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이하준을 처음 본 건 왕궁 문서실에서였다.
먼지 냄새가 코를 찌르는 그곳에서, 나는 청화 가문의 호위 명단을 넘기고 있었다. 사실 재미도 없는 서류였다. 이름과 임무 기간, 평가 점수가 나열된 종이 뭉치일 뿐이니까. 그런데 그 안에 적힌 이름 하나가 유독 눈에 걸렸다.
이하준.
3년간 흠 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스스로 물러난 유일한 호위.
이유는 명단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해임도 아니고, 파문도 아니고, 그냥 '자진 사임'이라는 세 글자만 덩그러니 박혀 있었다.
손가락으로 그 글자를 몇 번이나 문질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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