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지옥혼, 금기의 후계자

4화

다음 날 아침, 장로들이 다시 모였다. 포박된 사내는 밤새 입을 열지 않았다.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눈도 감지 않았다. 그저 벽 한쪽만 노려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대신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청현문의 짐짝이라 불리던 이서준이, 세수단을 노리고 온 자를 맨손으로 제압했다는 소문이었다. 어린 제자들은 마당을 지나가면서도 자꾸 나를 힐끔거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눈도 안 마주치던 아이들이었다. "영근단절인데 어떻게 그런 힘을 냈는가." 장로 하나가 나를 노려보며 물었다. 늙은 눈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경계심은 젊은이 못지않았다.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다만 이 몸이 원래 좀 특이하게 태어난 것 같습니다." 반쪽은 사실이었다. 나머지 반쪽은 설명하기 너무 길었다. 화로 속에서 태어난 힘이라고, 이태풍의 핏줄이라고 말해봐야 믿을 사람도 없었다. "특이하게 태어났다는 말로 넘어갈 문제가 아닐세." 다른 장로가 끼어들었다. "영근이 끊긴 아이가 성인 남자 셋을 상대로... 아니, 어제는 혼자서 그 큰 사내를 맨손으로 눌렀다지 않았나." 논의가 끝나기도 전에, 산문 밖에서 종이 울렸다. 침입자를 알리는 종소리였다. 댕, 댕, 댕. 세 번. 어제보다 급했다. 이번엔 세 명이었다. 어제 그 사내와 같은 검은 옷. 세수단을 노리는 잔당들이었다. 걸음걸이부터 어제와는 달랐다. 셋 모두 눈빛이 날카로웠고, 손에는 제대로 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이태풍의 핏줄, 순순히 세수단을 내놓아라." 앞장선 자가 소리쳤다. 문파 사람들 전체가 마당에 모여 있었다. 늙은 도사들, 어린 제자들, 그리고 이소아까지. 모두의 눈이 나를 향했다. 서다연은 검을 뽑아 든 채 내 옆으로 다가섰지만, 나는 손을 들어 그녀를 멈췄다. "이번엔 제가 먼저 나서보겠습니다." "...괜찮겠어요?" "어제도 괜찮았는걸요." 나는 가슴속 불씨를 끌어올렸다. 이제는 훨씬 익숙했다. 화로에 장작을 던지듯, 자연스럽게 열기가 퍼졌다. 손끝부터 뜨거워지는 감각이었다. 마치 몸 안에 작은 아궁이 하나를 지어놓은 것 같았다. "세수단은 없습니다." 내가 앞으로 나섰다. "있어도 드릴 생각은 없고요." "어린놈이 죽고 싶은 게로군." "밥은 먹고 왔습니까. 오래 걸리진 않을 텐데요." 앞장선 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세 사내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첫 번째 도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정직하게 맞받았다. 캉! 손목이 얼얼했지만, 상대의 도가 튕겨 나가는 게 먼저 보였다. 두 번째가 옆에서 파고들었다. 결대로 쪼개듯이, 나는 그 팔을 그대로 밀어냈다. 퍽! 사내의 몸이 반쯔며 뒤로 튕겨 나갔다. 세 번째가 등 뒤로 돌았다. 나는 몸을 돌리지 않고, 그저 열기를 등 뒤로 흘려보냈다. 콰아앙! 셋 다 마당 흙바닥에 나란히 처박혔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마당이 조용해졌다. 늙은 도사들의 입이 벌어져 있었다. 서다연조차 검을 든 채 아무 말 못 했다. 이소아만이 작게 손뼉을 쳤다가, 주변 눈치를 보고는 얼른 손을 내렸다. "이서준..." 장로 하나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저 애를 내보내자던 이야기, 다시 논의해야겠군." "밥값은 벌었다고 생각해도 됩니까." "..." 장로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며칠 전까지 나를 문파 밖으로 내치자던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그 입을 어떻게 다시 여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나는 쓰러진 셋 중 하나를 발로 눌렀다.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저항할 기력은 없어 보였다. "세수단을 찾는 진짜 우두머리는 어디 있습니까." 사내가 피식 웃었다. 입가에 흙이 묻어 있었다. "그분은 너 같은 잔챙이한테 직접 나서지 않아." "잔챙이 취급 받으니 좀 서운하네요." "...웃음이 나오나." "웃을 일이 생기면 웃어야죠." 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잔당이 이 정도라면, 본대는 어느 수준일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 도합 네 명. 그들 모두 세수단이라는 말 한마디에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다. 그렇다면 그 뒤에 있는 자는 얼마나 많은 걸 걸고 있을지. 하지만 동시에, 다른 생각도 들었다. 숨어서 도망 다니느니, 차라리 저쪽을 이 앞마당으로 불러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놈들이 원하는 건 세수단이었다. 그리고 세수단이 있는 곳은, 정확히 여기였다. 문제는 다음에 올 자가 잔챙이가 아닐 거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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