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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그 이상한 진동은 기분 탓이 아니었다. 다만 그걸 느낀 사람은 내가 아니라, 왕도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때 마차 바퀴가 자갈길을 밟는 소리만 듣고 있었다. 평화로웠다. 지나치게. * 진하람이 왕도를 떠난 지 정확히 세 시간 뒤, 근위기사단 결계 관리실에서 첫 균열이 발견되었다. 결계 관리관 조민서는 벽에 붙어 있는 마력 계측기의 수치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숫자가 평소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조민서는 이 자리에 앉은 지 삼 년째였다. 삼 년 동안 계측기 숫자가 이렇게 떨어진 걸 본 적이 없었다. "이, 이게 왜 이렇게..." 조민서는 계측기를 두어 번 두드려봤다. 딱! 딱! 고장이 아니었다. 실제 수치였다. 심지어 두드리는 사이에도 숫자는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마치 욕조 마개를 뽑은 것처럼. 왕도를 둘러싼 결계는 마의 숲에서 흘러나오는 마물의 침입을 막는 최후의 방벽이었다. 그 결계의 마력 밀도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건, 사실상 방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비유하자면, 아파트 현관문이 갑자기 방충망 수준으로 바뀐 셈이었다. 조민서는 손끝이 떨리는 걸 느끼며 즉시 상관에게 보고서를 올렸고, 그 보고서는 채 삼십 분 만에 근위기사단 단장 설현우의 책상 위까지 도달했다. "뭐? 뭐라고?" 설현우는 보고서를 읽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결계 강도 급락, 원인 불명, 조치 필요. 세 줄짜리 문장인데 세 번을 다시 읽었다. 그는 즉시 결계 유지 담당 부서에 연락을 넣었다. 하지만 연락을 받은 부서장은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단장님, 저희는... 결계 보수 작업을 직접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건 항상 진하람 부단장님이..." "뭐라고?" "저희 부서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했습니다." 설현우는 그제야 깨달았다. 결계 유지 부서는 이름만 부서였고, 실제 작업은 전부 진하람 혼자 처리했다는 것을. 인력도, 매뉴얼도, 후임 교육도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심지어 부서장이라는 사람조차 결계 마법진 배치도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당장 진하람을 불러와!" 하지만 명령을 받은 병사는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단장님이 오늘 아침에 해고하신 그 진하람 부단장 말씀이십니까?" 설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병사도 아무 말을 못했다. 관리실 안에는 계측기 경고음만 삑, 삑, 삑 울렸다. * 한 시간 후, 근위기사단 전체에 비상 소집령이 떨어졌다. 왕도 곳곳에 배치된 결계 유지용 마법진이 하나둘씩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결계는 단순히 하나의 거대한 방벽이 아니라, 수십 개의 마법진이 서로 연결되어 유지되는 복잡한 시스템이었다. 그 시스템의 핵심 노드 여러 개가 진하람 개인의 마력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가 떠난 지 몇 시간 만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욥기 38:11, 네가 여기까지 오고 넘어가지 못하리라 네 파도가 여기서 멈추리라] 파도가 여기서 멈추리라고 했는데, 파도는 이미 넘어오고 있었다. 성경 말씀은 확언형인데, 현실은 조건부였다. '누가 파도를 막느냐'가 빠져 있었으니까. 근위기사단 소속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결계 관리실로 몰려들었다. 좁은 방에 스무 명 가까운 인원이 들어차니 숨 쉬기도 힘들었다. 다들 마법진 앞에서 우왕좌왕했다. 누구도 진하람이 어떤 방식으로 결계를 유지해왔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 노드는 뭐야? 이건 왜 이렇게 연결돼 있어?" "모르겠습니다, 이건 부단장님만 아시는 구조입니다..." "이 선은 왜 여기서 끊겼다가 저기로 다시 이어져? 이거 정상인 거야?"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마법사들이 진하람의 업무 일지를 뒤졌지만, 일지에는 간단한 숫자와 도형만 적혀 있었다. 체계적인 기록이 아니라, 진하람 본인만 이해할 수 있는 개인적인 메모 수준이었다. 누군가는 그 메모를 보고 "이거 암호문 아니냐"고 진심으로 물었다. 설현우는 관리실 한가운데 서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손수건이 벌써 세 번째로 축축해졌다. "이거... 이거 왕궁에 보고하면 나 진짜 끝장이잖아..." 그의 머릿속엔 국가의 안전보다 자신의 자리가 먼저 떠올랐다. 결계가 뚫리면 왕도 백성들이 위험하다는 생각보다, 자기 목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게 설현우라는 사람이었다. "일단, 일단 조용히 처리하자. 임시로 마력을 채워넣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부관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단장님, 이건 최소 다섯 명 이상의 대마법사급 인력이 붙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지금 우리 인원으로는..." "그럼 다섯 명을 붙여! 