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초능력 택배기사, 용을 줍다

2화

쩌저적! 균열이 갑자기 넓어지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는 손가락 두 개 굵기의 실금에 불과했던 것이, 순식간에 사람 하나가 통과할 만한 크기로 벌어졌다. 이도현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발끝이 바닥의 잔해에 걸려 몸이 살짝 기울었지만, 그는 균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위험합니다. 나가세요." 그가 박성호를 향해 소리쳤다. 목소리에 다급함이 묵직하게 실려 있었다. 박성호는 이미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저, 저기... 이거 원래 이런 거예요? 갑자기 왜 이렇게 커져요?" 카메라를 든 손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렌즈가 균열을 향했다가, 다시 이도현을 향했다가, 방향을 못 잡고 헤맸다. [뭐야 갑자기 왜 저래] [진짜 위험한 거 아니에요??] [저거 사람 삼킬 만한 크기 아닌가;;] [방송 끄고 나가야 하는 거 아님?] 채팅창이 순식간에 빨라졌다. 숫자로 찍히는 채팅들이 서로 겹쳐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쿠구구구- 벽장 안쪽에서 낮은 진동이 울렸다. 발밑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이 뼈까지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설마... 등급을 잘못 봤나?' 이도현의 숨이 살짝 가빠졌다. 분명 사전에 확인했을 때는 최하급 던전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균열이 발생할 등급이 아니었다. '뭔가 잘못됐어.' 균열이 팽창하며 방 전체를 삼킬 듯 벌어졌다. 벽에 걸려 있던 낡은 조명 기구가 흔들리다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천장에서 균열의 파편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박성호가 짧게 비명을 질렀다. "으악! 저, 저거 뭐예요!" 콰직! 바닥이 갈라졌다. 균열이 지면까지 파고들며 검은 틈을 만들어냈다. 이도현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몸을 지탱하려 했지만 발밑이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이건 저가 던전 스케일이 아니야.' 머릿속에서 경보가 울렸다. 이럴 때는 뒤를 돌아 뛰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순간, 그의 발밑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어어어!" 몸이 균열 속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박성호의 외침이 멀어지는 게 들렸다. "이도현 씨!" 그 목소리마저 곧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주변이 온통 검은빛이었다. 숨이 턱 막혀왔다. 귀에서 이명이 울렸다. 윙- 하는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그 외의 감각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도현은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떨어졌다. 손끝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죽는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가는 순간, 몸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만이 유일하게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뜨겁게 치솟아 올랐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손끝이 저릿하게 떨렸다. 이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번쩍! 온몸에서 빛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낙하 속도가 뚝 멈췄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를 붙잡은 것 같았다. 몸이 붕 뜬 채로 잠시 멈췄다가, 서서히 아래로 가라앉듯 내려앉았다. 정신을 잃기 직전, 이도현은 눈앞이 다시 어두워지는 걸 느꼈다. 눈을 떴을 때, 이도현은 어두운 동굴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살았나?' 몸을 일으키자 온몸이 뻐근하게 저려왔다. 팔을 짚고 상체를 세우는 것만으로도 근육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주변은 던전 안쪽 깊은 공간처럼 보였다. 돌벽에는 이끼 대신 낯선 광물이 박혀 있었고, 공기는 서늘하면서도 습했다. 조명 하나 없었지만, 그의 몸 자체가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이게 뭐지?' 손을 들어 살펴봤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피부 아래 어딘가에서 옅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때, 발밑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이도현이 놀라 시선을 내렸다. 작은 알 하나가 깨지고 있었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표면에서 은은한 열기가 느껴졌다. 쩍, 쩌적- 껍질 틈으로 붉은 비늘이 보였다. '설마.' 이도현은 숨을 죽이고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몸을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알이 완전히 깨지자, 손바닥보다 훨씬 큰 새끼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체장 60센티미터 정도. 따뜻한 붉은 비늘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작은 날개는 아직 덜 펴진 채 몸에 접혀 있었고, 눈동자는 사람의 것보다 훨씬 맑고 깊었다. 새끼 용은 눈을 깜빡이며 이도현을 올려다봤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따뜻했다. 이도현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품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생생했다. '이게... 왜 나를 따라오지?' 답을 알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알을 지켜야 할 다른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이 좁고 어두운 동굴 안에는 오직 자신과, 방금 태어난 이 작은 생명체뿐이었다. 다만 확실한 건, 이 순간부터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도현 자신조차 아직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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