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마흔, 밤의 사냥꾼이 되다

4화

능력이 오르고 있다는 걸 확신한 뒤로, 나는 매일 밤 사냥을 하나의 루틴으로 삼았다. 여덟 시 정각에 집을 나선다. 참나무 두 그루 사이에서 기다린다. 괴물이 나타나면 처치한다. 아홉 시쯤 집으로 돌아와 씻고 잠든다. 낮에는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며 코드를 짜고 회의에 참석한다. 남들 눈에는 나는 그저 요양 중인 평범한 중년 남자였다. 루틴이라는 건 무서운 것이다.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무뎌진다. 처음 괴물을 마주했을 때의 그 심장 떨림도, 보름이 지나자 출근길 신호 대기처럼 심드렁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이 원래 그렇다. 그 이면의 삶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것을 철저히 지키기로 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첫째, 아무도 이 이야기를 믿지 않을 것이다. 마흔둘 먹은 중년 남자가 밤마다 괴물을 죽인다는 말을 누가 곧이곧대로 듣겠는가. 둘째, 만약 믿는다 해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었다. 관계 기관에서 조사를 나올 수도 있고,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퍼질 수도 있었다. 어쩌면 나를 정신병원에 데려가려 할 수도 있었다. 셋째,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힘을 혼자 갖고 싶었다.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평생 특별할 게 없던 인생에 갑자기 찾아온 특별함을, 나는 쉽게 놓을 수 없었다. 인간이 그럴 때가 있다.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손에 쥔 걸 놓지 못하는 순간이. 나는 그 순간을 이미 지나쳐 버린 사람이었다. 그렇게 보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처음 그 소문을 들은 건 마을 초입 작은 상회에서였다. 나는 라면과 두부를 사러 갔다가, 주인 할머니와 이웃 아주머니 두 분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상회 안은 좁고 어두웠고, 형광등 하나가 깜빡거리며 세 사람의 그림자를 벽에 늘렸다 줄였다 했다. "저 아래 김씨네 닭이 또 없어졌다며." "이번 주에 벌써 세 번째라던데." "여우인가 뭔가가 그러는 거 아니야?" "여우가 그렇게 많이 잡아먹을 수가 있나. 한 번에 여덟 마리가 사라졌다잖아." 나는 두부를 집으며 귀를 기울였다. 여덟 마리. 그 숫자가 마음에 걸렸다. 여우 한 마리가 하룻밤에 닭 여덟 마리를 물어가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라면 진열대 앞에 서서 라면을 고르는 척했지만, 사실은 두 사람의 대화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밤에 이상한 소리도 들린다고 하고." "무슨 소리?" "그게,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소리라던데. 짐승 우는 소리도 아니고, 기계 소리도 아니고." "귀신 소리라도 되나." "몰라, 나도. 김씨네 며느리가 그러던데, 밤에 자다가 그 소리 때문에 몇 번이나 깼다고." 나는 그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기계 소리가 아닌, 짐승 소리도 아닌 그 무언가. 나는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괴물이 죽어가며 내는 마지막 울음. 그것은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종류의 소리였다. "손님, 뭐 찾으세요?" 주인 할머니가 갑자기 나를 향해 물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웃으며 라면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이거요." "두부도 가져가시고. 오늘 신선한 거 들어왔어." 나는 두부 한 모를 더 얹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내 등 뒤로, 두 아주머니는 여전히 김씨네 닭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사냥하는 그 저수지 근처에서, 정말로 가축이 사라지고 있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동안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나는 매일 밤 정해진 시각, 정해진 장소에서만 괴물을 상대했다. 하지만 그 괴물들이 그 시간 이전, 혹은 그 장소 밖에서는 뭘 하고 있었을까. 나는 그것을 한 번도 확인해본 적이 없었다. 여덟 시 정각. 그 시각에 나타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을 뿐, 왜 하필 그 시각인지, 그전에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는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는 사냥꾼이 아니라 그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야간 근무자였을 뿐이었다. 어쩌면 내가 사냥하기 전, 그 괴물들이 마을 근처를 돌며 가축을 습격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혹은 반대로, 내가 매일 밤 괴물을 죽이는 행위 자체가 뭔가를 자극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소름 끼치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전자라면 나는 방관자였고, 후자라면 나는 원인이었다. 