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첫 승리의 여파는 예상보다 크게 세가 안에 퍼져나갔다. 병든 삼공자가 방계의 아들을 손쉽게 제압했다는 소식은, 그날 하루 세가의 모든 처소에서 화젯거리가 되었다. 주방의 하인들은 밥을 짓다가도 그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무예를 익히는 자제들의 처소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그날의 대전을 곱씹었으며, 심지어 노복들이 모이는 뒷마당에서까지 그 소문이 오르내렸다.
물론 그 소식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일부는 요행이라 치부하며 "병약한 몸으로 어찌 그런 승부를 얻었겠느냐, 상대가 실수한 것일 뿐이다"라고 폄하했고, 일부는 병이 나아진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품고 삼공자의 처소 앞을 지나며 은근히 시선을 던졌으며, 청랑을 지지하는 세력은 그저 불쾌한 잡음으로 여기며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무시하려는 마음의 밑바닥에는, 이미 작은 불안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 불안은 청랑의 최측근들 사이에서도 은밀히 감돌았으니,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으나 서로의 눈빛을 마주칠 때마다 어딘가 조급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비무회의 이튿날, 두 번째 대전이 치러졌다. 청도현의 상대는 이번에도 후천 이중의 경지에 오른, 세가 직계의 어린 공자였다. 이름은 청서윤이라 했고, 그는 첫 대전의 소문을 듣고서도 자신만은 예외일 것이라 믿는 눈치였다. 첫 대전과 마찬가지로, 관중석의 시선은 여전히 의구심과 조롱이 뒤섞여 있었으나, 그 조롱의 농도는 어제보다 한층 옅어져 있었다.
연무장 중앙에 두 사람이 마주 섰을 때, 청서윤이 먼저 검을 뽑아 들며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소문이 과장된 것이겠지요. 삼공자님, 저는 그리 어수룩하지 않습니다."
청도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은, 상대의 발끝과 어깨의 각도, 검을 쥔 손목의 미세한 떨림까지 하나하나 훑어내고 있었다. 전생에서 수많은 강자들을 상대하며 익혔던 관찰의 습관이, 이 작은 무대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는 것 같았다.
챙-!
첫 교차가 이루어졌다. 청서윤의 검이 예리하게 파고들었으나, 청도현은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내지 않고 미묘하게 흘려내며 물러섰다. 그러나 그 물러섬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었다. 물러서는 동안에도 그의 눈은 쉬지 않고 상대의 보법을 읽고 있었다.
'저자의 왼발이 오른발보다 반 박자 느리다. 방향을 바꿀 때마다 그 틈이 생긴다.'
청도현은 짧은 교전 속에서 그 사실을 정확히 짚어냈다. 두 번째 교차에서도 그는 일부러 상대의 검로를 유도하며, 청서윤이 방향을 전환하는 순간마다 나타나는 그 미세한 틈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마치 도장을 찍듯, 그 틈은 매번 같은 자리에서 벌어졌다.
세 번째 교차에서, 그는 상대의 그 미세한 틈을 파고들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퍽-!
청도현의 손끝이 청서윤의 손목 혈을 정확히 짚었고, 검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청서윤은 자신의 손목을 붙잡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청도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굴욕과 당혹이 뒤섞여 있었다.
승리는 다시 청도현의 것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의 승리는 첫 번째와는 다른 무게를 지녔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명백한 통찰과 계산에서 비롯된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관중석에서는 낮은 소요가 일었다. 몇몇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대다수는 이제 더는 이 병약한 삼공자를 예전처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비무회를 지켜보던 강태산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는 청도현의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단순한 무공의 재능을 넘어선 무언가를 읽어내고 있었다. 상대의 습관과 약점을 읽어내는 통찰력, 그것은 어떤 스승도 가르쳐줄 수 없는 종류의 재능이었다. 그는 손끝으로 무릎을 가만히 두드리며,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같은 생각을 되풀이했다. '이것은 재능이 아니다. 경험이다. 저 나이에 저런 경험이 어디서 왔단 말인가.'
"공자님의 눈은, 단순히 상대의 검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보고 있습니다."
그날 밤, 강태산이 조용히 찾아와 말했다. 처소 안에는 은은한 등불이 켜져 있었고, 창밖으로는 늦여름 밤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청도현은 그 평가에 짧게 웃었다.
"오랜 습관일 뿐입니다." 그가 답했다.
"습관이라 하기엔, 너무나 정확했습니다." 강태산이 다시 물었다. "혹, 어디서 그런 관법을 익히신 것입니까?"
청도현은 잠시 말을 아꼈다. 대답할 수 없는 진실과, 대답해야 할 거짓 사이에서 짧은 침묵이 흘렀다.
"몸이 약했던 시절, 다른 이를 지켜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사람을 읽는 눈이 생겼을 뿐입니다."
강태산은 더 캐묻지 않았으나, 그 눈빛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 병약했던 삼공자가, 언젠가 이 세가의 진정한 힘이 될 수도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직이 덧붙였다.
"공자님을 뵈러 오는 발걸음이, 앞으로는 더 자주 있을 듯합니다."
그렇게 그가 물러난 뒤, 처소에는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청도현은 홀로 앉아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며, 오늘의 대전을 되새겼다. 첫 승리는 요행으로 치부될 수 있었으나, 두 번째 승리는 이제 세가 사람들의 뇌리에 하나의 물음을 남겼을 것이다. 그 물음이 어떤 방향으로 자라날지, 그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비무회가 사흘째 접어들었을 때,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강태산이 후원하는 방계의 소년 무인 하나가, 비무 중 상대의 부정한 술수에 걸려 크게 다칠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상대는 청랑의 측근 중 하나로, 이름은 청묵이라 불리는 자였는데, 정식 규칙을 벗어난 암수를 쓴 것이 분명했으나, 심판을 맡은 무사들 중 몇몇은 청랑의 세력에 속해 있어 그것을 눈감아주려 했다.
