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석실 안으로 들어온 세 사람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돌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발끝부터 스며들었다. 지하 깊은 곳의 방이라 그런지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어디선가 물이 스며드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먼저 들어선 남자, 한도경은 검 손잡이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방 안을 훑었다. 파티의 리더였고, 그런 자리에 걸맞은 신중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의 시선은 벽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구석구석, 어둠이 조금이라도 뭉쳐 있는 곳은 놓치지 않았다.
'이런 방일수록 함정이 많다.'
그것이 지금까지 수많은 던전을 거쳐온 그의 경험이 알려주는 판단이었다. 좁고, 출구가 하나뿐이고, 유물이 놓여있을 법한 방. 이런 곳은 늘 대가를 요구했다.
"재훈이는..."
두 번째로 들어온 여자, 서은채가 구석의 팔뚝을 발견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파티의 사제였고, 죽은 동료를 수습하는 것도 그녀의 일이었다. 그녀의 두 손이 가늘게 떨렸다. 사제복 아래로 성심을 담아 걸었던 목걸이가 흔들렸다.
"확인은 나중에. 지금은 안전 확보가 먼저야."
한도경의 말에 서은채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슬픔은 접어두어야 할 순간이었다. 눈물이 눈가에 맺혔지만, 그녀는 그것을 손등으로 눌러 참았다. 훈련받은 사제답게, 감정보다 임무를 먼저 세우는 법을 알고 있었다.
세 번째 인물, 곽민서가 방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어들었다. 궁수였고, 파티 내에서 가장 어렸다. 활을 등에 멘 채로, 발끝에 살짝 힘을 주어 소리를 죽이며 걸었다. 그녀의 시선이 구석에 놓인 낡은 나무 상자에 닿았다.
"저기 상자, 진짜네요. 재훈 오빠가 말한 그 방이 맞나 봐요."
민서의 목소리에는 얕은 흥분이 섞여 있었다. 동료의 죽음 앞에서도, 보물이라는 단어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는 법이었다. 그녀는 재훈이 며칠 전 술자리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지도에서 발견한 숨겨진 방이 있다고, 거기에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거라고 눈을 빛내며 말했던 그 얼굴이 아직도 선명했다.
'그 오빠 말이 맞았어. 근데 왜...'
그녀는 그 뒤에 이어질 질문을 애써 삼켰다. 왜 재훈은 여기서 팔뚝만 남았는가. 그 질문의 답을 지금 당장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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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상자라고 확신하는군.'
미믹은, 아니 아직 이름이 없는 그것은, 세 사람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재조립하고 있었다. 청각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하나씩 쌓아 올리는 과정은 느리고 조심스러웠다. 잘못 판단하면 그대로 끝이었다.
이 방에 먼저 들어온 누군가가 죽었다. 그 죽음의 원인은 알 수 없다. 다만 팔뚝과 방패의 파편으로 보아 몬스터의 습격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른 몬스터가 이미 이곳을 훑고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우연히 여기 놓여 있던 것뿐이고.'
그것은 그렇게 스스로의 존재를 그들의 상상 속에 끼워 맞췄다. 자신이 살아있는 몬스터라는 사실을 저들이 짐작조차 못 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어였다.
숨을 쉬지 않는 척, 심장이 뛰지 않는 척, 그저 나무와 쇠붙이로 이루어진 죽은 사물인 척. 그 위장을 유지하는 데는 상상 이상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근육 하나, 표면의 결 하나까지도 상자처럼 굳혀야 했다.
'움직이면 끝이다. 소리를 내면 끝이다. 숨소리조차 안 된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그 문장을 되뇌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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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경이 팔뚝 쪽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조심스럽게 그것을 들어 천으로 감쌌다. 손끝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그의 표정이 잠시 굳었지만,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함정에 당한 거야. 상처를 보면 알 수 있어. 뭔가에게 물렸어."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료의 죽음을 봐온 사람도, 그 무게에 완전히 무뎌지지는 않는 법이었다.
"물렸다고요? 그럼..."
민서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경계심이 그녀의 눈빛에 서렸다. 그녀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등 뒤의 활로 향했다.
"이 근처에 뭔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지."
