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여인왕국의 대장장이 소년

1화

새벽이었다. 청연 왕국 북부, 도씨 가문의 훈련장에는 이미 다섯 자루의 목검이 부딪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도현은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창밖이 아직 푸르스름했다. '또 늦었다.' 그는 이불을 걷어차며 몸을 일으켰다. 옷을 걸치는 손이 급했다. 단추를 하나 잘못 끼웠지만 다시 풀 시간이 없었다. 문을 열고 나서기 전, 그는 잠깐 문틀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누님들은 벌써 세 번은 검을 맞대었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마당으로 나서자 첫째 누이 도서린이 목검을 겨눈 채 서 있었다. "늦었구나, 도현." 그녀의 목소리엔 나무람이 없었다. 그저 사실을 말하는 투였다. "죄송합니다, 누님." 도현이 급히 목검을 집어 들었다. 셋째 누이 도해린이 그 곁에서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었다. "매번 늦으면서 왜 매번 죄송하다고만 하는 거야." 해린이 가볍게 웃으며 던진 말이었다. 나무라는 투는 아니었지만, 도현은 그 웃음 속에 담긴 것을 알았다. 동생에 대한 안쓰러움이었다. 서혜란은 훈련장 한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청연 왕국 기사단 중에서도 이름 높은 검사였고, 열 명의 딸과 하나뿐인 아들을 키운 어머니였다.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도현에게 오래 머물렀다. "자세가 낮다." 서혜란이 짧게 지적했다. "체중을 뒤로 빼면 마력이 실리지 않는다. 너는 마력이 없으니 더더욱 자세로 만회해야 한다." 도현은 대답 없이 자세를 고쳤다. 마력이 없다는 말이 아프지 않은 지 오래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몸으로 확인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청연 왕국의 남성은 대부분 마력을 갖지 못했다. 남녀의 비율이 하나 대 서른이라는 이 세계에서,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신체적으로도 마력적으로도 약자였다. 도현의 다섯 언니와 다섯 여동생은 모두 마력을 지녔고, 성장할수록 그 격차는 벌어졌다. '열 명의 누이들이 각자 저마다의 재능으로 빛나는 동안, 나는 무엇으로 빛날 수 있을까.' 그는 자세를 낮추며 그런 생각을 삼켰다. "한 번 더." 서혜란이 말했다. 쉭- 도서린의 목검이 허공을 갈랐다. 도현은 몸을 낮춰 피했지만, 완전히는 아니었다. 퍽! 어깨에 둔탁한 충격이 박혔다. 숨이 턱 막혔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자세를 다시 잡았다. 넘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그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거기까지." 서혜란이 손을 들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자." 도서린이 목검을 내리며 도현에게 다가왔다. "괜찮으냐." 짧은 물음이었다. "괜찮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도현은 어깨를 문지르며 숨을 몰아쉬었다. 다섯째 여동생 도아린이 다가와 물을 건넸다. "오라버니, 괜찮아요?" 아직 어린 목소리였다. "괜찮다." 도현이 웃으며 물을 받았다. 괜찮지 않았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그랬다. 왜냐하면 그는 매번 같은 사실을 확인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누이들이 마력으로 만들어내는 벽을, 그는 오직 자세와 노력으로만 좁힐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좁혀지는 폭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물을 마시며 도현은 훈련장 저편을 바라보았다. 둘째 누이 도지린이 혼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마력이 실린 검풍이 허공을 가르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저 힘을, 나는 평생 손에 쥐어보지 못하겠구나.' 그는 그 광경을 눈에 담으며 생각했다. +++ 아버지 도영훈은 늦은 아침에야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열 명의 딸과 아들 하나를 건사하는 일은 그를 늘 지치게 만들었다. 얼굴에는 옅은 피로가 배어 있었다. 밤새 영지 문제로 서류를 살핀 흔적이었다. "아직도 검을 드는 게냐." 그가 도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오늘은 서류가 왔더구나. 저녁에 이야기하자." 그 말을 남기고 도영훈은 다시 서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이 평소보다 무거웠다는 것을, 도현은 눈치챘다. 서류라는 말에 도현의 가슴이 잠깐 내려앉았다. 무슨 서류인지 그는 짐작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의 열다섯 번째 생일이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연 왕국에서는 열다섯이 되면 성년으로 등록되었다. 그리고 그 등록에 따라 신분이 최종적으로 결정되었다. '나는 알고 있다.' 도현은 마당에 서서 그렇게 속으로 되뇌었다. '이 가문의 후계자는 내가 아니라는 것을. 