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화염구가 그것의 왼쪽 어깨를 향해 날아갔다.
콰앙!
이번엔 확실히 다른 반응이었다. 검은 형체 전체가 크게 뒤틀리며 붉은 눈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마치 진짜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먹혔어! 진짜 먹혔다!"
오형준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 목소리엔 이미 힘이 빠져 있었다. 마력을 전부 쏟아부은 대가였다. 그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다가, 곧 힘없이 늘어졌다.
"지금이 기회다!"
강태오가 나무에 몸을 지지하며 겨우 일어섰다. 갈비뼈가 부러진 듯 숨을 쉴 때마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원 공격! 왼쪽 어깨를 집중적으로!"
배진우가 화살을 쏘려 했지만 손이 심하게 떨렸다. 윤성민을 부축하느라 자세가 불안정했다.
"진우 형, 제가 성민 형 볼게요! 형은 공격에 집중해요!"
내가 달려가 윤성민을 대신 부축했다. 그의 몸은 이미 얼음처럼 차가웠다. 검은 액체가 상처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에 닿는 감촉이 스산했다. 사람 몸이 이렇게 차가울 수 있나.
"성민 형, 정신 차려요."
"…도현이냐."
윤성민이 힘겹게 눈을 떴다.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나 괜찮으니까 걱정 말고… 저놈 잡는 거에 집중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목소리가 갈라졌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참았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니었다. 나중에, 다 끝나고 나서 울자. 그런 기회가 있기는 할지 모르겠지만.
배진우가 자세를 다잡고 화살을 쐈다. 이번엔 정확하게 왼쪽 어깨를 향해.
서걱.
화살이 처음으로 그것의 몸에 박혔다. 완전히 흡수되지 않고, 실제로 상처를 낸 것처럼.
그것이 고통스러운 듯 몸을 뒤틀며 괴성을 질렀다. 소리라기보다는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파열음이었다.
끄아아아아―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소리였다.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그 짧은 순간에도 윤성민을 안은 팔에는 힘을 빼지 않았다.
"약점이 확실해요!"
내가 소리쳤다.
"왼쪽 어깨만 노리면 통해요!"
강태오가 이를 악물고 단창을 들었다.
"현수, 움직일 수 있어?"
조현수가 어깨를 붙잡고 겨우 일어섰다.
"…해볼게요."
"내가 정면에서 시선을 끈다. 넌 측면에서 어깨를 노려."
강태오가 절뚝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것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해 일부러 크게 소리쳤다.
"여기다, 이 괴물아!"
그것의 붉은 눈이 강태오를 향했다. 그 틈을 노려 조현수가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지금이야!"
조현수의 검이 왼쪽 어깨를 정확히 베었다.
서걱!
검은 형체에서 처음으로 뚜렷한 균열이 생겼다. 마치 유리에 금이 가는 것처럼, 그 부위를 중심으로 몸 전체에 실선 같은 틈이 번져갔다. 그 틈 사이로 짙은 어둠이 아니라, 옅은 빛이 스며 나왔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희망처럼 보였다.
"됐다! 이거면―"
조현수가 소리치는 순간, 그것의 다른 팔이 그를 향해 채찍처럼 뻗어왔다.
미처 피할 틈이 없었다.
서걱.
조현수의 옆구리가 깊게 베였다.
"현수!"
최민재가 다리를 절뚝이며 그를 향해 몸을 던졌다. 두 사람이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두 사람이 쓰러진 방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윤성민을 놓을 수도, 그쪽으로 달려갈 수도 없었다. 몸이 반으로 쪽 갈라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남은 건 강태오와 오형준, 배진우, 그리고 나뿐이었다. 오형준은 마력이 완전히 바닥나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배진우는 남은 화살이 세 대뿐이었다. 강태오의 다리는 눈에 보일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고, 나는 두 팔로 다 죽어가는 사람을 안고 있었다.
전력이라고 부를 만한 게 남아있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는 다 죽어."
강태오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엔 이미 절망이 섞여 있었다. 평소 같으면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았을 말이었다. 그만큼 지금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의 균열을 보고 있었다. 왼쪽 어깨를 중심으로 번져간 그 실선들. 완전히 부서지진 않았지만, 분명히 약해지고 있었다. 몇 번 더 정확히 타격하면 무너질 것 같은 그런 느낌.
문제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남은 전력이었다.
윤성민의 숨소리가 점점 얕아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이미 창백함을 넘어 회색빛에 가까웠다. 눈꺼풀이 반쯤 감긴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성민 형, 조금만 버텨요. 조금만요."
내가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의 손은 반응이 거의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게 더 무서웠다. 아까는 그래도 대답을 하지 않았나.
"형, 대답 좀 해봐요. 도현이 왔잖아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숨소리만 겨우 남아 있었다.
그것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명확한 표적을 정한 것처럼, 쓰러진 조현수와 최민재를 향해서였다.
"안 돼!"
배진우가 남은 화살을 쐈지만, 이번엔 빗나갔다. 손이 너무 떨렸다. 화살은 그것의 몸을 스치고 나무에 박혔다.
강태오가 절뚝이며 다시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부러진 갈비뼈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몇 걸음 걷다가 무릎이 꺾였다.
"태오 형, 안 돼요!"
내가 소리쳤다.
그것의 발이 조현수와 최민재를 향해 다시 한 걸음 다가섰다. 느리지만 확실한 걸음이었다. 마치 사냥감을 확인 사살하듯이.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지금 이 상태로는, 이 파티가 가진 모든 힘을 다 쓴다 해도 저것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없다는 걸.
오형준은 마력이 바닥났고, 배진우의 화살은 세 대뿐이었으며, 강태오는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웠다. 조현수와 최민재는 쓰러졌고, 윤성민은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는 지금까지 뭘 했나. 부축하고, 소리치고, 관찰만 했다. 정작 이 손으로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윤성민을 내려놓고,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손끝이 떨렸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래 눌러왔던 그 감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이걸 쓰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되뇌었던 그 기억이 스쳤다. 실전에서 써본 적 없는 능력.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꺼내지 않았던 카드.
지금이 아니면 언제 쓸 건데.
[연습 차원의 스킬 습득] —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전에서 극한까지 써본 적 없던 그 능력.
숲의 정적 속에서, 그것의 붉은 눈이 이번엔 나를 향했다. 마치 처음부터 진짜 표적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처럼.
바람이 멎었다. 나뭇잎 하나 흔들리지 않는 침묵이 숲 전체를 뒤덮었다. 그것도, 나도, 서로를 향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다음 순간을 위한 숨 고르기처럼.
내 안에서 무언가가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