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석상들 사이를 오가며 시간을 끄는 전술은 예상보다 오래 버텨주었다. 좁고 굽은 통로에 늘어선 석상들의 팔뚝 사이로 몸을 밀어넣을 때마다 차가운 돌 표면이 옷깃을 긁었고, 그 서늘한 감촉이 오히려 정신을 붙잡아주는 느낌이었다. 두 개체가 좁은 틈에서 서로 부딪히는 순간이 세 번쯤 반복되고 나서야 나는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세 번째로 부딫혔을 때, 첫 번째 개체의 균형이 눈에 띄게 무너졌고 나는 그 틈이야말로 내가 기다려온 순간이라는 걸 직감했다. '이런 식으로 몸싸움 붙여놓고 어부지리 챙기는 게 좀 없어 보이긴 하는데,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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