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여섯 살 연상, 금지된 축복

1화

은월국의 초여름은 유난히 안개가 짙어서, 리베른 마을 사람들은 이 계절이 오면 창문마다 헝겊을 덧대어 눈가리개를 만들듯 커튼을 이중으로 치는 관습을 지켰는데, 그것은 안개 속에서 걸어온다는 마물들에 대한 오래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노인들은 안개가 짙어지는 밤이면 아이들을 불러 모아 놓고, 안개는 마물이 세상에 남긴 숨결이라 이야기했으며, 그 숨결에 닿은 아이는 이레 안에 시들어 간다는 소문이 마을 곳곳에 뿌리처럼 박혀 있었다. 은월 고아원은 마을 언덕 위, 안개가 가장 먼저 닿고 가장 늦게 걷히는 자리에 서 있었으며, 그곳에서 여섯 해를 지낸 도윤에게 이 계절은 유독 몸이 먼저 반응하는 시기였다. 창밖의 습기가 무거워지는 낌새를 느낌으로 눈치채고, 귀 안쪽이 먼저 저릿해지는 감각으로 계절의 경계를 감지하는 것이다. 열 살에 서울의 좁은 골목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이 낯선 세계로 떨어졌던 그날 이후로, 그는 왼쪽 눈을 잃었고 대신 남들보다 몇 배는 예민한 귀를 얻었으며, 그 귀는 지금도 창밖에서 안개가 나무를 스치는 소리와 진짜 마물의 발소리를 구분해 낼 수 있었다.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 도윤은 눈을 잃은 자리의 통증보다 귀가 감당해야 하는 소음의 과잉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벌레가 나뭇잎을 갉는 소리, 지붕 틈으로 빗물이 스미는 소리, 심지어 다른 아이의 심장 뛰는 소리까지 걸러지지 않고 밀려들어왔던 시절이 있었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는 그 청각이 처음에는 저주처럼 여겨졌으나, 이제는 이 세계에서 그가 유일하게 자부할 수 있는 것이 되어 있었다. 자부심. 그것은 도윤이 스스로에게 허락한 거의 유일한 감정이었다. 도윤은 침대에 걸터앉아 붕대를 새로 감는 손끝을 내려다보며, 여섯 해 전 마물의 발톱이 왼쪽 눈을 스치고 지나가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 그를 끌어안고 마물을 향해 성서의 구절을 외치던 사람이 예은이었고, 그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떨리고 있었는지를 그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피 냄새와 성유 냄새가 뒤섞였던 그날의 공기까지도, 귀가 아니라 코가 대신 기억해 낸 것처럼 선명했다. 은인. 그 단어는 도윤의 안에서 언제나 신앙과 다름없는 무게로 자리했으며, 그 무게 때문에 그는 자신의 흉터 많은 몸과 하나만 남은 눈이 그녀 곁에 있기에 부끄러운 것이라 믿어 왔다. 더럽혀졌다는 감각은 상처가 아니라 오히려 그 상처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자신의 무력함에서 왔는데, 그것을 스스로 설명할 언어를 그는 아직 갖고 있지 않았다. 붕대를 감는 손이 유독 서툴러서, 매번 같은 자리를 다시 풀고 다시 감아야 했다. 저녁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예배당 앞에 줄을 섰고, 예은은 그 앞에 서서 하루의 마지막 의식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그 줄서기를 지루해하면서도 습관처럼 따랐는데, 그것은 이 마을에서 안개를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 신앙이라 배웠기 때문이었다. 축복의 입맞춤이라 불리는 그 의식은,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은월 교단이 정한 절차로, 마물의 기운이 아이들의 이마에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제가 직접 이마에 입술을 대어 성유를 발라 주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짧게, 도윤에게는 유독 오래. 그것을 이상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던 것은, 도윤 스스로가 그 차이를 자신이 가장 크게 다쳤던 아이였기 때문이라 여겨 왔던 탓이었다. 그날 밤에도 예은은 아이들을 먼저 재우고 도윤만을 예배당에 남겨 두었는데, 그가 처음으로 왜 저에게만 순서가 다른지를 물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시스터, 이 의식이 정말 그런 뜻이 맞나요." 그의 물음에 예은의 손끝이 순간 멈추었고, 촛불이 흔들리며 그녀의 얼굴에 짧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예배당 안은 유독 조용해서, 촛농이 흘러내리는 소리마저 도윤의 귀에는 크게 들렸다. "그럼요, 도윤. 왜 그런 걸 묻나요." 그녀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지만, 도윤은 그 웃음 뒤에 숨은 무언가를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었다. "그냥, 다른 애들이랑 다르길래요." 도윤이 다시 물었다. "제가 유독 많이 다쳤던 아이라서 그런 건가요." "그런 것도 있고요." 예은이 말을 흐렸다. 그것은 아주 오랜만에 그가 그녀에게 던진 작은 반항이었으나, 결과는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예은은 그 물음을 듣는 순간 오히려 이전보다 더 깊이 다가서야 한다는 확신을 굳히고 있었다. 그녀는 도윤의 뒤통수를 감싸며 이마 대신 관자놀이 아래, 눈가에 가까운 자리에 입술을 가져다 댔는데, 그것은 지금까지의 의식에는 없던 순서였다. "오늘은 이 자리에도 축복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녀가 낮게 속삭이자 도윤은 숨을 죽인 채 몸을 굳혔고, 심장이 귀에까지 울리는 소리를 스스로 들었다. 왜 이렇게 뛰는 걸까. 그는 자문했으나 답을 찾지 못했고, 그저 그녀의 손끝이 자신의 뒤통수를 감싸는 감촉만이 온몸의 감각을 잠식해 갔다. 예은은 그 침묵을 순응으로 받아들인 듯 조금 더 오래 그 자리에 머물렀다. 성유 냄새와 그녀의 숨결이 뒤섞여 예배당 안을 채우는 동안, 촛불은 마치 무언가를 지켜보듯 흔들리고 있었으며, 그 불빛 아래에서 도윤은 자신이 감사와는 다른 무언가에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그저 이것이 죄스러운 감정이라는 것만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는데, 그 짐작조차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의식이 끝난 뒤 도윤이 방으로 돌아가자, 어둠 속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열세 살 수아였다. 방문 앞에 쭈그려 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던 수아는, 도윤의 발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들며 팔짱을 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수아가 팔짱을 낀 채 묻자 도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어 보였지만, 수아는 그의 목덜미에 남은 옅은 성유 자국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축복 의식이 오늘은 좀 길었나 보네." 수아가 짧게 덧붙였다. 그 말투에는 평소와 다른 서늘함이 묻어 있었으나, 도윤은 그것이 잠결의 피곤함 때문이라 여기고 넘겼다. 그녀의 눈빛에 스친 것이 무엇인지, 도윤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채 방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던 것을, 그는 그날 밤 내내 이유도 모른 채 곱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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