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경도의 성문을 지나자, 도윤과 도현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느꼈다. 청하촌의 좁은 골목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넓은 대로가 눈앞에 펼쳐졌고, 그 대로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하나하나가 화려했다. 비단으로 지은 장포에 금실로 수를 놓은 자들이 예사롭게 걸어다녔고, 그들이 신은 신발조차 청하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값어치였다. 거리 양편으로 늘어선 상점들은 저마다 화려한 깃발을 내걸고 손님을 부르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무기를 찬 무인들이 여유롭게 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현은 창밖으로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형, 저기 봐. 저 사람 허리에 찬 검 좀 봐. 검신에 새겨진 문양이 예사롭지 않아." 그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태어나 처음 보는 대도시의 풍경이 어린 소년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것이었다.
도윤은 형과 달리 창밖의 풍경보다는 마차 안의 공기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마부는 시종일관 무표정했고, 형제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다. '이곳까지 오는 내내 저 마부는 우리를 손님이 아니라 화물처럼 대했다.' 도윤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강씨세가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예우조차 갖추지 않은 셈이었다. 그것이 벌써 하나의 신호였다.
마차는 대로를 따라 한참을 더 달려, 마침내 거대한 대문 앞에 멈춰 섰다. 대문 위로는 '강(姜)'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었고, 그 규모는 도현이 상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컸다. 붉은 기와가 겹겹이 쌓인 지붕이 하늘을 가릴 듯 이어져 있었고, 대문 양옆으로 늘어선 석상들은 저마다 사나운 짐승의 형상을 하고 있어 보는 이를 위압했다.
"저게 강씨세가야?" 도현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물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경외와 두려움이 반씩 섞여 있었다.
도윤은 대답 대신 대문 앞에 늘어선 인영들을 바라보았다. 붉은 비단옷을 걸친 체격이 크고 날렵한 인상의 남자가, 몇몇 시종을 대동하고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차가 멈추자 그 남자는 성큼성큼 다가와 마차 문을 손수 열었다.
쿵-
문이 열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강태산의 아들들이 왔구나." 그의 목소리는 크고 걸걸했으나, 그 안에는 은근한 조소가 섞여 있었다. "태풍이라 부르면 된다. 너희 삼촌이다."
도윤은 마차에서 내리며 그 남자를 침착하게 관찰했다. '이자가 태풍. 5년 전 아버지를 찾아가 손을 댔다던 그 삼촌.' 체격은 청하촌에서 본 어떤 무인보다도 크고 강인했으며, 눈빛에는 숨기지 않은 오만함이 배어 있었다. 팔뚝에 불거진 근육은 오랜 수련의 흔적을 여실히 드러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이 미세하게 울리는 듯한 위압감을 자아냈다.
"인사드립니다, 삼촌." 도윤이 먼저 예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 그 침착한 태도에 강태풍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흠, 폐인의 자식답지 않게 예의는 바르구나." 강태풍이 비웃듯 말했다. 그는 이어 도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너는 그 검을 차고 다니는 게냐? 용아검이라니, 강씨세가의 가전 검법을 익히기라도 했느냐?"
도현은 삼촌의 조롱 어린 말투에 얼굴이 붉어졌으나,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아직 배우고 있습니다, 삼촌."
"배우고 있다? 흥, 그 폐인 아비 밑에서 뭘 제대로 배웠겠느냐." 강태풍의 말이 노골적으로 험해졌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도현의 허리에 찬 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 검조차 네게는 과분해 보이는구나. 검을 쥔 손이 떨리는 게 보인다."
주변의 시종들 사이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일었으나, 감히 나서서 말리는 자는 없었다. 그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바닥을 향해 있었고, 그 침묵 속에는 오랜 세월 이곳에서 축적된 서열의 질서가 배어 있었다.
도윤은 그 순간, 형의 손이 검자루를 향해 움직이려는 것을 눈치채고 재빨리 형의 손목을 붙잡았다. "형, 참아." 그가 낮게 속삭였다. 손끝에 닿은 형의 손목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분노와 수치심이 뒤섞인 그 떨림을, 도윤은 놓치지 않았다.
