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며칠이 지나는 동안 나는 별채와 정원 사이를 오가는 짧은 산책 정도의 자유를 허락받았다. 처음에는 그 허락이라는 말 자체가 우습게 느껴졌다. '자유를 허락받는다'는 문장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모순인데, 이곳에서는 그게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그 모순을 굳이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노예 시장의 우리보다는 정원의 담벼락이 낫다는 걸 인정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소미와 나란히 걸으며 궁전의 담벼락 너머로 왕도의 지붕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그럭저럭 견딜 만한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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