연무장 한복판에서, 소년의 어깨에서 붉은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뒤로 물러났고, 관중석에서는 웅성거림이 커져갔다. 몇몇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을 자세히 보려 했고, 몇몇은 벌써 청묵의 부정을 눈치챈 듯 낮게 욕설을 삼켰다.
"검에 베인 것이 아니다." 누군가 작게 중얼거렸다. "저 상처,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나 심판석에 앉은 자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으며 판정을 미루고 있었다. 그 미루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상당한 소년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져갔다.
관중석이 소란스러워지는 가운데, 청도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자가 쓴 것은 정식 검로가 아닙니다." 청도현이 또렷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소란한 연무장 안에서도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울렸다. "팔꿈치를 굽히는 각도와 발의 방향을 보면, 소매 속에 감춘 단도를 쓴 것이 분명합니다."
그의 지적에 좌중이 잠시 조용해졌다. 심판들이 다급히 상황을 재확인했고, 실제로 부상당한 소년의 몸에는 검이 아닌 다른 날붙이에 베인 상처가 발견되었다. 검흔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결이 없었고, 상처의 깊이 또한 검의 궤적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띠고 있었다.
부정행위가 드러나자, 청랑의 측근은 즉시 자격을 박탈당했다. 청묵은 붙잡혀 끌려가는 와중에도 억울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으나, 그 목소리는 곧 연무장의 소음에 삼켜졌다.
"어떻게 그런 것을 알아보신 겁니까." 강태산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의 눈에는 감탄과 함께 옅은 경계심마저 스쳐 지나갔다. 이 삼공자의 눈은, 대체 어디까지 볼 수 있는 것인가.
청도현은 담담히 답했다.
"움직임에는 언제나 흔적이 남습니다. 그것을 읽는 것뿐입니다."
강태산은 그 말을 몇 번이나 곱씹었다. '흔적을 읽는다.' 그 단순한 한 마디 속에, 얼마나 많은 경험과 관찰이 쌓여 있어야 가능한 것인지, 그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사건으로, 강태산이 후원하는 세력의 위상은 세가 안에서 눈에 띄게 높아졌다. 부정을 저지른 자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 청도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세가 사람들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병든 삼공자에 대한 동정 어린 시선은, 이제 조금씩 경계와 관심이 뒤섞인 시선으로 바뀌어갔다. 처소를 지나는 시녀들도, 무예를 익히는 자제들도, 이제는 그를 향해 함부로 말을 얹지 못했다.
그러나 그 관심의 상승은, 청랑에게는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그는 처소에 홀로 앉아, 자신의 측근이 자격을 박탈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술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쨍-!
잔이 깨지는 소리가 방 안을 갈랐다. 그의 곁에 있던 시종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몸을 움츠렸다.
"그 병든 놈이." 청랑이 낮게 이를 갈았다. "감히 내 사람을."
비무회 마지막 날, 청랑은 결국 상석의 가주 앞에서 대놓고 청도현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삼공자님이 그리 대단해지셨다니, 저와 한 번 겨뤄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청랑이 관중이 모두 지켜보는 자리에서 큰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웃음이 걸려 있었으나, 그 밑바닥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끓고 있었다.
연무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청랑은 후천 삼중(三重)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였다. 후천 이중에 불과한 청도현이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그 결과는 누가 봐도 뻔한 것이었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낮은 탄식과 수군거림이 새어나왔다.
"저건 도전이 아니라 처형이다." 누군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삼공자가 미치지 않았다면 거절할 것이다."
청현덕이 상석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흥미와 함께 냉정한 계산이 담겨 있었다. 이 대전의 결과가, 후계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는 눈빛이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가만히 두드리며, 상황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자신에게 손해는 없으리라 판단하고 있었다.
청도현은 잠시 청랑을 응시했다. 그날 밤, 사냥개를 풀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자의 얼굴을. 그 얼굴에 걸린 여유로운 웃음이, 오히려 그의 속을 서늘하게 가라앉혔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물러선다면, 앞으로도 계속 물러나야 할 것이다.'
청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손끝이 옷깃을 가만히 매만졌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오는 듯한 긴장 속에서도, 그의 눈빛만은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좋습니다." 그가 담담히 답했다. "겨뤄보겠습니다."
관중석에서 낮은 탄성이 새어나왔다. 병든 삼공자가 세가 최고의 재능 중 하나인 칠공자의 도전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였으나, 그럼에도 누구도 그 대결을 외면할 수 없었다. 연무장을 둘러싼 공기가 순식간에 팽팽해졌고, 저마다의 마음속에는 서로 다른 계산과 기대가 오갔다.
강태산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그는 다급히 심판 자리로 다가가려 했으나, 이미 대전은 성립되어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 위태로운 대결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제발, 무사히.'
연무장의 중앙에서, 청도현과 청랑이 마주 섰다. 청랑이 검을 뽑아 들며 낮게 웃었다.
쉬이익-!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오늘 이 자리에서, 네가 얼마나 우스운 존재인지 세가의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겠다." 청랑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의 눈빛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
청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조용히 손끝을 옷소매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 안에는, 지난 몇 달간 소련이 몰래 구해다 준 재료들로 스스로 만들어낸 은침 몇 개가 감춰져 있었다. 손끝에 닿는 그 차가운 감촉이, 오히려 그의 마음을 다잡게 해주었다.
연무장을 감싼 정적 속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팽팽하게 얽혔다. 오랜 원한과 새로운 갈등이 뒤섞인 이 대결이,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정적.
바람 한 줄기가 연무장을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