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검을 쥐는 순간만큼은 잡생각이 사라진다는 게 내 유일한 위안이었는데, 오늘은 그 위안마저 반쪼가리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라엘린 설잎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 어느덧 스무 해가 넘었지만, 검문소 훈련장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상대의 목검을 피하는 척 살짝 늦게 몸을 트는 버릇이 생긴 건 최근 며칠뿐이었다. '조금만 늦게 피하면 손목이 스칠 텐데.' 그런 계산을 하는 내가 스스로도 낯설어서, 목검이 손등을 훑고 지나가는 순간 나는 아프다는 감각보다 먼저 안도감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라엘린 아가씨, 오늘따라 반응이 굼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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