열 명을 붙여도 돼! 예산은 신경 쓰지 말고!" 설현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의 이 결정이 나중에 재정부서에서 또 다른 폭탄이 될 거라는 사실은, 이 순간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결국 근위기사단 소속 마법사 열두 명이 급하게 결계 유지 작업에 투입되었다. 원래 진하람 한 사람이 담당했던 일에 열두 명이 붙었는데도, 마력 회복 속도는 진하람이 유지했던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계산을 해보면 어이가 없는 숫자였다. 한 명이 백을 하던 자리에, 열두 명이 붙어서 사십도 겨우 채우는 꼴이었다. "단장님, 이대로면 사흘, 아니 이틀도 못 버틸 수도 있습니다." [시편 46:1,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지금 필요한 건 하나님이 아니라 진하람이었다. 하나님도 아마 이 상황을 보면서 "그건 내 담당 업무가 아니다"라고 하실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 비슷한 시각, 재정부서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번 달 재정 결산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진하람이 관리하던 예산 배분 시스템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누가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어느 부서에 얼마가 남아 있는지, 다음 달 예산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전부 진하람의 머릿속에만 있던 데이터였다. 장부는 있었지만, 그 장부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서무부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입 기사 채용 절차, 인력 배치 스케줄, 심지어 식자재 조달 계약까지 전부 진하람의 개인 노트에만 기록되어 있었다. 어느 상인과 어떤 조건으로 계약했는지, 계약 갱신일이 언제인지, 아무도 몰랐다. 결국 그날 저녁 식사에 나갈 식자재조차 확보되지 않았다는 웃지 못할 보고가 올라왔다. 근위기사단은 그렇게, 단 하루 만에, 국방과 재정과 서무와 결계 관리 네 개의 시스템이 동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었다. 원인은 단순했다. 부서가 넷이었는데, 사람은 한 명이었다. 그 한 명이 나갔다. 설현우는 결계 관리실 창밖을 내다봤다. 왕도의 하늘 위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결계막이 서서히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낡은 텐트 천이 바람에 펄럭이는 것처럼. "이게 다 그 자식 때문이야..." 설현우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말이 정확히 틀렸다는 걸, 그는 아직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자기가 아침에 서명한 해고 통지서가 이 모든 사태의 시작점이라는 걸, 그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 한편 왕도를 떠나는 마차 안에서, 나는 그 소동을 전혀 모른 채 김덕수 할아버지가 건넨 육포를 씹으며 창밖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핥짝! 핥짝! 마차 바닥에 엎드려 있던 개 한 마리가 내 발치에서 육포 냄새를 맡고 침을 흘렸다. 누구 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육포는 안 준다. "부단장님, 아니 이제 부단장 아니니까, 하람 씨." 김덕수 할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말투에는 특유의 걸걸한 사투리가 섞여 있었다. "거, 뒤도 안 돌아보고 나오는 거 보니 속이 다 후련하겄어." "뭐, 후련하다기보다는..." "거서 십 년을 넘게 혼자 다 해먹었으면서, 그놈들이 지금 뭐 하고 있을지 안 뻔하겨?" 나는 대답 대신 육포를 한 입 더 뜯었다. 사실 안 뻔한 게 아니었다. 뻔했다. 너무 뻔해서 상상하기도 귀찮았다. "신경 안 쓰려고요. 이제 제 일 아니잖아요." "그래도 자너, 그게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니여. 십 년 넘게 몸에 붙은 습관이라는 게." 할아버지 말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애써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멀어지는 왕도의 성벽이 오후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저 성벽 안쪽 어딘가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는 몰랐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전도서 8:5, 명령을 지키는 자는 화를 받지 아니하리라] 나는 이제 명령을 안 지켜도 되는 몸이니까, 화를 받을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아무 명령도, 아무 책임도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자유란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는,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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