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털가죽은 생각보다 컸다.
어깨 높이만 어림잡아도 내 허리께에 닿을 정도였다.
네 척은 족히 되어 보이는 몸집의 황피자가 처마 아래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둥지 속에서 낮잠을 자다가 돌에 맞아 깨어난 모양이었다.
노란빛이 도는 굵은 털이 볕에 번들거렸다.
숨을 쉴 때마다 갈빗대 사이로 근육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저건 사람 하나를 통째로 삼켜도 이상하지 않을 몸집이었다.
녀석의 붉은 눈이 나를 정확히 노려보았다.
"저기, 그건 제가 실수로..."
크르릉.
낮고 굵은 울음소리가 대답을 대신했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라는 뜻이었다.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쳤다.
등 뒤는 신상뿐인 좁은 사당이었다.
벽에 어깨가 닿았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셈을 해봤다.
문은 저 녀석의 등 뒤에 있었고, 창은 애초에 없었다.
돌 하나 던진 값으로 이 몸이 여기서 끝나는 건가.
억울했다.
황피자가 앞발로 땅을 긁으며 자세를 낮췄다.
덤벼들 준비였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방금까지 신기해하며 놀던 힘이 갑자기 절박해졌다.
진섭술.
험한 곳을 가볍게 건너듯 움직이는 술법이라고 했다.
배웠다기보다는 들었다, 라는 게 맞는 표현이었다.
써먹을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나는 다리에 힘을 실어보았다.
우웅.
발밑이 순간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화로에 발을 담근 것 같은 감각이었다.
황피자가 튀어 올랐다.
퍼억!
녀석의 앞발이 방금까지 내가 서 있던 자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흙바닥이 움푹 파였다.
주먹 하나가 그대로 박힐 만한 구덩이였다.
나는 어느새 서너 걸음 옆으로 옮겨져 있었다.
몸이 스스로 반응한 것인지, 술법이 발동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다행히 뼈는 온전했다.
다만 방금 그 힘이 없었다면 저 구덩이 자리가 내 자리였을 거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진짜였습니까."
웃음이 나오면서도 등줄기가 서늘했다.
이게 술법이라는 거구나, 하는 감탄이 반이었고,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실감이 반이었다.
황피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다시 자세를 낮추고 이빨을 드러냈다.
침이 턱 밑으로 길게 늘어졌다.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한 번은 운이었다 쳐도, 두 번은 어림없을 것 같았다.
나는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신상 옆에 세워둔 낡은 지팡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토지신에게 바쳐졌을 법한, 손잡이가 닳은 나무 지팡이였다.
부신술.
사물에 기운을 실어 부린다고 했다.
지팡이 하나로 저 몸집을 상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시험해보지 않으면 다음은 없을 것 같았다.
돌 하나 던진 죄로 여기서 죽는 것보다는, 지팡이 하나 잘못 부려서 죽는 게 그나마 덜 억울할 것 같았다.
나는 지팡이를 향해 손을 뻗으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손끝이 저릿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황피자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 거대한 그림자가 그대로 나를 덮쳐왔다.
숨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