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스타님, 오늘 밤 처형입니다

4화

다음 날, 세상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신도현 관련 단어였다. 신도현 살해, 신도현 사망 원인, 신도현 생방송 사고, 은신형 각성자, 현상금 5억. 새벽 세 시까지 잠을 설쳤던 몸으로 그 목록을 확인하는 기분은 이상했다.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름이 화면에 떠 있는 것 같았다. 편의점 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길, 버스 안 사람들 모두가 휴대폰을 붙잡고 같은 영상을 돌려 보고 있었다. 좌석에 앉은 사람, 손잡이를 잡은 사람, 심지어 운전석 옆에 선 사람까지도 고개를 숙이고 같은 화면을 들여다봤다. "이거 봤어? 완전 미쳤어." "근데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누가 그런 거야?" "소리만 들리는데 이거 CG 아니야? 편집한 거 아니야?" "아니 진짜라니까. 실시간 방송이었어. 조작할 시간이 어디 있어." 사람들의 대화가 곁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창밖으로 익숙한 상가 간판들이 지나갔다. 어제와 다를 게 없는 풍경이었다. 다만 나만 달라져 있었다. 버스가 신호에 걸려 멈췄을 때, 옆자리 여학생이 친구에게 소리 죽여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근데 무섭지 않아? 그런 사람이 실제로 돌아다니는 거잖아." "그러니까. 아무도 못 봤다잖아. 그림자처럼 움직였대." 그림자처럼. 나는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줬다. 어젯밤 배관을 붙잡았던 그 손이었다. 상처가 벌겋게 부어 있는 그 손이었다. *** 편의점에 도착하자, 후배 알바생 박민재가 카운터에 기대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 밝기를 최대로 올려놓은 채였다. "형, 이거 봤어요?" 민재가 스마트폰을 내 쪽으로 들어 보였다. 신도현 사건 관련 뉴스 특보였다. 화면 하단에는 벌써부터 각종 추측성 기사 제목이 자막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봤어." "와 진짜 소름이다. 누가 죽인 건데 아무도 못 봤대요. 완전 투명인간 아니에요? 이거 진짜 각성자 짓이래요. 은신 계열이라던데." 민재가 신나서 떠들었다. 카운터 안쪽 정리함에서 유니폼 조끼를 꺼내며 나는 대충 고개만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럴 수도가 아니라 확실하대요! 경찰청에서 벌써 발표까지 했다니까요. 이거 완전 영화 같지 않아요? 저 이런 사건 처음 봐요." 민재는 흥이 오른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나는 조끼 단추를 하나씩 채우며 대답할 말을 고르고 있었다. 너무 무심하게 반응하면 이상하고, 너무 열심히 반응하면 더 이상했다. "형, 근데 얼굴이 왜 그래요? 밤새 뭐 했어요?" 순간 손이 멈췄다. 단추를 채우던 손끝이 그대로 굳었다.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뭐가."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기를 바랐다. "핏기가 하나도 없어요. 눈도 좀 퀭하고. 어제 못 잤어요?" 민재가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물었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으려 애썼다. 여기서 눈을 피하면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었다. "그냥, 게이트 좀 돌고 왔어."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F급이 게이트를 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 말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민재는 별 의심 없이 넘겼다. "에이, F급이 뭘 돌아요. 형 F급이잖아요. 게이트 근처 갔다가 몬스터한테 쫓겨나기밖에 더 해요? 그냥 잠 좀 자요." 민재가 웃으며 넘겼다. 다행이었다. "그래, 오늘 야간에는 좀 자야겠다." "그러세요. 아, 맞다 형, 저 삼 번 진열대 유통기한 지난 거 빼놨어요. 확인해 보세요." 민재가 화제를 돌렸다. 대화는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이런 사소한 질문 하나에도 심장이 뛰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언젠가는 들킬 수도 있었다. 얼굴빛 하나, 눈빛 하나, 그런 작은 것들이 쌓여서 누군가의 의심으로 번질 수 있었다. *** 근무 중간, 손등의 상처가 자꾸 신경 쓰였다.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을 때마다 손등의 살갗이 당겨서 미간이 찌푸려졌다. 배관에 긁힌 자국은 하루가 지나도 낫지 않고 오히려 붉게 부어 있었다. 소독약을 발라도 소용이 없었다. 은밀화를 오래 유지한 뒤라 몸의 회복력마저 떨어진 건지도 몰랐다. 손님이 없는 틈을 타 화장실 거울 앞에서 상처를 확인했다. 손등을 타고 올라오는 붉은 실선이 마치 혈관을 따라 번지는 것 같았다. 손을 쥐었다 펴 봤다. 통증이 손목까지 이어졌다. '이 정도로 오래갈 일인가.' 힘을 쓸 때마다 몸에 무리가 갔다. 그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겪는 건 처음이었다. 시스템 안내 창에서 늘 경고처럼 뜨던 문구가 떠올랐다. [과도한 능력 사용은 신체에 반동을 남길 수 있습니다.] 반동. 이십 분 은밀화, 독침 투척 한 발. 그 정도로도 몸이 이렇게 무너진다면, 다음 임무에서는 더 정교한 계산이 필요했다. 무작정 힘을 쥐어짜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손님 하나가 들어와 캔맥주를 계산대에 올렸다. 나는 상처 난 손으로 바코드를 찍었다. 손님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카드를 내밀었다. 결제가 끝나고 손님이 나가자, 나는 다시 손등을 내려다봤다. '이 몸으로 또 할 수 있을까.'