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 다인의 집 마당으로 익숙한 트럭 소리가 들려왔다. 덜덜거리는 엔진 소리와 자갈을 밟는 바퀴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듣는 순간, 다인은 손에 들고 있던 빗자루를 놓칠 뻔했다. 김도식이었다. 이 시간에 그가 찾아올 이유는 단 하나뿐이라는 걸 다인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서둘러 마당으로 나갔는데, 그가 트럭 문을 거칠게 닫으며 내리는 모습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염소들 다 어디 갔어." 김도식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그는 마당을 한 바퀴 훑어보더니, 텅 빈 축사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미간을 좁혔다. "그, 그게, 폭발 때문에 다 흩어져서……" 다인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기어들어갔다. "그래서 몇 마리 남았는데." "아직 세보진 못했는데, 대충 절반 정도는……" 다인이 말끝을 흐리자, 김도식의 얼굴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절반이면 예순 마리는 없어졌다는 거잖아." 김도식은 팔짱을 끼며 다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그 시선에는 사람을 물건처럼 대하는 익숙한 경멸이 담겨 있었다. 그는 트럭 옆면에 몸을 기댄 채 다인을 마치 계산기 앞에 세워둔 물건처럼 바라보았다. "이건 명백히 네 관리 소홀이야. 2주 안에 배상해. 안 그러면 계약 조건 다시 조정할 거니까."
"2, 2주는 너무 짧아요. 염소 예순 마리 값이 얼만데……" 다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끝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애써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폭발도 제가 낸 게 아니잖아요. 갑자기 산 너머에서……" "그게 누구 탓이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 김도식은 그런 그녀의 반응이 즐겁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소환족 주제에 조건 따지는 거야? 원래 너희 종족은 이런 사고 안 치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던 거 아니었나." 그 말이 날카로운 못처럼 다인의 가슴에 박혔다.
다인은 어릴 적부터 김도식의 관리 아래에서 살아왔다. 부모를 폭발 사고로 잃고 홀로 남겨진 이후, 소환족이라는 이유로 마을 어디에서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결국 김도식의 명목상 소유물로 등록되어 지금껏 목동 일을 해온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마을 사람이라 부르지 않았고, 그저 '김도식네 집 애' 정도로 취급했다. 이 마을에서 그녀에게 조건을 따질 권리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자는 벌써 계산해봤어?" 김도식이 손가락을 접으며 뭔가를 세는 시늉을 했다. "새끼 값, 젖 값, 관리비까지 합치면 예순 마리면 못 해도 이 정도는 될 텐데." 그가 입에 담은 액수를 들은 다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건 그녀가 몇 년을 모아야 겨우 만질 수 있는 돈이었다.
"2주 안에 못 채우면, 다른 방법으로 갚아야 할 거야. 알지?" 김도식이 마지막으로 던진 말에는 명백한 협박이 담겨 있었고, 그는 그 말을 마치 별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흘리며 다인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다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가 트럭을 몰고 떠난 뒤, 흙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다인은 마당 한복판에 홀로 서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예순 마리. 그 값이 얼마나 되는지 다인은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녀가 가진 돈으로는 어림도 없는 액수였다. 읍내에서 하는 아르바이트 두 개를 합쳐도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생활비와 대출 이자로 빠져나가는 게 대부분이었다. 아르바이트를 몇 개 더 뛰어도 2주 안에는 절대 채울 수 없는 금액이었고, 결국 남는 선택은 하나뿐이었다—다른 방법으로 갚는 것.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인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마을에는 이미 그런 식으로 '방법'을 찾은 사람들의 소문이 돌고 있었고, 그 소문 속 결말은 하나같이 좋지 못했다.
그날 밤, 다인은 폐가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웠다. 손에 든 물통과 음식 봉지가 평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고, 발밑에서 부서지는 자갈 소리마저 신경을 긁었다. 인헌에게 물과 음식을 가져다주면서도 표정을 숨기려 애썼지만, 눈치 빠른 인헌이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인헌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어딘가 다인의 안색을 꿰뚫어 보는 듯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아,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어요." 다인이 애써 웃어 보였지만, 그 웃음이 어색하게 떨리는 것을 인헌은 놓치지 않았다. "거짓을 말하는 얼굴이군." 그가 짧게 말했다. 세필로 그린 듯한 그의 눈매가 촛불 아래에서 그림자를 짙게 드리웠다.
"……신경 쓰지 마세요. 당신 문제가 아니니까요." 다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날카롭게 나왔는데, 그 순간 스스로도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이 사람에게 화낼 이유가 없는데, 왜 이렇게 말이 튀어나갔을까. 다인은 속으로 자책하며 시선을 떨궜다. 인헌은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가, 아무 말 없이 그녀가 놓고 간 물통을 들어 마셨다. 그 침묵이 어쩐지 이전과는 다른 무게로 느껴졌다.
"……미안해요." 다인이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쪽 잘못 아닌데." 인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완전히 등을 돌릴 때까지 그 시선을 거두지 않았고, 다인은 그 시선의 무게를 등 뒤로 느끼며 폐가를 나섰다.
다인은 폐가를 나서면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검은 연기가 걷힌 하늘에는 별들이 무심하게 떠 있었다. 저것들은 내가 어떤 처지인지 아무 관심도 없구나. 다인은 그 생각을 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지만, 애써 눈물을 삼키며 집으로 향했다. 발끝에 걸리는 돌부리조차 오늘따라 유난히 원망스러웠다.
2주. 예순 마리. 그리고 그 뒤에 기다리고 있을 '다른 방법'이라는 말. 다인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땅을 짚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을의 불빛 몇 개가 멀리서 깜빡였지만 그 어느 불빛도 그녀를 위해 켜진 것은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다인은 문득, 폐가에 홀로 남겨진 그 낯선 사내의 눈빛을 떠올렸다. 왜 하필 지금, 그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리는 건지—다인은 그 답을 알 수 없었다.