 서준이 심드렁하게 되물었다.
이 하늘에 구멍 난 거. 몬스터 나온다는 거 진짜냐고. 도현의 얼굴이 살짝 굳어 있었다.
곧 알게 되겠지. 서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너 뭐 알아? 도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서준은 잠시 도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감정의 눈으로 본 도현의 얼굴 위엔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옅은 결이 떠 있었다.
이걸 지금 흘려도 되나.
계산이 빠르게 돌았다. 지금 도현에게 너무 많은 걸 말하면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움직일 명분이 없었다.
일단 조금만.
한 3주쯤 지나면 진짜 몬스터가 나올 거야. 서준이 낮게 말했다.
도현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다.
뭐? 3주? 그걸 어떻게 알아. 도현이 되물었다.
감이 좋으니까. 서준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감이 좋다고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도현의 목소리에 의심이 섞였다.
안 믿기면 말고. 서준이 자리에서 등을 돌렸다.
야, 야. 진짜야? 도현이 다급하게 붙잡았다.
확인해보면 알겠지. 서준이 짧게 대답했다.
도현은 잠시 말이 없었다. 서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눈이 조금씩 흔들렸다.
너 요즘 이상해. 도현이 낮게 말했다.
뭐가. 서준이 되물었다.
뭔가 다 아는 것처럼 말하잖아. 도현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서준은 속으로 조금 놀랐다. 도현이 이렇게까지 정색하는 건 드물었다.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네.
너무 앞서갔나.
걱정돼서 하는 소리야. 서준이 짧게 웃으며 넘겼다.
걱정은 무슨. 도현이 눈을 흘겼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도현은 서준의 말을 완전히 믿는 것도,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 애가 끼어들었다.
너네 뭔 얘기 하냐. 그 애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도현이 짧게 잘랐다.
아무것도 아닌 표정이 아닌데. 그 애가 고개를 갸웃했다.
도현은 대답 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서준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수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선생님이 칠판에 뭔가를 적다가도 자꾸 휴대폰을 확인했고, 학생들도 노트 대신 뉴스 화면을 들여다봤다.
쉬는 시간마다 복도는 더 소란스러워졌다. 다른 반 아이들까지 몰려나와 서로의 휴대폰을 들이대며 같은 영상을 돌려봤다.
이거 봤어? 하늘이 갈라진 거 진짜 크게 나왔어. 누군가 소리쳤다.
우리 동네도 보였대. 다른 애가 맞장구쳤다.
서준은 그 틈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소란은 소란일 뿐, 아무 정보도 되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건 3주라는 숫자 하나였다.
그날 오후, 학교 전체가 조기 방송으로 시끄러워졌다.
[긴급 안내] 전국 시도 교육청, 당분간 야외 활동 자제 권고.
방송이 끝나자마자 교실 곳곳에서 휴대폰 알림음이 동시에 울렸다.
띠링. 띠링. 띠링.
[국가 재난 안전 시스템] 마소 관측 지역 인근 접근 자제.
교실 곳곳에서 낮은 탄식이 터졌다.
뭐야, 학원도 못 가는 거 아니야. 누군가 중얼거렸다.
이 상황에 학원이 문제냐. 다른 애가 쏘아붙였다.
몇몇 애들은 부모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가 다급했다.
엄마, 나 오늘 그냥 학교 끝나고 바로 집 갈게. 한 애가 통화하며 말했다.
또 다른 애는 창밖을 향해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찍어서 뭐 하려고. 옆에 있던 애가 물었다.
기록해둬야지, 나중에 진짜인지 아닌지. 그 애가 대답했다.
서준은 창밖을 다시 바라봤다. 어제보다 더 선명해진 균열이 낮 하늘에도 비쳤다.
윤곽이 또렷해졌다.
예상보다 빠르네.
계획을 다시 짜야 할 시간이었다.
도현이 다시 다가와 옆에 섰다. 아까와는 다른, 조금 더 조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서준아. 도현이 낮게 불렀다.
뭐. 서준이 짧게 대답했다.
진짜 3주면, 그 안에 뭘 해야 하는 거야. 도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서준은 잠시 도현을 바라봤다.
이걸 어디까지 끌고 가야 하나.
계산이 다시 돌았다. 지금 당장 답을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도현의 눈빛엔 더 이상 의심만 남아 있지 않았다.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서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 야. 그게 뭔 소리야. 도현이 붙잡으려 했지만 서준은 이미 등을 돌린 뒤였다.
창밖의 균열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조금씩 더 짙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