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다. *** 그날 저녁,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편의점 안 텔레비전에서 뉴스 채널이 흘러나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경찰청 대변인의 발표가 나오고 있었다. "경찰청은 한국 모험자 길드와 공동으로 신도현 씨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생방송 음성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범인은 은신 계열 능력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변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화면이 바뀌고, 길드 소속 수사관이 인터뷰에 응했다. 수사관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 정도 수준의 은밀화를 구현할 수 있는 모험자는 국내에 등록된 인원 중 극소수입니다. 저희는 등급 데이터베이스 전체를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등록 이후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사례가 있는지 하나씩 확인할 예정입니다." 텔레비전 화면 속 자막이 흘렀다. [현상금 5억 원 책정, 정보 제보자에게 지급] 5억. 숫자가 낯설게 느껴졌다. 편의점 시급으로 몇 년을 일해야 만질 수 있는 돈이었다. 그 돈이 지금, 나를 잡기 위해 걸려 있었다. 편의점 유리문 밖으로 지나가던 행인 몇이 걸음을 멈추고 같은 화면을 올려다봤다. "5억이면 나도 신고할 사람 있으면 신고하겠다." "누가 그런 능력자를 알기나 하냐. 알면 벌써 신고했지."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조용히 발을 옮겼다. ***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커튼을 치고 방 한가운데 앉았다. 좁은 방 안, 형광등 불빛이 유독 차갑게 느껴졌다. 등급 데이터베이스 재검토라는 말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내 F급 등록 정보는 진짜였다. 각성 테스트 결과도 실제 서류로 남아 있었다. 삼 년 전, 각성 센터 좁은 부스 안에서 마나 측정기가 파르르 떨리다가 멈췄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측정관은 서류에 F급이라고 적어 넣으며 위로하듯 말했다. "괜찮아요. F급도 나쁘지 않아요. 다들 자기 자리가 있으니까." 그 말이 아직도 귀에 박혀 있었다. 다만 그 이후로 얻은 힘이 문제였다. 시스템은 등급을 판정할 때, 등록 당시의 마나량과 능력 종류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 이후에 능력이 강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지만, 아예 없는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극히 드문 경우에 속해 있었다. 재검토라는 게 어디까지 파고들지 알 수 없었다. 단순히 서류상의 숫자만 다시 확인하는 걸까, 아니면 실제 개개인을 불러다 재측정까지 하는 걸까. 만약 게이트 강제진입 흔적이라도 잡히면. 손끝이 차가워졌다. 무단으로 게이트에 진입했던 기록들, 몬스터를 사냥하며 남긴 흔적들,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엮여 나를 향해 좁혀올 수 있었다. 나는 무릎을 끌어안고 잠시 눈을 감았다. 숨을 천천히 골랐다. '괜찮아. 아직은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어.' 스스로에게 되뇌었지만, 그 말이 얼마나 얇은 위로인지 알고 있었다. *** 그날 밤, 스마트폰이 다시 울렸다. 진동이 방 안의 정적을 갈랐다. 발신자 표시 없음. 메시지를 확인하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화면을 켜는 그 짧은 순간에도 온갖 생각이 스쳤다. 혹시 잘못된 건 아닐까, 혹시 정체가 드러난 건 아닐까. [신도현 건, 완벽하게 처리하셨습니다. 보상 300만 원 입금 완료.] 숨이 턱 막혔다. 나는 곧바로 은행 앱을 열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몇 번이나 헛돌았다. 겨우 로그인을 마치고 계좌를 확인했다. 정말로 돈이 들어와 있었다. 숫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는 걸 보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통장 잔고를 걱정하며 편의점 마감 정산을 하던 내가, 지금은 사람을 죽인 대가로 삼백만 원을 받고 있었다. 숨을 내쉬었다. 길게, 아주 길게. 그리고 다음 문장이 이어졌다. [다음 표적 정보가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나는 한참 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 방 안의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커튼 사이로 새어 들던 가로등 불빛이 벽에 흐릿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한 번은 우연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정신을 놓은 채 벌어진 일, 되돌릴 수 없는 사고였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더 이상 우연이 아니었다. 이건 선택이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심장이 세게 뛰었다. 손등의 상처가 다시 욱신거렸다. 그 통증이 오히려 나를 현실로 붙잡아 두는 것 같았다. '한 번 더 하면, 돌아올 수 없는 거야.'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하지만 손가락은 이미 그 문장 위에서 미끄러지고 있었다.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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