강태풍은 그 작은 몸짓을 놓치지 않고 시선을 도윤에게 돌렸다. "어린것이 눈치는 빠르구나. 그래, 네 아비는 지금도 그 다리로 절뚝거리며 사느냐?" 그의 말투는 더욱 노골적으로 잔인해졌다. "듣기로는 무공을 모조리 잃고, 검 한 자루 제대로 들지 못한다더구나. 강씨세가의 장남이었던 자가 그리 처참한 몰락을 겪었으니, 이 삼촌으로서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냉소가 짙게 묻어 있었다.
도윤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뜨겁게 끓어올랐다. 5년 전, 아버지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이 바로 이 자였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 이 자는 마치 자신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처럼 태연하게 조롱을 뱉고 있었다. 그러나 도윤은 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버지께서는 여전히 건강하십니다, 삼촌. 심신 모두, 삼촌께서 걱정하시는 것보다 훨씬 강건하십니다."
그 대답에 강태풍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여섯 살배기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지나치게 태연했고, 그 안에 숨은 은근한 반박의 의미를 눈치챈 것이었다. '심신 모두 강건하다.' 그것은 곧 몸은 불편하나 마음은 결코 부러지지 않았다는 뜻이었으며, 동시에 5년 전 그날의 일을 잊지 않고 있다는 은근한 경고이기도 했다.
"이것 봐라, 말버릇이 제법이구나." 그가 낮게 웃으며 도윤에게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 거대한 체구가 그늘을 만들며 도윤의 작은 몸을 완전히 덮었다.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시종들은 숨을 죽였고, 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동생을 감싸려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강태풍의 손이 먼저 도현의 어깨를 가볍게 밀어냈다. 그 손짓 하나에 도현은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어른과 아이의 힘의 격차가 그토록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도윤은 그 압도적인 기세 앞에서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오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으나, 그는 애써 숨을 고르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 자는 나를 시험하고 있다. 겁을 먹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짓눌릴 것이다.' 그는 그렇게 판단하며 오히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섰다.
강태풍의 그림자 속에서, 도윤의 작은 눈동자만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삼촌." 도윤이 또렷하게 입을 열었다. "저희는 각성식을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삼촌께서 저희를 이렇게 대하시는 것을, 할아버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정적.
그 말에 강태풍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어린아이가 감히 조부의 이름을 들어 자신을 견제하려 드는 것에 분노가 치솟았으나, 동시에 그 말 속에 담긴 계산—만약 이 자리에서 폭력을 행사하면 가주에게 보고될 것이라는 암묵적 경고—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의 주먹이 잠시 꽉 쥐어졌다가, 이내 천천히 풀어졌다.
"흐음." 강태풍이 짧게 숨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제법이구나, 여섯 살배기가 이런 잔재주를 부릴 줄이야." 그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물러섰으나, 그 눈빛 깊은 곳에는 이전보다 더 짙은 경계심이 자리 잡았다. 마치 눈앞의 작은 아이를 처음으로 하나의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듯한 눈빛이었다.
도현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조심스레 내뱉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검자루 근처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때, 대문 안쪽에서 또 다른 인영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체격이 태풍보다도 한층 더 크고, 표정에는 부드러운 웃음이 걸려 있는 남자였다. 걸음걸이는 느긋했으나, 그 걸음 하나하나에 실린 기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태풍아, 손님을 그렇게 맞이하면 안 되지 않느냐." 그의 목소리는 온화했으나,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깊이가 느껴졌다.
"태뢰 형님." 강태풍이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도윤은 태풍의 얼굴에 스치는 미묘한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이 세가 안에서, 태풍조차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자가 있다는 것인가.'
강태뢰는 도윤과 도현을 번갈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다. 나는 태뢰다, 너희 둘째 삼촌이지." 그가 손을 뻗어 도윤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 손길은 따뜻했으나, 도윤은 그 온기 속에서 미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손바닥이 스치는 감촉은 부드러웠으나, 그 아래 감춰진 손가락 마디는 단단했다. 오랜 세월 무기를 다뤄온 자의 손이었다.
