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그 불륜, 증거로 갚아줄게

5화

청화호텔을 빠져나온 뒤, 나는 마차 안에서 백도현과 마주 앉았다. 바퀴가 자갈길을 굴러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창밖으로 가스등 불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 불빛이 백도현의 얼굴을 잠깐씩 밝혔다가 다시 그늘 속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 정보상, 이름이 뭐지?" 나는 물었다. "박현우라고 합니다. 청화호텔의 실질적인 정보 관리자예요." 백도현이 답했다. "사교계에서 도는 소문 중 절반은 저 사람 손을 거친다고 봐도 됩니다." "절반이나?" "과장이 아닙니다. 그자는 방마다 대화를 엿듣는 하인을 심어두고, 그 정보를 필요한 곳에 팔아넘겨요. 귀족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죠."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 사람이 오늘 우리를 눈여겨봤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어.' '우리가 조하은과 강태오의 관계를 캐묻고 다닌 걸, 그자가 눈치챘다면.' '벌써 어딘가로 소문이 흘러가고 있을지도 몰라.' 마차 바퀴가 돌 하나를 넘으며 크게 흔들렸다. 나는 손끝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아직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데, 벌써 초조해지고 있었다. '침착해. 아직은 추측일 뿐이야.' 다음 날 저녁, 저택으로 이상한 소식이 들려왔다. "아가씨, 사교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백도현이 다급히 서재로 들어왔다. 숨을 몰아쉬는 걸 보니, 급히 뛰어온 모양이었다. "강태오 도련님에 관한 소문인데, 이번엔 조금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데?" "누군가 그의 부정을 정황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돌고 있어요. 상대의 이름, 만남의 장소, 심지어 시간까지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벌써?' "우리가 청화호텔에 다녀온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책상 위에 놓인 서류가 살짝 들썩였다. 바람 한 점 없는 방이었는데도. 나는 숨을 천천히 내쉬며 서류를 다시 눌러놓았다. 백도현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 때문인지, 원래 돌던 소문이 다시 부풀어 오른 건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기가 너무 절묘합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밖은 이미 어두웠고, 저택 정원의 나무들이 검은 그림자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만약 우리 잠입이 원인이라면, 강태오 쪽에서도 경계할 거야.' '그럼 조하은에게 접근하는 게 더 어려워지겠지.' 계획이 어그러지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면 증거가 부족해서 오히려 반격당할 위험도 있었다. '침착하게, 하나씩.' 나는 다시 백도현을 바라보았다. "이 소문의 출처를 확인해야 해. 만약 박현우라는 사람이 퍼뜨린 거라면, 그가 우리를 알아봤다는 뜻이니까." "확인해 보겠습니다." 백도현이 대답하고 서재를 나섰다. 그의 발소리가 복도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나는 창밖만 바라보았다. 며칠 뒤, 백도현이 다시 보고를 가져왔다. 이번엔 그의 얼굴이 조금 더 어두웠다. "박현우가 최근 강씨 후작가 쪽 사람과 자주 접촉하고 있답니다. 다만 그게 태오 도련님 쪽인지, 강후작님 쪽인지는 아직 불명확해요." 나는 미간을 좁혔다. '강후작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면, 상황이 복잡해져.' 강현목 후작. 태오의 아버지이자, 사교계에서 강직하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엄정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법도를 중요하게 여기고, 가문의 명예를 목숨처럼 여긴다는 평가도 있었다. 아들의 문란한 행실에 대해서는 알고도 모른 척해왔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어떤 이들은 그가 태오의 방탕함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후계 문제 때문에 눈감아왔다고 말했다. 또 어떤 이들은, 강후작이 그런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도 했다. '만약 강후작이 진실을 알게 되면, 오히려 우리 계획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 '그 사람이라면, 아들의 부정을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 하지만 반대로, 강씨 가문이 먼저 손을 써서 조하은을 조용히 처리하고 소문을 덮어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모든 준비가 물거품이 될 것이었다. 책상 위 촛불이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 불꽃이 파랗게 일어섰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는 결심했다. '더는 미룰 수 없어. 목표를 확실히 정해야 해.' "백도현." 나는 그를 불렀다. "이제부터 강태오를 확실한 표적으로 삼을 거야." "그럼 언제, 어디서 움직이실 겁니까?" 나는 잠시 침묵했다. 머릿속으로 사교계 일정을 하나씩 떠올렸다. 무도회, 다과회, 사냥 모임.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다 하나가 떠올랐다. 그리고 답했다. "올해 봄, 우리 가문의 연회에서." 이씨 백작가의 정기 연회는 매년 봄, 백작가 본가에서 열렸다. 사교계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였다. 강씨 후작가 사람들도 매년 초청받아 참석해왔다. 그리고 그 연회는, 우리 가문이 주최하는 자리였다. 즉, 판을 짜는 것도, 무대를 마련하는 것도 우리 쪽 몫이었다. "그 연회에서 강태오의 부정을 공개할 거야." 나는 단호히 말했다. "양가 부모님과, 사교계 전체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백도현의 눈이 커졌다. "그건 정말 대담한 계획이군요." "대담하지 않으면 안 통해." 나는 답했다. "강씨 후작가는 이미 소문을 덮으려 할 거야. 그러니 조용한 방법으론 안 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부정할 수 없는 형태로 증명해야 해." "하지만 아가씨, 그 자리에서 만약 증거가 부족하다면……." "그러니까 두 달을 준비 기간으로 쓰겠다는 거야." 나는 책상 위에 백지를 펼쳤다. "연회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그 안에 확실한 증거와,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야 해." 백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돕겠습니다." 나는 펜을 들어 계획의 첫 줄을 적었다. 증거 확보. 조하은과의 접점. 연회 당일의 무대 구성. 세 줄을 적어놓고 보니, 막상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느껴졌다. 증거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조하은에게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연회 당일, 어느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 것인가. 하나하나가 실패하면 계획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지점이었다. "백도현, 우선 박현우와 접촉해야 해. 적으로 두는 것보다, 그를 이용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위험한 방법입니다. 그가 어느 쪽에 서 있는지 모르니까요." "알아. 그러니까 신중하게 접근해야지." 그때, 저택 밖에서 마차 소리가 들려왔다. 바퀴가 자갈을 밟는 소리, 말발굽 소리. 예정에 없던 방문이었다. 나는 펜을 든 손을 멈췄다. 창밖을 내다보니, 낯익은 문양이 새겨진 마차가 저택 앞에 서 있었다. "아가씨, 손님이십니다." 하녀가 다급히 문을 두드렸다. "조하은 남작 영애께서 오셨습니다." 나는 펜을 멈췄다. '조하은이, 왜 우리 저택에?' 심장이 갑자기 크게 뛰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계획을 세우던 책상 위, 촛불이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다. '설마, 벌써 눈치챈 건가.'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예상치 못한 방문에, 나는 잠시 숨을 골라야 했다. 백도현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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