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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천월문 후산의 뇌옥(雷獄)은 언제나 안개에 잠겨 있었다. 나는 그 안개 속에 홀로 섰다. 발밑의 돌바닥은 차가웠다. 수백 년 동안 벼락을 맞아온 자리답게, 그 돌 위에는 검게 그은 흔적이 무수히 겹쳐 있었다. 어떤 흔적은 사람의 형체를 닮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애써 보지 않았다. 검을 쥔 손에 땀이 배어 있었다. 천절검(天絕劍)의 손잡이는 낡았다. 십 년 전 스승에게서 받은 검이었다. 그 십 년 동안 나는 이 검으로 수천 번의 검초를 그었고, 수백 번의 생사를 넘겼다. 오늘, 그 검이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스승은 산문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뇌옥 안으로는 누구도 따라 들어올 수 없다." 스승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나는 그 담담함 속에 숨겨진 떨림을 읽어냈다. 사십 년 전, 스승도 이 자리에 홀로 섰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 나왔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내 앞에 서 있지 못했을 테니. "오늘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 그 말이 아직 귓가에 남아 있었다. 칠겁천뢰는 한 사람에게 단 한 번의 기회만을 허락했다. 실패하면 죽는다. 죽지 않고 물러선다 해도, 두 번째 기회는 오지 않는다. 몸속의 기운이 한 번 흩어지면 다시는 응집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칠겁천뢰(七劫天雷). 인간계에서 하늘로 오르는 자, 즉 비상(飛上)을 원하는 자가 반드시 넘어야 하는 문턱이었다. 일곱 번의 벼락을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대부분은 세 번째 벼락에서 숨을 거두었다. 네 번째를 넘기는 자는 백 명 중 하나였고, 일곱 번째까지 살아서 받아낸 자는 천월문 이백 년 역사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나는 그 다섯 번째가 되어야 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홍황자기결(紅荒紫氣結)의 기운을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렸다. 붉고 자색이 섞인 기운이 혈맥을 타고 흘렀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속성을 하나의 결로 묶는다는 것은, 말은 쉬웠으나 실제로는 불과 물을 한 그릇에 담는 것과 같았다. 십 년 동안 나는 그 그릇을 만드는 데 매달렸다. 손끝이 뜨거워졌다. 전생에서는 이런 기운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최하급 제자로 시작해, 죽는 순간까지도 이류의 무공밖에 익히지 못했다. 이번 생에서는 달랐다. 홍황자기결을 얻었고, 그것을 완성했다. 그 완성을 지금 증명해야 했다. 하늘이 어두워졌다. 구름이 뇌옥의 상공에 몰려들었다. 안개가 걷히며 그 위로 보랏빛 전운이 서렸다. 나는 그 빛을 올려다보았다. 두렵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두려움은 이미 전생에 다 써버렸다고. 첫 번째 벼락이 내려왔다.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통증이었다. 뼈마디마디가 불에 타는 것 같았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소리를 내지 않았다. 전생이 없었다면, 이 정도 고통에도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한 번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몸이었다. 열 살에 문파의 최하급 제자로 시작해, 아흔이 되기 전에 천월문의 만년 천재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 이름값을 오늘 증명해야 했다. 전생에서는 벼락 한 번에 무너졌을 것이다. 이번에는 두 다리로 버텄다. 두 번째 벼락이 떨어졌다. 피부가 타는 냄새가 났다. 코끝을 찌르는 그 냄새에 속이 뒤틀렸다. 나는 숨을 참았다. 나는 검을 앞으로 뻗었다. 천절검(天絕劍)의 검신에 벼락의 기운이 스며들었다. 검이 울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검신 전체가 진동하며 낮은 소리를 냈다. 나는 그 울음을 손끝으로 느꼈다. 세 번째 벼락에서 나는 처음으로 무릎을 꺾었다. 숨이 하얗게 터져 나왔다. 겨울도 아닌데, 입김이 얼어붙은 것처럼 하얗게 흩어졌다. 몸속의 기운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었다. 벼락의 냉기가 근육 깊숙이 파고든 탓이었다. "여기서 멈추면."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모든 것이 끝난다." 무릎이 돌바닥에 닿는 순간, 나는 그 차가움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대로 쓰러진다면 편할 것이다. 고통도 끝날 것이다. 그러나 그 끝은 죽음이었다. 다시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검 끝을 바닥에 짚어 몸을 세웠다. 무릎이 꺾이려는 것을 팔의 힘으로 버텨냈다. 네 번째 벼락, 다섯 번째 벼락이 연달아 내렸다. 몸속의 기운이 뒤틀렸다. 홍황자기결의 붉은 기운과 자색 기운이 서로 부딪히며 폭발할 듯 요동쳤다. 