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묵천의 대검이 다시 허공을 갈랐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먼저 왔다. 쐐애액. 대검치고는 지나치게 빠른 궤적이었다. 나는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몸을 낮추고 정면으로 마주쳤다.
청류검법 삼보전신의 두 번째 걸음.
몸이 먼저 알았다.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발이 움직이고, 발이 움직이기 전에 무릎이 굽었다. 이상한 감각이었다. 열두 살 몸에 밴 기억이 아니라, 전혀 다른 몸에 새겨진 기억이 지금 이 순간 튀어나오는 느낌. 몸이 자연스럽게 그 동작을 그리며 대검의 궤적을 비틀었다.
대검이 내 어깨를 스치듯 지나가며 방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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