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무심한 아버지, 각성한 차남

3화

빛줄기가 황수의 몸통을 관통했다. 둔중한 굉음이 뒤따랐다. 지면이 흔들리는 것이 별채 안에서도 느껴졌다. 발밑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에, 나는 창틀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저것이 아버님의 검기." 나는 창문에 매달린 채 숨을 삼켰다. 검기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눈앞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빛의 궤적이 대기를 가르는 순간, 마치 세상이 한 뼘 정도 갈라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검술이 아니었다. 사람의 손에서 뻗어나가는 것치고는 지나치게 거대하고, 지나치게 압도적이었다. 황수는 잠시 멈춰 섰다. 거대한 몸뚱이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상처가 난 자리에서 검은 액체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꾸물거리며 상처의 틈을 메워나갔다. 숨 몇 번 쉴 시간도 지나지 않아, 상처는 다시 원래 형태로 아물었다. 흉터조차 남지 않았다. "…재생하는군." 우문 할아범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표정은 침착했지만, 눈빛만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나는 그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을 처음 보았다. 평소라면 저택 살림을 챙기며 잔잔하게 웃던 얼굴이었다. 지금은 그 웃음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성벽 위, 아버지는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매번 다른 방향에서, 다른 속도로 파고드는 검격이었다. 어떤 것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듯 떨어졌고, 어떤 것은 옆구리를 노리듯 낮게 깔려 들어갔다. 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파공음이 짧게 울렸다. 파앗. 하지만 황수는 그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오히려 조금씩 성벽 쪽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검이 살가죽을 가르고 들어가도, 그 안쪽에서 새살이 돋아나듯 상처가 메워졌다. 마치 상처를 입는 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인간이 아니야." 나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뇌었다. 압도적인 크기와 재생력. 일반적인 야수나 짐승과는 궤를 달리하는 존재였다. 저것이 어디서 왔는지, 왜 이 저택을 노리는지,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저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이 현실이라는 사실만이 실감되었다. 그 순간, 황수의 등 뒤에서 작은 형체 몇 개가 튀어나왔다. 인간과 비슷한 크기였지만, 피부는 회백색에 가까웠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뻣뻣했다. 관절이 꺾이는 방향이 사람의 것과는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그 부조화가 오히려 더 소름 끼쳤다. "하수인들." 우문 할아범이 이를 악물었다. "저것들이 성벽 안쪽으로 흩어지면 큰일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처음으로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그가 창밖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허리춤에 매어둔 검집을 풀었다. 그는 나를 별채 안쪽 깊숙이 밀어 넣고는 검 한 자루를 챙겨 들었다. "도련님은 여기 계십시오.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할아범, 위험합니다." "제가 늙었어도 아직 죽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짧게 웃고는 문을 나섰다. 그 웃음에는 어딘지 익숙한 다짐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평생을 이 저택에서 보낸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굳은 얼굴 아래 감춰진 각오였다. 그 뒷모습에서, 평소 저택을 관리하던 노인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검을 든 무인의 등이 있을 뿐이었다. 혼자 남은 별채는 조용했다. 창밖의 소란만이 그 정적을 흔들어놓고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쇠붙이 부딪는 소리, 짐승의 낮은 울음소리 같은 것들이 뒤섞여 벽을 타고 스며들었다. 나는 그 소리들을 하나하나 구별하려 애썼다. 어느 것이 아버지의 검이고, 어느 것이 황수의 몸에서 나는 소리인지. 그러나 곧 그것이 무의미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손에 쥔 백환을 내려다보았다. 어제와 달리, 그것은 미약하게 계속 진동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반응하듯. 손바닥 안에서 느껴지는 그 미세한 떨림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어지럽혔다. 이것이 무엇인지, 왜 나에게 반응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것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무언가가 지켜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별채의 문이 부서지듯 열렸다. 나무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회백색 피부의 하수인 하나가 안으로 들이닥쳤다. 숨이 턱 막혔다. 뒤로 물러섰지만, 등이 벽에 닿았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방 안의 좁은 공간이 순식간에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하수인이 팔을 뻗어왔다. 손끝이 날카롭게 변형되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손톱이 아니라 작은 칼날처럼 보였다. 그 순간, 백환에서 다시 백색의 빛이 뻗어 나왔다. 빛은 눈을 찌를 듯 밝았지만, 동시에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내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의식적으로 조종한 것이 아니었다. 마치 몸이 원환에게 이끌리듯, 팔이 앞으로 뻗어졌다. 퍽! 하수인의 손목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것이 낮게 신음하며 뒷걸음질쳤다. 신음이라기엔 너무 기계적이고, 사람의 것이라기엔 너무 낮게 갈라진 소리였다. 나는 스스로도 놀랐다. 방금 그 움직임이, 여덟 살 아이의 몸에서 나올 만한 것이 아니었다. 손끝에 남은 통증조차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감각. 그것이 무섭기보다는 어딘가 익숙하게 다가왔다. 하수인은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엔 팔이 아니라 몸통 전체로 부딪혀 왔다. 나는 옆으로 몸을 틀었다. 동시에 손안의 백환이 더 강하게 빛을 뿜었다. 빛이 하수인의 눈앞에서 번쩍 터지자, 그것이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는 몸을 더 낮췄다. 그 순간, 문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도련님!" 취란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검 한 자루를 든 채 별채 안으로 뛰어들었다. 숨이 거칠었고, 옷자락 곳곳에 흙먼지가 묻어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순탄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물러서십시오!" 그녀의 검이 하수인의 목을 정확히 갈랐다. 검은 액체가 튀었다. 비릿하고 낯선 냄새가 방 안에 퍼졌다. 하수인은 잠시 몸을 뒤틀다가,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다. 쓰러진 몸뚱이가 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취란은 숨을 몰아쉬며 나를 살폈다. 그녀의 눈이 내 몸 구석구석을 빠르게 훑었다. "괜찮으십니까." "당신이 왜 여기…" "저도,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녀의 눈빛에는 단순한 임무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검을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이 두려움 때문인지, 다른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이 저택 안에서 나만큼이나 절박한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껴졌다. 그 순간, 별채 밖에서 다시 굉음이 울렸다. 성벽 방향에서 들려오던 소리와는 다른, 더 가까운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 땅을 짓누르는 듯한 무게감이 발밑을 타고 올라왔다. "…또 다른 놈이." 취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검을 쥔 손이 다시 힘을 주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 저택 마당 한가운데.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방금 쓰러진 하수인보다 훨씬 크고, 몸에 새겨진 문양이 뚜렷한 또 다른 존재였다. 그 문양은 마치 살가죽 위에 새겨진 낙인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우리가 있는 별채 쪽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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