어느 쪽이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에 돌아와 라면을 끓이면서도, 나는 냄비의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계속 그 생각을 곱씹었다. 라면은 평소보다 짜게 되었다. 신경이 딴 데 가 있으면 손맛도 사라진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그날 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저수지로 향했다. 여덟 시가 아니라 일곱 시부터 참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주변을 살폈다. 한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숲은 고요했다. 풀벌레 소리도 없었고, 바람 소리도 없었다. 나는 그 고요함이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졌다. 마치 무언가가 숨을 참고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손전등도 켜지 않은 채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팔에 소름이 돋았다. 저수지 수면은 달빛을 받아 검게 빛났고, 그 위로 이따금 작은 물결이 일었다. 물고기인지, 다른 무언가인지는 알 수 없었다. 여덟 시가 되자, 어김없이 괴물이 나타났다.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다른 형태였다. 등의 뿔이 세 개였다. 크기도 조금 더 컸다. 몸체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 보였고, 움직임도 더 민첩했다. 나는 그것을 처치했다. 여느 때보다 힘이 더 들었지만, 결국 이겼다. 팔이 저릿하게 아팠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몸이 빛으로 흩어지는 걸 보며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괴물의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이것도 하나의 패턴일까, 아니면 무작위일까. 만약 패턴이라면, 놈들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나의 능력이 오르고 있는 것처럼, 놈들도 어떤 식으로든 진화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이건 경쟁이었다. 누가 더 빨리 강해지느냐의 경쟁. 집으로 돌아온 나는 지난 보름 동안의 기억을 되짚어 보려 노트를 펼쳤다. 매일 밤 나타난 괴물의 형태, 크기, 처치에 걸린 시간을 대충이라도 기록해보려 했다. 하지만 정확히 기억나는 게 많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이걸 단순한 반복으로만 여겼지, 세밀하게 관찰하지는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노트 첫 장에 나는 날짜를 적고, 오늘 마주친 놈의 특징을 최대한 자세히 써 내려갔다. 뿔 세 개. 몸통 길이 대략 1미터 반. 처치까지 걸린 시간 약 오 분. 평소보다 이 분 더 걸렸다는 것도 적었다. 다음 날부터 나는 사냥 후 반드시 노트에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시간, 형태, 크기, 처치 방법, 소요 시간. 마치 연구자가 실험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처럼. 나는 스스로가 우습다고 생각했다. 마흔둘에 괴물 사냥 일지를 쓰는 남자라니, 세상에 이런 부업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났다. 소문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커졌다. 이번엔 옆 마을 소식까지 들려왔다. 그쪽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가축이 사라지고, 밤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몇몇 사람들은 산에서 이상한 발광 현상을 봤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나는 그것이 내가 매일 밤 괴물을 죽이며 발생시킨 빛의 흔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괴물이 빛으로 흩어질 때 나는 그 빛이 저수지 근처에만 머문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 빛의 잔상이 산 너머까지 번져 나갔을 수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불안은 점점 커져갔다. 몇몇은 밤에 문을 걸어 잠그고 다니지 않았고, 몇몇은 개를 새로 들여 마당에 묶어두기 시작했다. 이장님은 마을 방송으로 밤 산책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를 두 번이나 내보냈다. 젊은 사람들 몇은 도시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는 말도 들렸다. 나는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내가 이 소동의 일부인지 원인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매일 밤 나가서 괴물을 죽이는 나 자신이, 마을을 지키는 존재인지 아니면 마을을 흔드는 존재인지 헷갈렸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불안이 절정에 달할 무렵, 나는 우연히 결정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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