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초능력 택배기사, 용을 줍다

4화

창고 안은 좁고 어두웠다.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낡은 캐비닛과 상자들이 벽을 따라 빽빽하게 쌓여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 하나가 깜빡거리며 위태롭게 빛을 뿌렸다. 발밑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복동이가 앞장서서 코를 킁킁거렸다. 낮게 깔린 자세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한 캐비닛 앞에서 멈춰 서더니, 낮게 그르렁댔다. 털이 곤두선 게 눈에 보였다. '저 안이구나.' 이도현은 숨을 한 번 고르고, 손을 캐비닛 손잡이로 뻗었다. [캐비닛이 위장체?? 진짜 클리셰네] [미믹 특징 그대로네 ㄷㄷ] [근데 왜 5만원 의뢰에 미믹이 나오냐] 시청자들의 댓글이 화면 한쪽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이도현이 문을 열자, 캐비닛이 순식간에 이빨을 드러내며 튀어나왔다. 콰직! 나무 재질이었던 표면이 순식간에 갈라지며 붉은 살덩이 같은 것이 드러났다. 미믹이 팔을 뻗어 그를 덮쳐왔다. [헐 진짜 캐비닛이었어??] [미믹 특징 그대로네 ㄷㄷ] [손 봐 저거 사람 손보다 커 ㄷㄷ] 이도현은 몸을 틀어 피하며 손을 뻗었다. 발끝으로 바닥을 짚고, 상체를 옆으로 완전히 젖혔다. 미믹의 손끝이 그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번쩍! 손끝에서 빛이 터져 나갔다. 미믹이 그대로 튕겨나가며 벽에 부딪혔다. 쿵, 소리와 함께 캐비닛으로 돌아간 미믹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뒤이어 옆에 있던 상자 두 개도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컹, 덜컹. 상자 뚜껑이 들썩이며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셀 수 없이 많잖아.' 숨이 턱 막혀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창고 안의 모든 캐비닛과 상자가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협회 규정이 머릿속에 스쳤다. '실패하면 페널티...' 의뢰 성공률과 안전 기준에 대한 조항들이 순서대로 떠올랐다. 이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복동아, 뒤로." 짧은 지시에 복동이가 즉시 뒤로 물러섰다. 낮게 웅크린 채로, 이도현의 등 뒤에 바짝 붙었다. 이도현이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손끝에서부터 빛이 서서히 응집되기 시작했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빛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쩌저적! 창고 전체가 순간적으로 새하얗게 밝아졌다. 창고 안의 모든 위장체가 동시에 원형으로 되돌아갔다. 캐비닛은 캐비닛으로, 상자는 상자로. 결과는 순식간이었다. 정민아가 문틈으로 그 광경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저, 저게 다 미믹이었어요...?"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여섯 마리요." 이도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숨소리조차 흐트러지지 않은 채였다. [여섯 마리를 3초컷 ㅋㅋㅋㅋ] [이게 5만원 의뢰였다고요??] [협회 의뢰 시스템 좀 이상한 거 아니냐] [저 사람 진짜 뭐임]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며 숫자가 치솟았다. 페널티는 발생하지 않았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의뢰였다. 정민아가 서류를 챙기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안심한 듯한 표정이었다. 며칠 뒤. 새로운 의뢰 알림이 떴다. 핸드폰 화면에 짧은 진동과 함께 알림창이 떠올랐다. 의뢰인 한서연. 제목은 짧고 다급했다. [반려묘가 이상해졌어요, 도와주세요] 의뢰비는 이번에도 저렴했다. [또 저가 의뢰다 ㅋㅋ] [근데 반려묘가 왜 던전 관련이지] [고양이가 위장체는 아니겠지 설마] [진짜 별의별 의뢰가 다 들어온다] 이도현은 대수롭지 않게 오토바이에 올랐다. 시동을 걸자 엔진음이 낮게 울렸다. 복동이가 뒷좌석에서 얌전히 몸을 웅크렸다. 바람에 귀가 뒤로 젖혀졌다. 한서연의 집은 신축 아파트 단지였다. 깔끔하게 정돈된 화단과 새로 칠한 외벽이 눈에 들어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복동이가 계속 코를 킁킁거렸다. 뭔가 신경 쓰이는 듯 귀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문틈으로 얼굴만 살짝 내민 채였다. 30대 여성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며칠은 제대로 못 잔 얼굴이었다. "그, 그게... 우리 보리가 갑자기..." 말을 끝맺지 못했다. 손이 떨리는 게 보였다. 집 안쪽에서 낮고 무거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야옹, 이라기보다는 짐승의 포효에 가까운 소리였다. 바닥까지 울리는 듯한 저음이었다. 이도현의 눈빛이 순간 굳었다. '저게 고양이 소리라고?' 복동이 역시 걸음을 멈추고 그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털이 서서히 곤두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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