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낙제생, 용의 피를 깨우다

3화

다음 날 아침, 원세창의 처소로 불려 갔다. 그는 낡은 목검을 하나 던져주었다. 무게가 꽤 나갔다. 진짜 나무를 통째로 깎아 만든 물건이었다. "기초부터 다시 한다." "한 달 안에 상청에 오르라 하셨는데, 기초라니요." "기초 없이 오른 경지는 모래성이다." 그는 표정 없이 말했다. "게다가 대장로께서 진짜 원하는 건 네가 그만두는 것이다. 규정을 어길 수는 없으니 시한을 준 거지." 말문이 막혔다. 짐작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속이 쓰렸다. "그럼 저는 뭘 해야 합니까." "살아남아라." 짧은 대답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목검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결대로 쪼개듯이, 가장 정직하게. 화려한 초식 따위는 배우지 않았다. 원세창이 가르친 건 단 하나의 동작이었다. 내려친다. 그뿐이었다. 닷새째 되던 날, 쇄골 아래 팬던트가 미열을 냈다. 목검을 내려치는 순간, 팔뚝의 피부 아래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났다. 콰아앙! 목검이 앞에 세운 바위를 그대로 부수었다. 돌가루가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다. 원세창이 다가와 부서진 바위를 살펴보았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눈빛만은 다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다시." 그가 새 바위를 가져다 놓았다. 나는 다시 목검을 들었다. 그날, 나는 바위를 열두 개나 부쉈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팔이 후들거렸지만, 이상하게도 몸속에서 뭔가가 계속 끓어올랐다. 마치 오래 잠들어 있던 화로에 처음으로 장작이 지펴진 것 같았다. 열흘째, 원세창이 대장로의 명이라며 임무 하나를 전했다. 청연문 외곽, 폐가로 쓰던 동굴에 임지훈의 수하들이 몰래 금지된 물건을 숨겨두고 있다는 첩보였다. "그걸 확인하고 오면 상청 시험을 다시 볼 기회를 주겠다는군." "그 수하들이 순순히 확인시켜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보내는 거다." 원세창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덤덤했다. "죽어도 문파 책임이 아니라는 소리군요." "..." 그는 대답 대신 등을 돌렸다. 다음 날 새벽, 나는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안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서너 명 정도였다. "이거 확인만 하면 상청은 무조건 통과라던데." "그 재질 최악인 놈이? 여기까지 살아서 온 것만도 용하다." 나는 동굴 벽에 등을 붙인 채 숨을 고르며 쇄골의 팬던트를 매만졌다. 뜨거웠다. 마치 화로 속 숯덩이처럼. 동굴 안쪽에서 그림자 하나가 걸어 나왔다. 나를 발견한 순간, 그 그림자의 손에 검은 광채가 서렸다. "어이, 하청 짐덩어리가 여기까지 뭐하러 왔냐." 나는 목검을 고쳐 잡았다. "확인하러 왔습니다." "확인은 무슨." 그가 검을 뽑아 들며 웃었다. "넌 오늘 여기서 죽는 거다." 나는 대답 없이 목검을 들었다. 손끝에서 뭔가가 터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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