한도경의 대답에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팽팽해졌다. 서은채마저 기도를 멈추고 고개를 들어 사방을 살폈다. 세 사람의 시선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 시선들이 향하는 곳 중 어디에도, 방 한가운데 놓인 낡은 나무 상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들켰나.'
그것은 자신이 놓인 자리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완벽하게 지우지 못한 핏자국이 여전히 몸통 아래 조금 남아 있었다. 그 흔적이 저들의 의심을 자극할 수도 있었다. 조금 전, 죽은 자의 피가 튀었을 때 대부분은 닦아냈지만 뚜껑과 몸체 사이의 경첩 부근에는 아직 미처 지우지 못한 자국이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하지만 지금 움직이면 확실히 발각된다. 움직이지 않으면 발각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었다. 그것은 순간적으로 수십 가지 경우의 수를 떠올렸다. 몸을 뒤척여 핏자국을 가리는 방법, 완전히 정지한 채 버티는 방법, 저들이 상자를 열기 전에 선제공격을 가하는 방법.
'선제공격은 안 된다. 셋을 동시에 상대할 힘이 없다. 아직은.'
그것은 그 판단을 냉정하게 내렸다. 자신의 신체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낼 수 있는지 아직 명확히 알지 못했다. 확신이 없는 싸움은 무모한 것이 아니라 자살행위였다.
'확률의 문제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버티는 쪽이 낫다.'
그것은 그 판단을 붙잡고 몸을 더욱 굳혔다. 나무의 결처럼 보이도록, 쇠 장식이 그저 낡은 세월의 흔적처럼 보이도록, 그것은 자신의 표면을 다시 한번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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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채가 팔뚝을 감싼 한도경 곁에 앉아 짧게 기도문을 읊었다. 죽은 동료를 위한 예를 갖추는 시간이었다. 낮고 느린 목소리가 석실 안에 잔잔히 울렸다. 그 소리는 이상하게도 방 안의 냉기를 조금은 데워주는 듯했다.
"재훈, 이런 곳에서 그렇게 가다니..."
그녀의 목소리가 마지막에 가늘게 흔들렸다. 눈물이 다시 차올랐지만, 이번에는 굳이 참지 않았다. 잠깐이라도, 동료를 위해 울어줄 시간은 필요했다.
그 사이 민서는 상자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처음보다 조심스러웠지만, 눈빛에는 여전히 그 얕은 흥분이 남아 있었다. 목숨을 잃은 동료에 대한 슬픔과, 그가 목숨과 바꾼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그녀의 안에서 뒤섞였다.
"이거 열어봐도 되나요? 재훈 오빠가 목숨 걸고 찾던 거잖아요."
민서의 손이 상자의 뚜껑 근처로 다가왔다. 손가락 끝이 나무 표면에 거의 닿을 듯 말 듯한 거리까지 좁혀졌다. 그녀의 숨소리조차 그것에게는 선명하게 전해졌다.
한도경은 잠시 팔뚝을 감싼 천을 내려놓고 민서 쪽을 바라보았다.
"조심해.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그의 말에 민서가 짧게 웃었다.
"에이, 상자잖아요. 뭐가 튀어나오겠어요."
그 웃음소리가 방 안에 가볍게 퍼졌다. 하지만 그 가벼움과는 정반대로, 상자 안의 존재는 그 어느 순간보다 팽팽하게 곤두서 있었다.
'이 손이 뚜껑에 닿는 순간...'
그것의 안에서 다시 한번 그 두 힘, 이성과 본능이 팽팽하게 맞부딪혔다. 이성은 여전히 버티라고 말했다. 발각되지 않을 확률이 아직 남아있다고, 조금만 더 참으라고. 하지만 본능은 다른 신호를 보냈다. 저 손이 뚜껑을 여는 순간, 안에 숨겨진 진짜 이빨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그 순간이 바로 승부의 시작이라고.
민서의 손끝이 뚜껑의 나뭇결에 닿았다. 차가운 감촉이 그녀의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그녀는 그 감촉이 이상하게 매끄럽다고, 아주 잠깐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손가락이, 뚜껑의 이음새를 따라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