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폐하께서 혼약을 파기하라 하셨다는 그 한마디는 밤이 깊어질수록 저택 전체를 무겁게 짓눌렀고, 아린은 방문을 잠근 채 어둠 속에 앉아 몇 시간이나 그 말을 곱씹었다.
'왜 지금…… 왜 하필 지금이야.'
의문이 머릿속을 헤집는 동안에도 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는데, 원작 게임 속에서 혼약 파기는 성녀가 완전히 각성하고 이하준을 직접 선택하는 후반부에야 벌어지는 사건이었지, 이렇게 이른 시점에서 황제가 먼저 나서 강요하는 전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촛불조차 켜지 않은 방 안에서 아린은 무릎을 세워 안고 이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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