서로 다른 두 속성의 기운을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 이 무공의 핵심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처럼 위태로운 적은 없었다. 혈맥 안에서 두 기운이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듯 충돌했다. 붉은 기운이 앞서 나가면 자색 기운이 뒤에서 끌어당겼고, 자색 기운이 우세해지면 붉은 기운이 폭주하려 했다. 그 균형이 무너지면 몸이 안에서부터 터져 나갈 것이었다. 나는 숨을 삼켰다. 두 기운을 억지로 하나로 묶었다. 찢어지는 고통이 지나갔다. 마치 실 두 가닥을 억지로 하나의 매듭으로 묶는 것 같았다. 매듭이 완성되는 순간, 통증이 정점을 찍고서야 조금씩 가라앉았다. 여섯 번째 벼락이 내려왔을 때, 나는 더 이상 다리로 서 있지 않았다. 검을 지팡이처럼 짚고 버텼다. 두 팔로 검을 붙잡고, 그 검에 체중을 온전히 맡긴 채였다. 눈앞이 흐려졌다. 시야의 가장자리부터 검게 물들어갔다.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의 감각이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 몇 번이나 겪어본 감각이었다. "청운아." 스승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환청이었을 것이다. 산문 밖에서는 뇌옥 안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분명했다. 마치 바로 옆에서 부르는 것처럼. 그래도 나는 그 목소리에 다시 힘을 냈다. 전생에서는 누구도 내 이름을 그렇게 불러준 적이 없었다. 이번 생에서는 있었다. 그 사실 하나가 지금 이 순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일곱 번째 벼락.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구름 전체가 진동하며 뇌옥의 돌벽까지 흔들렸다. 나는 그 진동을 발바닥으로 느꼈다. 나는 눈을 뜨고 그 벼락을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피하지 않았다. 몸 안의 모든 기운을 검으로 끌어올렸다. 붉은 기운과 자색 기운이 완전히 하나가 되어 검신을 타고 흘렀다. 검이 자체적으로 빛을 뿜기 시작했다. 검을 들어 벼락을 받아냈다. 순간, 세상이 하얗게 지워졌다. --- 의식이 돌아왔을 때, 나는 뇌옥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몸을 움직여 보았다. 손끝이 저렸지만 움직였다. 살아 있었다. 그 사실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가 펴보고, 발끝을 움직여보았다. 통증은 여전했지만, 그 통증조차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일곱 번의 벼락을 모두 받아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천천히 일어섰다.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몇 번을 다시 주저앉았다. 그래도 결국 두 발로 섰다. 검을 지팡이 삼아 짚었던 손을 놓고, 검을 다시 검집에 넣으려 했다. 손이 떨려 검집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뇌옥의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그 사이로 푸른 빛이 스며들었다. 비상의 문이었다. 인간계에서는 그저 전설로만 전해지던 광경이었다. 비상에 성공한 자의 몸 주위로 하늘의 문이 열린다는 이야기. 어린 시절,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것이 정말로 존재하는지조차 의심했다. 나는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지금 두 눈으로 보고 있었다. 푸른 빛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뇌옥의 안개를 밀어내며 서서히 넓어졌다. 그 중심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지금까지 느꼈던 어떤 기운과도 달랐다.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검을 거두고 그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인간계에서는 그렇게 살았다. 살아남기 위해, 강해지기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갔다. 전생에서는 돌아볼 곳조차 없었다. 이번 생에서는 돌아보면 스승의 얼굴이 있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빛이 나를 완전히 감쌌다. 몸이 가벼워졌다. 발밑의 돌바닥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몸이 안개로 변해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의식만은 또렷했다. 어딘가로, 아주 먼 곳으로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스승의 얼굴이 떠올랐다. 산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 얼굴. 내가 이 빛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스승은 알지 못할 것이다. 알았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빛도, 뇌옥도, 스승의 얼굴도. 남은 것은 오직 끌려가는 감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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