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내 전략이 아버지 공이라니

2화

나는 방문 앞에서 숨을 죽였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이 파르르 떨렸다.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르륵. 낮고 축축한 소리였다. 숨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씹는 소리 같기도 했다. 나는 손끝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손바닥 위로 희미한 균열이 지지직 소리를 내며 번졌다. 내 능력은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제멋대로 튀어나왔다. 화가 나면 물건이 깨졌고, 두려우면 방이 흔들렸다. 지금은 둘 다였다. '침착해.' '침착해야 해.' '지금 흔들리면, 수아가 위험해져.' 수아는 지금 저 방 안에 있었다. 삼십 분 전, 수아가 문자를 보냈다. ―언니, 좀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그 뒤로 답이 없었다. 나는 계단을 세 개씩 뛰어 올라왔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출 수 없었다. 수아는 내게 유일하게 소중한 사람이었다. 동생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한 감정이었다. 굳이 이름 붙이지 않았을 뿐이다. 문고리를 잡았다. 차가웠다. 지나치게 차가웠다. '열까, 말까.' '열면 뭐가 나올지 몰라.' '안 열면 수아가 죽을 수도 있어.'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어두웠다. 전등이 깨져 있었다. 유리 조각이 바닥에 흩어져 반짝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수아가 벽에 붙어 웅크리고 있었다. "수아야."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수아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언니……" 목소리도 떨렸다. "저거…… 저거 봤어요?" 수아가 방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것을 보았다. 벽에 붙어 있었다. 피부는 회색빛이었고, 표면이 진흙처럼 질척하게 번들거렸다. 팔은 세 개였다. 각각의 팔 끝에는 손가락 대신 뾰족한 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냄새가 났다. 썩은 고기와 비 오는 날의 흙냄새가 섞인, 형용하기 힘든 악취였다. 그것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이 없었다. 대신 얼굴 전체에 자잘한 구멍들이 나 있었고, 그 구멍마다 검은 액체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웨에에엥. 낮은 진동음이 그것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마치 벌레 떼가 우는 소리 같았다. '저게 뭐야.' '저런 건 처음 봐.' '수아를 데리고 나가야 해. 지금.' 나는 수아 쪽으로 발을 뗐다. 그 순간 그것이 움직였다. 빨랐다.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세 개의 팔 중 하나가 채찍처럼 뻗어와 내 어깨를 스쳤다.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살갗에 뜨거운 통증이 번졌다. "언니!" 수아가 소리쳤다. 나는 그 통증을 신호로 삼았다. 가슴 안쪽에서 뭔가가 확 끓어올랐다. 두려움과 분노가 동시에 치솟았다. 손바닥의 균열이 순식간에 팔 전체로 번졌다. 지지직, 지지직. 방 안의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서 살짝 떠올랐다. 책상 위 물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멈추면 안 돼.' '지금은 참으면 안 돼.' '수아를 지켜야 해.' 나는 손을 그것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균열이 손끝에서 빛처럼 뻗어나가 그것의 몸에 닿았다. 그르르르륵. 그것이 몸을 뒤틀며 괴성을 질렀다. 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회색 피부가 갈라지며 검은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나는 이를 악물고 힘을 더 밀어 넣었다. 방이 흔들렸다. 창문이 덜컹거렸다. 전등이 남아 있던 조각까지 완전히 부서지며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순간. 그것이 사라졌다. 연기처럼, 아니 검은 안개처럼 흩어져 벽 틈으로 스며들 듯 없어졌다. 방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언니, 언니 괜찮아요?" 수아가 기어와 내 팔을 붙잡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어깨…… 피 나요." "괜찮아. 별거 아니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깨가 불에 타는 것처럼 아팠다. 나는 애써 웃어 보였다. 수아는 그 웃음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한참 동안 수아는 내 옷깃을 놓지 않았다. "저게…… 뭐였을까요." "몰라." "근데 언니, 그거 알아요?" 수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거 방금, 언니가 손대니까 없어졌잖아요." "그랬지." "근데 그거……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했어요." 수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게 자꾸 언니 이름을 불렀어요." '……뭐?' 나는 숨을 멈췄다. "뭐라고?" "그 소리…… 그게 웨에에엥 하고 울 때마다, 그 안에 언니 이름이 섞여 있었어요. 저, 잘못 들은 거 아니에요." 수아의 눈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그게 왜 내 이름을 알아.' '그게 왜 나를 불러.' 방 안 어딘가에서,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그 진동음이 벽 틈에서 아주 희미하게 다시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웨에에엥. 착각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없었다. 나는 수아의 손을 꽉 붙잡았다. 밖으로 나가야 했다. 지금 당장. 하지만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나는 굳어버렸다. 문 아래 틈으로, 검은 액체가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방 안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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