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은월국이 남자가 극히 드문 세계라는 사실은, 이 나라에 처음 떨어진 도윤에게도 오래도록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처음 이곳에 눈을 떴을 때만 해도 그는 이것이 그저 우연한 통계의 편차이거나, 자신이 도착한 지역 특유의 현상이라 여겼다. 그러나 시장에 나가 보아도, 예배당 앞 광장에 모인 신도들을 보아도, 남자아이의 얼굴을 가진 이는 열 명 중 하나조차 되지 않았다. 은월 교단의 기록에 따르면 이는 삼백 년 전 대재앙 이후 남성의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며 벌어진 현상으로, 교단은 이를 두고 신의 시험이라 명명하며 남성을 마을 공동체가 함께 지키고 길러야 할 존재로 규정했다. 그 규정의 핵심에는 '축복받은 결합'이라는 교리가 있었는데, 이는 성인 여성이 젊은 남성을 보호하고 이끌어 혼인으로 맺어지는 것을 신의 뜻으로 승인하는 내용이었다. 나이 차가 크게 나는 결합조차 교단은 문제 삼지 않았으며, 오히려 연상의 여성이 어린 남성을 오랜 시간 곁에서 보살핀 뒤 맺어지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찬양했다. 마을 노파들은 그런 결합을 두고 "달빛이 오래 머문 만큼 깊어지는 인연"이라 부르며 부러움 섞인 축복을 건네곤 했다.
도윤은 이 교리를 처음 접했을 때 그저 낯선 세계의 풍습이라 여기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리베른 마을 게시문 사건 이후 이 교리가 예은과 자신을 둘러싼 소문 속에서 어떤 무게로 작용하는지를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도는 말은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라, 교단의 교리를 정면으로 시험하는 사안이었던 것이다. 만약 예은의 의식이 순수한 신앙의 절차가 아니라 사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명된다면, 그것은 교단의 규율을 어긴 것이자 동시에 축복받은 결합의 신성함을 훼손한 죄로 다루어질 수 있었다. 명예와 신앙, 그리고 감정. 이 세 가지가 하나의 매듭처럼 얽혀 있다는 사실을, 도윤은 그날 처음으로 어렴풋이 느꼈다. 그리고 그 매듭의 한쪽 끝을 쥐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예은이라는 것도.
교단 관리인이 다시 고아원을 찾은 것은 며칠 뒤였다. 늦가을의 마른 바람이 고아원 뜰의 낙엽을 쓸고 지나가던 오후였는데, 그날따라 관리인의 발걸음에는 이상하게 무게가 실려 있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마을 유지 몇 명을 대동하고 왔는데, 그중에는 도윤도 낯이 익은 방앗간 주인 여자와 시장 골목의 포목상 여자가 섞여 있었다. 두 여자는 팔짱을 낀 채 예배당 안을 힐끔거리며 서로 귀엣말을 주고받았는데, 그 표정에는 호기심과 경계심이 반씩 섞여 있었다. "시스터, 저희도 시스터를 의심하고 싶지 않습니다." 관리인이 짐짓 온화한 말투로 입을 열었으나, 그 뒤에 이어진 말은 결코 온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 의식의 방식을 공개적으로 진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는 문을 열어 두고 말이지요." 방앗간 주인 여자가 그 말에 맞장구를 치듯 고개를 끄덕였고, 포목상 여자는 팔짱을 풀지 않은 채 예은의 얼굴을 뜯어보듯 살폈다. 그 말에 예은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지만, 그녀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녀가 답했는데, 그 짧은 대답 속에 담긴 체념과 두려움을 도윤은 옆에서 지켜보며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예은의 손끝이 성전 열쇠를 쥔 채 하얗게 굳어 있던 것을, 도윤은 놓치지 않았다.
관리인 일행이 문밖으로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뜰에는 낙엽이 구르는 소리만 스산하게 남았고, 예은은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관리인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린 듯 도윤을 따로 불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는 예전처럼 할 수 없게 되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었는데, 도윤은 그 아쉬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여전히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 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처럼이라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그는 어렴풋이 알 것 같으면서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시스터가 문제없다면, 저는 괜찮아요." 그의 대답에 예은은 옅게 웃었지만, 그 웃음의 이면에는 앞으로 더 조심스럽게, 더 은밀하게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결심이 숨어 있었다. 그녀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도윤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그 눈빛에는 미안함과 애틋함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축복받은 결합이라는 교리가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 그녀는 언젠가 도윤과 정식으로 맺어질 날을 진심으로 그리고 있었으나, 그날이 오기 전까지 지금의 감정을 들키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신앙의 언어로 감정을 감추고, 의식의 형식으로 마음을 포장해야 하는 나날. 그것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예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제 그녀의 손끝이 자유롭게 도윤의 이마를 어루만질 수 없다는 사실이었고, 그것이 그녀에게는 단순한 절차의 변화가 아니라 마치 무언가를 빼앗긴 것 같은 상실감으로 다가왔다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열려 있는 예배당 문 너머로 첫 번째 공개 의식이 진행되었다. 문틀에는 마을 여자 두어 명이 서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예배당 안의 촛불은 평소보다 더 많이 켜져 있었는데, 그것은 관리인이 요구한 '투명함'의 상징이었다. 예은은 평소보다 짧고 형식적으로 도윤의 이마에 성유를 발랐고, 손끝이 이마에 닿는 시간은 예전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문밖에서 지켜보던 관리인과 마을 여자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마을 여자 하나가 돌아가며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도윤은 들었다. "역시 시스터는 흠잡을 데가 없으시네." 그 말이 마치 판결처럼 예배당 안에 남아 흩어졌다.
그러나 의식이 끝난 직후, 도윤은 예은의 손끝이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고, 그것이 안도에서 오는 떨림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예민한 귀가 그녀의 숨소리에서 먼저 감지하고 있었다. 촛불이 꺼져가는 예배당 안에서, 예은은 성유가 담긴 병을 정리하며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는데, 그 어깨의 각도가 평소와 다르게 굳어 있었다. 도윤은 그 등을 바라보며, 앞으로 이 떨림이 얼마나 더 자주 반복될지,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어 가만히 마른 입술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