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촉수가 강도현의 어깨를 노리고 떨어졌다.
서걱—
아니, 빗나갔다.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옆으로 미끄러졌다.
무술로 다져진 반사 신경이 그를 살렸다.
발바닥이 지면을 긁으며 균형을 잡았다.
허벅지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두 번째 촉수가 사각에서 날아들었다.
시야 밖, 등 뒤쪽에서 솟아오른 것이었다.
피할 공간이 없었다.
몸을 던질 방향도, 몸을 숨길 벽도 없었다.
'죽는 건가.'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강도현의 손이 반사적으로 발밑의 여우를 낚아챘다.
금빛 털이 손안에서 서늘하게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차가웠다.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인형의 감촉이었다.
"뭐, 뭐 하는 거예요!"
소녀가 비명처럼 외쳤다.
목소리에 물기가 섞여 있었다.
여우 인형의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처음엔 흐릿한 광점이었다가, 순식간에 눈부신 섬광으로 부풀어 올랐다.
【고객님께서 계약 우선권을 강제로 선점하셨습니다.】
【본 상품은 원래 지정 고객님을 위한 것이었으나, 긴급 상황 프로토콜에 따라 처리됩니다.】
"뭔 개소리야."
강도현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럴 여유도 없었다.
주변의 소음이 한꺼번에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촉수가 그의 몸을 완전히 뒤덮기 직전, 폭발적인 빛이 터졌다.
번쩍—
시야가 완전히 하얗게 지워졌다.
주변 사람들의 스마트폰이 일제히 그 방향을 향했다.
누군가 "저거 뭐야, 찍어, 찍어!" 하고 외쳤다.
누군가의 카메라가 이미 이 순간을 실시간으로 쏘고 있었다.
댓글창이 벌써부터 숫자로 채워지고 있었다.
빛의 소용돌이 안에서 강도현의 몸이 뒤틀렸다.
뼈마디가 재조립되는 듯한 감각.
관절 하나하나가 뽑혔다가 다시 끼워지는 것 같았다.
피부 아래로 뜨거운 것이 흘렀다.
땀인지 뭔지 구분이 안 됐다.
손가락이 가늘어지고, 어깨가 좁아졌다.
손등의 굳은살이 사라졌다.
턱선이 부드럽게 깎여 나갔다.
'뭐야, 이거, 몸이—'
말을 끝맺을 수가 없었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중년 남성의 저음이 아니었다.
낯선 목소리, 낯선 진동.
자기 목에서 나는 소리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성대가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바뀐 것 같았다.
촉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먹잇감이 방어를 못 하는 순간을 정확히 노리는 짐승 같았다.
빛의 소용돌이를 뚫고 그의 다리를 후려쳤다.
퍽!
몸이 붕 떠서 바닥을 굴렀다.
콘크리트 바닥에 어깨가, 등이, 골반이 차례로 부딪쳤다.
변신이 완료되지 않은 채로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갈비뼈 아래에서 통증이 번졌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폐가 압축된 것처럼 공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일어나요! 아직 안 끝났어요!"
소녀가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 다급함이 그대로 얹혀 있었다.
금빛 여우가 그의 어깨 위로 뛰어올랐다.
발톱이 살짝 파고들어 왔다.
아프지는 않았다. 이상하게 그것만은 부드러웠다.
【변신 프로세스가 78% 진행되었습니다. 남은 구간을 완료해 주세요.】
【고객님, 지금 멈추시면 환불이 불가합니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말을 뱉는 것조차 힘겨웠다.
강도현은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손바닥에 잡힌 것은 자갈인지 유리 조각인지 구분이 안 갔다.
손끝이 찢어졌는지 뜨끈한 게 배어 나왔다.
빛이 다시 그를 휘감았다.
이번엔 저항하지 않았다.
저항할 힘도 없었다.
'끝까지 가야 한다.'
이 짧은 문장 하나가 그의 머릿속을 온전히 채웠다.
다른 생각은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빛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 그의 시야가 뒤집혔다.
허수의 촉수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검은 촉수 끝이 벌어지며 이빨 같은 것이 드러났다.
톱니처럼 삐뚤빼뚤한, 짐승의 것도 사람의 것도 아닌 형태였다.
침 같은 점액이 그 이빨 사이로 뚝뚝 떨어졌다.
그것이 그의 목을 물어뜯기 직전.
빛이 폭발했다.
쾅!
먼지와 함께 강도현의 몸이 완전히 다른 형체로 재구성됐다.
촉수가 그 빛에 부딪혀 튕겨나갔다.
허공에서 몸을 뒤틀며 뒤로 밀려났다.
마치 뜨거운 것에 데인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숨을 삼켰다.
정적이 짧게 내려앉았다가, 다시 웅성거림이 터졌다.
스마트폰 화면 너머, 실시간 채팅창이 폭주하듯 흘러갔다.
"저거 뭐야", "실화냐", "저 사람 어디 갔어" 같은 말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빛이 걷혔을 때, 그 자리엔 낯선 존재가 서 있었다.
금발의 긴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흘렀다.
바람도 없는데 머리카락 끝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가느다란 팔다리, 거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듯한 하얀 몸.
허리에 겨우 걸쳐진 리본과 프릴이 전부였다.
강도현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가늘고, 하얗고, 낯설었다.
손톱 모양도, 손가락 관절의 굵기도 전부 달랐다.
이게 몇 분 전까지 자신이 알던 손이 맞나 싶었다.
'이게…… 나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을 벌렸지만 소리가 형태를 이루지 못했다.
가슴이 눌리는 것 같았다. 숨을 쉬는 방식조차 낯설었다.
소녀가 그를 향해 뭔가 외치고 있었다.
입 모양은 보였지만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명 같은 것이 귓속에서 울렸다.
촉수가 다시 꿈틀거리며 방향을 틀었다.
그를 향해서였다.
검은 몸체가 스멀스멀 다시 형태를 갖췄다.
이빨이 다시 벌어지고 있었다.
강도현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낯선 몸, 낯선 무게중심, 낯선 균형.
한 걸음도 뗄 수 없었다.
'움직여, 씨발, 움직이라고.'
머릿속에서 소리치는데도 몸이 반응하지 않았다.
촉수가 그를 향해 정확히 뻗어 오고 있었다.
거리가 좁아졌다.
한 뼘. 또 한 뼘.
여우가 그의 어깨 위에서 발톱을 세웠다.
날카로운 통증이 새로운 몸에 그대로 박혔다.
그 통증이 오히려 정신을 붙잡아 줬다.
【고객님, 지금이 마지막 선택의 순간입니다.】
【반응하지 않으시면 계약이 자동 종료됩니다.】
알림창의 글자가 시야 한켠에서 깜빡였다.
기계처럼 무감한 문구였다.
강도현의 눈이 촉수 끝, 벌어진 이빨을 향했다.
숨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