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늦가을의 저택 서재는 아침부터 서늘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으며, 벽난로에 불을 지피기엔 아직 이르다는 이유로 시종들은 창문만 살짝 열어 두었을 뿐이었다. 그 틈으로 스며든 찬 바람이 신문지 귀퉁이를 들썩이게 했고, 서준은 그 소리에 눈을 내리깔며 다시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는 것을.
「해동국의 희망, 흑하가의 도련님」이라는 제목 아래, 기자는 그를 두고 나라의 미래를 짊어진 고귀한 존재라 칭송하며, 그의 성년식이 국가적 경사라도 되는 것처럼 장황한 문장을 늘어놓고 있었다. "하늘이 내린 혈통이 마침내 성년을 맞이하니, 이는 곧 해동국 전체의 축복이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서준은 실소를 흘렸는데, 그 웃음에는 즐거움이라곤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는 것을. 하늘이 내린 혈통이라니. 그는 손끝으로 신문 모서리를 구겨 쥐며 생각했다. 자신이 태어난 것은 그저 우연이었을 뿐인데, 이 나라는 그 우연에 온갖 이름을 붙여 왔다.
그 아래에는 규수반 서른 명의 명단이 익명으로 처리된 채, 각 가문이 딸을 명단에 올리기 위해 벌인 은밀한 경쟁이 암시되어 있었는데, 기사는 그것을 두고 명예로운 경쟁이라 표현했다는 것을. 명예. 서준은 그 단어를 소리 없이 되뇌었다. 명예라는 말이 이토록 값싸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오히려 서글프게 다가왔다.
"우습지 않습니까." 한지아가 서재로 들어서며 그의 어깨너머로 신문을 내려다보았다. 오늘도 그녀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옷깃 끝에는 흑하가의 문장이 작게 새겨져 있었다. 서준은 그녀가 정말로 이 저택의 후견인이자 비서로서 늘 곁에 있어 왔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고 있었다는 것을.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그녀는 늘 이 서재의 문턱을 소리 없이 넘어와 있었다.
"이게 다 인구부흥원이 만든 그림입니까." 서준이 신문을 접으며 물었다.
한지아는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고개를 저었다. "인구부흥원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건 이십여 년 전 대역병 이후로 이 나라 전체가 재편된 결과입니다."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당시 살아남은 남성 인구는 전체의 0.1퍼센트도 되지 않았고, 그중 다시 건강한 자손을 볼 수 있는 이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국가는 존속을 위해 인구부흥원을 세웠고, 귀족 가문들은 그 아래에서 생존 전략을 짰습니다."
"생존 전략이라니." 서준이 되물었다. 그 말이 유난히 차갑게 들렸던 탓인지, 그는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책상 모서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가문의 딸을 규수반에 올려 도련님 같은 분과 결합시키는 것이야말로, 몰락한 가문이 다시 일어설 유일한 길이니까요." 한지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명단에 오른 서른 명 중 몇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인구부흥원 문턱을 넘었고, 몇은 스스로 자원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습니다.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그녀는 말을 끝맺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위에는 더 큰 존재들이 있습니다. 황실입니다."
황실. 그 단어에 서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신분은 높으나 혼인할 남성이 없는 황녀들이 여럿입니다." 한지아가 이어갔다. "그분들에게 도련님 같은 존재는 혼인 후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정치적 자산이기도 하니까요." 그녀는 잠시 서준의 표정을 살피다 덧붙였다. "귀족 가문들의 경쟁이 규수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아래 단계의 놀음이라면, 황실의 관심은 그 놀음판 전체를 뒤엎을 수 있는 힘입니다."
서준은 이 모든 구조가 결국 자신을 중심으로 겹겹이 쌓인 권력의 층위라는 걸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인구부흥원이라는 국가 기관, 그 아래 경쟁하는 귀족 가문들, 그리고 가장 위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황실. 자신의 존재 하나에 이토록 많은 이해가 얽혀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해방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감금처럼 느껴졌다는 것을. 성년이 되었다는 것이 자유를 뜻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촘촘한 그물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었다는 걸, 그는 이제야 실감하고 있었다.
"저는 그저 사람일 뿐입니다." 서준이 낮게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애써 눌러 담은 흔적이 그 어조에 배어 있었다. "이 여자들을 도구로 삼고 싶지 않습니다. 그게 규수반이든 황녀든."
한지아는 그 말에 오래도록 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동정도 아니고 존경도 아닌, 서준으로서는 짐작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눈빛이 잠시 흐려졌다가 다시 원래의 냉정함으로 돌아오는 그 짧은 순간을, 서준은 놓치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품으신 채로 이 체제 안에서 버티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도련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는 그 생각이 꺾이지 않도록 돕고 싶습니다."
"돕는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합니까." 서준이 물었다.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한지아가 짧게 답했다. "다만 도련님이 스스로를 지키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저는 그 방법을 찾는 데 제 자리를 쓰겠다는 뜻입니다." 그녀의 말은 여전히 격식을 갖추고 있었지만, 서준은 그 안에서 처음으로 그녀의 진심 같은 것을 엿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말이 서준에게 이상한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 서재의 벽난로가 아직 불을 품지 않았는데도, 그의 가슴 어딘가는 잠시 따뜻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 위로도 오래가지 못했다. 서재 문이 다급하게 열리며 백작가의 집사가 들어섰고, 그의 얼굴에는 평소와 다른 긴장이 서려 있었다는 것을. 노크도 잊은 걸음이었다.
"큰일 났습니다." 집사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아직 봉인이 뜯기지 않은 궁내부의 서찰이 쥐어져 있었다. "황궁에서 사자가 왔습니다. 정하은 황녀께서 도련님을 직접 뵙고 싶다는 전언입니다. 오늘 저녁, 이 저택으로 오시겠다고 합니다."
그 말에 한지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고, 서준은 그녀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뚜렷한 경계심을 읽어냈다는 것을. 방금까지 그녀의 눈에 어려 있던 복잡한 온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날카로운 계산만이 남아 있었다. 황녀가 직접 저택으로 온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서준은 아직 알지 못했지만, 한지아의 굳은 얼굴이 그에게 불길한 예감을 심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