'이자는 태풍과는 다르다. 겉으로는 친절하나, 그 속을 전혀 알 수 없다.' 그는 경계심을 놓지 않으며 조용히 인사를 받았다.
"저희를 이렇게까지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둘째 삼촌." 도윤이 예를 갖춰 답했다.
"허허, 인사하는 태도도 참으로 훌륭하구나." 강태뢰가 웃으며 도현을 향해서도 시선을 돌렸다. "너도 많이 컸구나. 형과 함께 온 것을 보니, 형제간의 정이 두터운 모양이다." 그의 말투에는 어떤 가시도 없었으나, 도윤은 그 말 속에서 은근히 형제를 시험하는 듯한 기색을 감지했다.
강태뢰는 그 대답을 흡족한 듯 들으며 시종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 아이들을 별채로 안내하여라. 먼 길에 지쳤을 테니, 오늘은 편히 쉬게 해 주어라." 그의 지시에 시종들의 태도가 순식간에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표정하게 서 있던 자들이, 이제는 허리를 굽히며 서둘러 형제 곁으로 다가섰다.
'같은 명령이라도, 누가 내리느냐에 따라 이토록 다르게 받아들여지는구나.' 도윤은 그 극명한 차이를 지켜보며 강씨세가 내부의 권력 구도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시종들이 서둘러 형제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도현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동생의 손을 꼭 붙잡았다. "도윤아, 괜찮아? 아까는 정말 무서웠어."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도윤은 형을 안심시키듯 작게 웃어 보였으나, 그의 마음속은 결코 편치 않았다. "괜찮아, 형.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잖아. 강한 자 앞에서 겁을 먹으면, 그 순간부터 이미 진 것이라고." 그는 그렇게 말하며 형의 손을 마주 쥐었다.
별채로 향하는 길, 그는 뒤를 돌아 대문 앞에 서 있는 강태풍과 강태뢰를 힐끗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태풍의 표정에는 여전히 불쾌함이 남아 있었고, 태뢰의 표정은 시종일관 온화함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그 온화함 속에서도, 도윤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마치 겉으로는 웃고 있으나 속으로는 서로의 목을 겨누고 있는 듯한, 그런 기묘한 균형이었다.
그 표정에서 형제간의 알력이 결코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훨씬 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별채로 향하는 통로는 길고 복잡했다. 붉은 기둥이 늘어선 회랑을 지나, 작은 정원을 가로지르고, 다시 몇 개의 문턱을 넘어야 했다. 그 길을 걸으며 도윤은 문득 이 거대한 저택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로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질서정연해 보이나, 그 속에 감춰진 길목마다 누구의 편인지 알 수 없는 시선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었다.
시종 하나가 별채의 문을 열어주며 낮게 고개를 숙였다. "이곳에서 머무시면 됩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그 말투에는 예의가 갖춰져 있었으나, 눈빛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마치 손님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를 수행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도현은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침상에 몸을 던지듯 앉았다. "휴, 힘들다. 삼촌이라는 사람이 저렇게 무서울 줄은 몰랐어."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검을 옆에 내려놓았다.
도윤은 창가에 서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저녁 어스름이 짙어지며, 강씨세가의 거대한 지붕들이 하나둘 어둠 속에 잠기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그는 조용히 생각을 이어갔다. '태풍은 무력으로 우리를 짓누르려 했고, 태뢰는 부드러움으로 우리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 둘 모두, 결국은 우리를 이 가문의 어느 편에 세울지 가늠하고 있을 뿐이다.'
'첫 대면부터 이렇다면, 각성식이 열리는 날은 대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도윤은 그런 생각을 하며 별채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의 뒤편으로, 강씨세가의 거대한 지붕들이 저녁 어스름 속에서 마치 거인의 그림자처럼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멀리서 종소리가 나직하게 울렸다. 그 소리는 세가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처럼, 도윤의 귓가에 오래도록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