그건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는 것을.' 귀족 가문의 후계는 마력을 지닌 딸들에게만 허락되었다. 남성은 아무리 뛰어나도 영지를 물려받을 수 없었다. 그것이 청연 왕국의 오래된 법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직접 확인하는 것은 달랐다. 낮 동안 도현은 여느 때처럼 검을 손질했다. 손질하는 손이 평소보다 느렸다. 숫돌에 검을 문지르는 소리만이 방 안에 낮게 울렸다. 여동생 도소린이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오라버니, 저녁에 무슨 얘기를 한다는 거예요?" "별거 아니다." 도현이 짧게 대답했다. 별거 아닌 게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 저녁이 되어서야 도현은 아버지의 서재로 불려갔다. 서혜란도 함께였다. 서재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촛불 하나가 탁자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왕국 기사단 본청에서 보낸 문서가 놓여 있었다. 붉은 봉인이 이미 뜯겨 있었다. "읽어보아라." 도영훈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도현은 문서를 집어 들었다. 종이는 두껍고 서늘했다. 『도현, 도씨 가문 소생 남성. 생년 기준 청연력 기사단 본청 규정 제12조에 의거, 성년 등록 시 영지 계승권 없는 보호 대상 남성으로 등록됨. 세부 절차는 성년식 이후 본청 방문을 통해 확인할 것.』 도현은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세 번째로 읽었을 때에야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완전히 받아들였다. 손끝이 문서 위에서 멈추었다. 그는 그것을 다시 탁자 위에 내려놓지 않고, 잠시 그대로 쥐고 있었다. "미리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서혜란이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이 단정했지만, 눈빛만은 흔들리고 있었다. "이건...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도현이 문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은 것이 스스로도 놀라웠다. '차세대 귀족은 될 수 없다.' 그는 그 말을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문서로 확인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각오가 아니라 확정된 현실이 되었다. "보호 대상이라는 게 정확히 뭘 의미합니까." 도현이 물었다. "기사단이 지정한 보호 가문 아래에서, 결혼 전까지 신분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뜻이다." 도영훈이 낮게 대답했다. "자유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영지를 벗어날 수 없고, 독립적인 신분으로 등록될 수도 없다." 도영훈이 덧붙였다. "혼인을 통해서만 보호 가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방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도현은 그 침묵 속에서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평소보다 느리게, 하지만 무겁게 뛰고 있었다. 서혜란이 먼저 침묵을 깼다. "본청에 가서 자세한 내용을 직접 확인해보자. 규정이라는 건 늘 예외가 있는 법이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규정에 예외가 있을 리 없다. 규정은 나 같은 자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나 같은 자를 걸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 도영훈이 아들의 어깨를 짧게 두드렸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가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 그 말에도 도현은 별다른 위안을 느끼지 못했다. 방법이라는 것이, 이 세계의 법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도현은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창밖의 달빛이 방 안으로 길게 늘어졌고, 그는 그 빛을 바라보며 한 가지 결심을 세웠다. '힘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 마력이 없다면, 그것을 대신할 것을 손으로 쥐면 된다.' 그는 침상에서 일어나 검을 집어 들었다. 어둠 속에서 검을 몇 번 휘둘러보았다. 마력이 실리지 않은 검풍은 그저 바람 소리에 그쳤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누이들이 마력으로 세상을 가른다면, 나는 다른 것으로 세상을 가를 것이다.' 그 결심이 어디로 이어질지, 그는 그때까지 짐작하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어머니와 함께 기사단 본청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문 앞에 선 그의 손에는, 어젯밤 내내 쥐고 있던 검이 여전히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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